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안녕하세요, 김근태 의원님,
혹시 저를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9월 30일날 민주당사 앞 연단에 올라가
김의원님의 눈을 바라보며 깊이 절을 하던 머리 흰 여자를 기억하시는지요?
바로 그 여자가 저입니다. {===>노혜경시인}
김근태의원님을 존경하는 노무현지지자입니다.
님께 말씀드리고픈 일이 있어 이곳을 방문했네요.
(님 홈페이지에도 올릴 것입니다.)

**

김근태님, 드디어 때가 오고 있네요.
이제 님이 일어나 노무현의 손을 잡고,
더이상 후보단일화 논의는 없다, 단일화는 노무현과 나 김근태가 하는 것이다,
역사의 대표성은 우리에게 있다고 선언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선거하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이기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만 하면 이긴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과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정치를 장기훈수두듯 하는 논평자들이 아니라
기꺼이 이 나라의 성숙을 위해 온몸 바쳐 뛸 각오가 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김근태 의원께서 극우수구의 재집권을 얼마나 염려하고 계신지 잘 압니다.
다음 세대에게 님이 겪으신 고초를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의 애틋함을,
가끔 생각하면 가슴이 깊이 저려오기도 합니다.

저역시, 그 시절을 제 아이에게 어찌 되풀이시키고 싶겠습니까?
그 때문에, 님이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에
미련이 있다는 것,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김영삼씨의 삼당합당이 비록 민주화 세력의 일부 집권이라는 작은 숨통을 틔우는 데 성공하기는 했어도,
정치를 거대한 모사꾼들의 야합으로 만들었다는 역사적 과오는
쉬이 치유되지 않습니다.
그 고통은 결국 국민들이 나누어 져야 합니다.
아니, 이미 질 수밖에 없었지 않습니까.

때문에, 이기더라도 정당한 과정으로 통해 이기지 않는다면,
법적 정통성은 있을지라도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은 잃어버리게 됩니다.

더구나 이미 쪽수가 아니라 정당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6월 시민항쟁은,
정당한 소수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혁명입니다.
그러므로, 정당성을 잃어버린 개혁정부는 사사건건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혼자서라면 국민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가며 더디더라도 착실하게 할 수 있을 개혁도,
정노 단일화 정부가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끊임없는 비판과 세의 과시와 이익을 추구하는 주장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건 더 이상 개혁정부가 아닌 반수구 이익정부에 불과할 테니까요.
정몽준을 개혁세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은 님 자신이 더 잘 아실 테니까요.
그리하여, 수구세력에게는 잠수할 공간을 주고, 개혁세력에게는 입맛쓴 체념을 주는 그런 세상이 될 테니까요.


제 이야기를 잠시 해드려도 될는지?

저는 부산여자고요,
운동권 출신도 아닙니다.
하지만, 87년까지의 시간을 저나름의 고초를 겪으며 보낸 그 세대 사람입니다.

어쩌다보니 87년 5월, 저는 부산가톨릭센터 6층에 있었답니다.
비록 부산이라는 변방에서였지만,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싸우려고 일어섰더랍니다.
그곳이 6월항쟁 이전에 해방구라 불렸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는지요?
광주비디오 상영전, 광주사진전이 열렸고,
그 건물 안에서는 그 어떤 격렬한 군사독재정권에의 성토도 제지받지 않았더랍니다.
경찰과 기관원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아주 작은 승리였지만, 그렁 해방구가 있었기에
6월의 대폭발이 가능했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답니다.

당시 저는 만삭이었답니다. 이미 임신중독으로 조금만 오래 서 있어도 다리가 붓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위태로운 임산부였지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랫배가 돌덩이처럼 뭉쳐오더군요.
봄이라 더 추운 건물 안 차거운 사무실에서, 난방이 되지 않는 부엌의 식탁에서,
밤세워가며 지금처럼 편지를 쓰고 격문을 쓰고 하던 후유증이지요.
뱃속의 아이가 딱딱해지는 자궁 안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느꼈지요.
하지만, 그 돌같은 배를 따뜻한 수건으로 맛사지해가면서,
부여안고 울어가면서 기도문을 썼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이면 제가 쓴 기도문이 등사되어 수녀님들의 검은 수도복 안에 숨겨져서
부산시내의 많은 성당으로 퍼져가야 했으니까요.

