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02 vote 0 2024.04.22 (18:29:52)

    제갈량은 왜 유비를 선택했을까? 이게 토론거리가 된다는게 신기하다. 어느 사이트에 이걸로 한마디씩 하고 있는게 보여서 하는 말인데. 당시는 문벌귀족이 지배하던 신분제 사회였다. 다들 시대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만 작가 진순신은 조조의 서주학살 때문이라고 했다는데. 구조적으로 보는 눈이 없다.


    제갈량이 손권 밑에 들어갈 수 없는게 손씨 집안은 한미한 가문으로 문벌귀족이 판치던 당시 시대분위기로는 그냥 돌쌍놈이다. 손견은 원래 원술 부하다. 당시 손권이 막 떠오르던 시점인데 관우가 손권과 사돈맺기를 거절하고 손권을 개 취급 한 걸로 알 수 있다. 손권이 자리를 잡은 것은 삼국이 정립된 이후였다.


    심지어 유비와 손부인의 혼사도 파토가 났다. 당시처럼 가문을 숭배하던 시절에 황족 유 씨를 놔두고 손권을 따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7살 먹은 제갈량이 28살 먹은 손권 밑에 들어간다? 게다가 이미 형인 제갈근이 손권 밑에 들어가 있는데 동생이 또 들어간다고? 말도 안 된다. 그러다가 형제 간에 싸움 난다.


    제갈량은 장가를 잘 가서 부자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유비 밑으로 간다는 것은 창업멤버로 자기 지분을 가지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손권 밑으로 가는 것은 취직자리 알아보는 건데 제갈량이 구직운동 한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조조 밑으로 가면 식객밖에 안 된다. 조조 밑에는 인재가 바글바글하다.


    제갈량이 창업멤버로 지분을 챙겨서 들어갈 곳은 유비뿐이다. 가문의 명성을 따지던 시절이었다. 만약 조조 밑으로 간다면 배가 고파서 가는 것이다. 당시로는 조조가 동탁처럼 조만간 누군가에게 토벌될 것으로 보는게 당연하다. 실제로 조씨가 사마씨에게 털렸고. 당시로 유비를 선택한 것은 나무나 상식적이다.


    제갈량이 유비 밑으로 간 이유는?


    1. 유비를 만나보니 사람이 괜찮아서.


    2. 유비가 전국구 명성이 있고 지식인 집단의 평판이 괜찮아서. 당시 낙양이 불타고 황폐화 되어 지식인이 대거 형주로 피난 왔는데 이들의 공론이 천하삼분.


    3. 유비가 좌장군 벼슬을 해서 장군부를 개설할 권한이 있어서.


    유비는 좌장군 신분이라서 언제든 조조를 역적으로 선언하고 죽일 권한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손권은 아무것도 아니다. 당시 군웅들은 조조와 싸워서 지면 거의 죽었는데 유비는 계속 살아있는 이유는? 좌장군 신분으로 전국구 명성 덕분에 기업을 뺏겨도 괜찮다는 거. 제갈량의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삼국이 정립된 후의 결과를 보고 시간의 선후를 헷갈렸거나 봉건사회의 가문숭배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요즘이야 다들 고등교육을 받아서 상식과 예절이 있지만 유비가 가정교육이 안 된 손부인과 만나 황당해한 것을 보면 봉건시대 기준으로 못 배운 집안 티가 나는 것이다.


    유비가 49살 때 20살 남짓 먹은 손부인과 결혼했는데 28세인 손권이 유비에게 여동생을 바쳤다고 역사에 기록된 것을 보면 유비의 지위를 알만하다. 손권은 유비가 아니었으면 곧바로 조조한테 항복할 위인이다. 당시 강남은 산적과 수적이 들끓어 방어가 어려웠다. 손권은 병사부족으로 대만 사람을 납치했다.


    6천만 한나라 인구가 삼국지 시대에 1600만으로 줄었다. 6천만이 번영을 누리던 한나라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지금 기준으로 당시를 재단하면 곤란하다. 조조와 손잡고 잘해보자는 것은 6천만을 1600만으로 줄였는데 거기서 다시 인구 반타작을 하자는 말과 같다. 800만으로 줄여볼까? 


    그런 소리 하다가 맞아죽는다. 손권은 나이도 비슷해서 어색하고 적벽대전 이후에 뜬 인물로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다. 제갈량은 처갓집 재산으로 부자가 되어 있어서 조조한테 취직자리 알아보러 다니는 식객은 아니다. 결론은 삼국지연의가 유비를 너무 깎아내려서 독자들이 쪼다 유비로 착각하고 있다는 거. 


    결과적으로 조조가 승리하고 손권도 오래 버텼기 때문에 착각을 하는데 이건 시간 순서를 헷갈린 것이다. 조조가 삼국을 통일할지 어떻게 알어? 손권이 조조한테 항복하지 않을지 어떻게 알어? 낙양이 불타고 중국의 엘리트가 다 형주에 모여 있었는데 유비가 이들 인재들을 쓸어간 것이다. 유비가 흥한 비결.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993 교육만능주의 질병에 대한 고찰 김동렬 2024-09-01 1670
6992 살아가는 이유 김동렬 2024-09-01 1485
6991 직관으로 판단하기 김동렬 2024-08-31 1551
6990 정치와 전쟁 김동렬 2024-08-31 1492
6989 방시혁과 민희진의 대화불통 김동렬 2024-08-30 1747
6988 왜 사는가? 김동렬 2024-08-29 1679
6987 무와 유의 차이 김동렬 2024-08-28 1495
6986 어리석은 방시혁 김동렬 2024-08-28 1686
6985 일본인의 왜소지향 한국인의 감성지향 1 김동렬 2024-08-27 1631
6984 부부는 닮는가? 김동렬 2024-08-27 1384
6983 지식인의 몰락공식 김동렬 2024-08-27 1542
6982 이념은 사기다 김동렬 2024-08-26 1542
6981 인간이 의지하는 것 김동렬 2024-08-26 1497
6980 민주당이 사는 길 김동렬 2024-08-26 1513
6979 교토국제고에 감동하는 이유 김동렬 2024-08-25 1550
6978 자영업 지옥 김동렬 2024-08-25 1601
6977 어떤 왜색 김동렬 2024-08-24 1674
6976 철학의 탄생 1 김동렬 2024-08-23 1572
6975 양상문 야구 뭐 있나? 김동렬 2024-08-23 1464
6974 패턴을 읽히면 죽는다. 1 김동렬 2024-08-22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