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말하자면 예비군 훈련과 같은 것이다. 예비군 훈련을 왜 할까? 말이 훈련이지 사실 하는 것도 없다. 예비군을 실전에 투입한다는 건 멍청한 생각이다. 현역과 예비역의 전투력 차이는 백 대 빵으로 보면 된다. 일단 인원통제가 안 된다. 기간병들이 선배님들 집합해 주십시오 하고 외쳐도 어슬렁거릴 뿐 모이지 않는다. 예비군 훈련을 하는 진짜 이유는 훈련하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조직의 유지가 목적이다. 전차병이 2년쯤 근무해서 익숙해질 만하면 제대한다. 3년은 근무해야 전차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데 말이다. 대략 삽질하고 있는 것이다. 군대는 전쟁하는 집단인데 전쟁은 아니하고 가르치고 배우다가 끝나는 것이다. 미국이라면 과거 한때는 상비군이 5천 명밖에 없었다. 실전이 벌어지면 이들은 모두 진급하여 장교와 부사관이 되고 신병훈련을 시켜야 한다. 상비군 5천 명은 단시간에 5만 명을 교육시켜 병사로 만들어야 한다. 그 5만 명이 다시 50만 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이 본질이다. 목적의 달성이 아니라 시스템 유지가 목적이다. 인생도 그렇다. 뭘 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살려고 사는 것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사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출세해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행복해져야 한다. 하는 식의 압박이 문제다. 그런 거 안 해도 된다. 실패한들 어떠리? 출세 못 한들 어떠리? 불행한들 어떠리? 사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는 방법은 뭘까? 바로 그런 식으로 압박하는 거다. 즉 인간은 출세하고 성공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출세하라고 압박하고, 성공하라고 압박하고, 행복해져라고 압박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명절이라도 되면 압박 3종신기 써먹어야 한다. 언제 장가들거니? 아직 취직 못 했니? 월급은 얼마나 되니? 남들을 압박해서 뭣하려고? 집단의 결속을 유지한다. 개개인의 행복이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아닌 거다. 집단의 결속과 유지가 목적이 된다. 긴밀한 상태에서의 집단적 상호작용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개겨야 한다. 무엇을 하라고 독려하지만 무엇을 할 생각은 애초에 없고 무엇을 하라고 독려하는 게 진짜 목적이기 때문이다. 고참은 신병에게 이것저것 시킨다. 왜? 성과는 필요 없다. 어차피 제대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시키는 이유는 시키는 방법을 전수하기 위한 것이다. 신병도 고참이 되면 또 다른 신병에게 시킨다. 내림으로 이어진다. 어떤 사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할 목적으로 조직이 탄생하지만 곧 주객이 전도되어 조직의 유지가 목적이 된다. 관료주의가 그러하다. 회사도 크면 관료집단처럼 된다. 롯데가 노경은에게 하는 짓을 보면 악질관료 행태다. 반대로 한화 이용규는 시스템을 공격하는 우를 범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조직의 유지를 곤란케 했다. 조직이 자신을 유지하려고 선수를 망가뜨리기도 하고 반대로 선수가 함부로 조직의 역린을 건드리기도 한다. 조직이 유지에만 급급하면 망한다. 조직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외부에서 자극해야 한다. 허술한 조직을 공격하고 거기에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발전한다. 그런 조직의 생리를 안다면 태연할 수 있다. 쫄지 않을 수 있다. 개길 수 있다. 친척들의 명절압박 3종세트 공격도 견딜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쓸데없이 조직을 유지하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이다. 조직의 생리가 인간을 억압한다. 여야가 국회에서 노상 싸워대지만 어떤 일을 하려고 싸우는 게 아니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는 거다.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거다. 나경원 행동은 국가를 위해서도 자한당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방송에 얼굴 내밀려고 그러는 것이다. 간만에 화장이 잘 먹었는데 말이다. 또 하나는 그러한 조직의 유지가 의외로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비군 훈련은 없어도 되지만 예비군 조직은 있어야 한다. 유사시에 예비군이 출동하여 어쩌려는 게 아니라 유사시에 사이비 예비군이 출동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2차대전 때 낙하산 타고 침투하는 독일군 공수부대를 막는다며 민병대가 활약해서 문제가 되었다. 있지도 않은 독일군을 여럿 체포한 거다. 노숙자를 체포한 다음 독일군 스파이라고 자백할 때까지 두들겨 패면 독일군 스파이가 된다. 이들의 활동이 골칫거리다. 625 때의 민간인 학살도 이런 이유로 일어났다. 서북청년단이니 백골단이니 땃벌떼니 하는 민병대가 애국놀음 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예비군이 있으면 사설 민병대의 준동을 막을 수 있다. 예비군의 가장 큰 의미는 유사 예비군의 출현을 막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출세를 해라. 성공을 해라. 행복을 해라. 노력을 해라. 공부를 해라. 왜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할까? 범죄를 해라. 타락을 해라. 개판을 쳐라. 집단의 광기와 패닉을 부추기는 나쁜 말의 등장을 막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타이트하게 조여야 한다. 느슨해지면 나사 빠진 행동을 하는 자가 있다. 놔두면 백퍼센트 이상한 짓 한다. 괴력난신을 추종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민간의 창의와 관료조직의 안정감은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인생도 그런 것이다. 어차피 다른 뻘짓을 할 게 분명하니까 그걸 막을 목적으로 그냥 삽질이나 하자는 게 인생이다. 그런데 그게 또 중요하다. 삽질을 잘하는 조직이 흥한다. 기업도 그렇다. 열심히 일하는 창의적인 직원보다 그냥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직원을 선호한다. 열심히 뻘짓할게 뻔하니 그냥 하던 대로 삽질하자. 물론 극소수의 진짜배기도 있다. 그들은 삽질하지 않으며 뻘짓하지 않는다. 관료주의 경직성도 없고 사기벤처의 난잡함도 없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크게 성공한다. 그런 성공적 조직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조직은 해괴한 뻘짓을 막기 위해 안해도 되는 삽질을 기어코 한다. 어차피 인생은 삽질이니 우리는 개겨야 산다. 개길 수 있으면 개겨라. 그러나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관료주의 삽질에 불만을 품고 괴력난신에 음모론 뻘짓을 자행하는 우를 삼가야 한다. 정규 예비군의 무능에 불만을 품고 사설 민병대나 자경단을 조직해서 민가를 약탈하고 아군을 공격하는 짓을 막아야 한다. 문재인 지지를 빌미로 민주당을 공격하는 반역 말이다. 개들도 그렇다. 코카 스파니얼, 비글, 미니어쳐 슈너우저가 3대 지랄견으로 유명하다. 힘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산책을 시켜서 힘을 빼놓으면 된다. 사람도 같다. 민병대 미친 학살을 막으려고 예비군 허무한 짓을 한다. 인생은 성공도 행복도 출세도 필요없다. 어차피 삽질이다. 괴상한 짓만 벌이지 않아도 인생은 성공이다. |
" 개길 수 있으면 개겨라. ~ 어차피 다른 뻘짓을 할게 분명하니까 그걸 막을 목적으로 그냥 삽질을 하자는게 인생이다.~ 괴상한 짓만 벌이지 않아도 인생은 성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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