저는 결국 정상적인 출산에 실패했고, 위험한 수술로 아이를 겨우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제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겪은 고통때문에 몸 여러 군데의 뼈가 정상이 아니랍니다. 많이 아파하지요.

노태우가 집권한 뒤, 김영삼이 삼당합당한 뒤,
저는 하마터면 잃어버리 뻔한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안고 갈 때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출산의 악몽을 꿀 때마다
왜 그런 어리석은 일을 했던가라는 작은 후회에 휘말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도 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노력이라도, 그렇게 역사앞에 무언가 했다는 것,
무임승차 안했다는 것,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알고 실천했다는 것,
제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임을 서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가 제게 며칠 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는 데까지만 해주세요,
다 못하면 그건 우리 세대의 몫입니다.
우리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극우수구세력은
집권저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올바른 쪽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결코 타협하지 않음을 보여줄 때
해결이 시작된다고 저는 봅니다.

김근태님, 님의 마음의 간절함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올바름이 이기게 해야 합니다.

님은, 님 자신의 지지율에 실망하신 일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지지율은 님이 지닌 역사적 정당성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님의 정치적 힘은,
지지율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님이 짊어진 역사의 무게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노무현이 역사적 의미가 지지율로서 훼손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지율이 아무리 낮아도 훼손될 수 없습니다.
나아가 그 힘은 오로지 노무현과의 결합을 통해서만 발휘되는 그런 힘일수밖에 없음을
님도 너무나 잘 아시지 않는지요?

극우와 싸우는 일은 젊은이들의 역사적 몫으로 남겨두십시오.
님은, 왜 그들과 싸워야 하며, 그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세우는 조타수이십니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지도자의 의미는 역사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에 있습니다.
님의 이름 석자가 민주화의 정통성이라는 의미일진대,
그 정통성을 노무현 아닌 다른 이름에 싣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김근태에 의한 김근태에의 배신이 될 것입니다.

미래를 여는 이름 노무현과,
더럽혀지지 않은 역사의 표상인 김근태의 결합만이
자랑스러운 현재진행형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후보단일화입니다.

이제 님에게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님의 손으로, 노무현의 손을 잠아 올려주세요.
그리고 노후보의 지지율이 20%대를 넘머 30%대로 치솟는 경험을 하십시오.

후보 단일화의 타겟은
정몽준이 아니라 바로 님입니다.

온 세상이 바로 님의 입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입니다.
이제 일어서 주세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52 Re..이현세가 아니라 이제부텀 '이헌세' 임(냉무) 손&발 2002-12-06 18517
451 재미로 하는 퍼즐 맞추기 무림거사 2002-12-06 15825
450 [서프펌] 읽는 순간 소름이 -_-;; 왕소름 2002-12-06 18196
449 Re.. 한나라 알바입니다. 김동렬 2002-12-06 16587
448 다행입니다. ㅜㅜ 왕소름 2002-12-06 16876
447 노무현한테 악수 해줬다. 무현님 고마운줄 아세요 우굴 2002-12-06 16231
446 [논평]이회창후보의 광주유세가 성공하기를 빌며 걱정된다. 2002-12-05 16236
445 이회창진영이 구사하는 최악의 전술 김동렬 2002-12-05 19414
444 몽!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_@ 하늘땅 2002-12-05 16725
443 몽의 대답 image 무림거사 2002-12-05 16450
442 한나라당의 자충수? image 김동렬 2002-12-04 16822
441 너무 웃기 잖아. (i-i) 돌팅이 2002-12-04 16927
440 살빼실분 이회창 후보 찍으세요 황인채 2002-12-04 17255
439 <도올 김용옥기자의 현장속으로>감흥없는 `허무개그` 김동렬 2002-12-04 16485
438 뭐야, 도올 돌팅이 2002-12-04 16691
437 곤충채집 겨울방학 숙제 유비송신 2002-12-04 19290
436 배짱이가 30마리도 안된단 말이오? 파브르 2002-12-04 15897
435 노무현이 명심해야할 토론 10계명 김동렬 2002-12-04 16864
434 하나로당원과 아줌마 @..@ 2002-12-04 16512
433 권영길 후보의 역할분담.. ^6 시민K 2002-12-04 16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