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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50 vote 0 2024.01.20 (18:30:36)

    https://v.daum.net/v/20240120130922475


    담배꽁초 하나 버렸을 뿐인데 태백산맥이 홀랑 타버릴 수도 있다. '담배꽁초 하나 버린게 그게 무슨 죄냐?' 이러면 안 된다. 그날이 하필 건조한 4월이었고 양양과 간성 사이에 유명한 양간지풍이 불었다면? 낙산사가 위태롭다. 강릉에서 속초까지 불타버린다.


    많이 겪어봤잖아. 마리 앙투아네트는 일반인이 아니다. 폭발력이 있었다. 권력자는 조심해야 한다. 자신이 마른 장작 위에서 섶을 이고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을까? 시민이 총을 소유했는데 화약까지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총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화약이 없다. 개인이 소지한 화약으로는 좀도둑이나 막을 뿐 전쟁을 할 수는 없다. 화약은 바스티유에 있다. 시민이 화약을 챙겼다면 불이 제대로 붙은 것이다. 총을 쥔 민중의 분노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따른다. 누구도 막지 못한다.


    가짜뉴스 탓이라고? 따지자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시민이 혁명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밀어붙이는데 이용된 것이다. 그만한 불쏘시개가 없다. 활활 타올랐다. 그녀의 품성은 본질이 아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인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난 것이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선진국이고 프랑스는 후진국이었다. 영국은 더 후진국이고. 나이프 포크 같은 식기가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프랑스로 전해졌다. 당시 프랑스는 40개들이 은제 식기 세트가 불티나게 팔렸다. 40개들이 식기 세트가 없으면 사람 축에도 못 든다.


    그런 시대가 있다. 부르주아 문화의 광풍, 거지도 양복을 입어야 한다거나 하는. 찰리 채플린은 볼러 모자와 수염과 지팡이를 버릴 수 없다. 그 모자 덥다. 무더운 텍사스 사람도 볼러를 써야 한다. 심지어 선대스 키드 같은 은행털이도 볼러모자는 벗지 않았다.


    봉건시대는 그렇지 않다. 왕과 사제와 귀족과 기사와 평민과 농노의 차별이 있어서 은제 식기 없다고 사람 취급 못 받는 일은 없었다. 시민의 시대가 되면서 모든 사람이 양반흉내를 내는 분위기다. 한 사람이 하면 다 해야 하는 시대. 맨손으로 고기 먹을 수 없잖아.


    요즘처럼 스테인리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쇠로 식기를 만들 수도 없고. 은제는 너무 비싸고. 부르주아 문화의 광풍은 발자크의 인간희극 중에서 고리오 영감 편을 읽어보면 된다.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많았다. 영국은 검소해서 왕비도 장신구를 안 쓰는 편이었다.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부르주아 문화의 광풍이 불지 않았다. 프랑스는 오스트리아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선진문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다들 눈이 뒤집어졌다. 영국은 미국의 독립전쟁 때문에 거지 되고 프랑스는 미국 독립을 지원하다가 거지가 되었다. 


    발단은 루이 14세의 무도회 정치다. 베르사유 짓고 귀족을 인질로 잡아놓았는데 할 일이 없으니 무도회를 열었다. 그때 오스트리아 사치품 잔뜩 가지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왔다. 다들 뒤집어졌다. 부르주아 문화의 광풍과 함께 민중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그들의 손에는 총과 화약이 있다. 신호탄을 쏴야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오스트리아로 도망치려다가 잡혔다. 적국의 군대를 끌어들이다니 개념이 없다. 그녀가 나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쁜 상징이 필요한데 캐릭터가 맞다. 역사의 무게가 무서운 것.


    가짜뉴스 주장은 광주항쟁이 유언비어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유언비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유언비어 담배꽁초가 던져져도 산불이 번질 확률은 1/1만이라는 거. 하필 날씨가 건조한 4월이고 하필이면 그날따라 양간지풍이 불면? 


    나폴레옹도 조제핀 버리고 오스트리아 왕녀를 데려왔다가 끝장이 났다. 그걸 모를 정도라면 심각하게 아둔한 것. 김건희가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니다. 다만 지금 정치판 날씨가 매우 메마르다. 산불 붙기 좋은 날씨다. 옛날에는 천재지변 일어나면 왕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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