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54 vote 0 2021.12.02 (15:30:15)

    구조론은 사건을 해석하는 도구다.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사물은 그냥 관찰하면 되는데, 사건은 여럿이 모여서 계를 이루고 이차적인 변화를 일으키므로 퍼즐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사건은 해석이 필요하므로 도구를 써야 한다.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단 것은 사물의 성질이다. 성질은 변하지 않으므로 믿을 수 있다. 그런데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과일이 썩는 것은 사건이다. 구름이 조금이면 괜찮은데 많이 모이면 비가 된다. 상자에 담긴 과일 중에 하나가 썩으면 순식간에 죄다 썩는다. 사건은 일정한 조건에서 갑자기 격발된다. 사건은 고유한 속성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이차적인 조건이 결정하므로 헷갈리게 된다.


    사건은 원인과 결과, 전체와 부분, 연결과 단절이 머리와 꼬리로 나누어 대칭을 이루고 톱니가 맞물려 돌아간다. 우리는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퍼즐 맞추기를 시도하지만 사건의 복잡성이라는 장벽에 막혀 좌절한다. 사건은 진행하면서 열린계가 닫힌계로 바뀌고, 강체가 유체로 바뀌면서 객체의 고유한 속성은 의미가 없고 수학적 확률이 지배하게 된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사물이 재료라면 사건은 요리다. 요리사는 지지고 볶고 데치고 삶아서 원재료에 없는 새로운 맛을 도출해 낸다. 그것은 속성이 아니라 관계, 성격이 아니라 궁합이다. 사물을 보는 단순한 시선으로 복잡한 사건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런데 복잡한 것은 추려서 역으로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구조의 힘이다.


    구조론은 수학화 시켜서 보는 방법이다. 사건에 닫힌계를 걸어 외부 변수의 개입을 차단하고 판을 키워서 유체의 성질을 부여하면 자원이 가진 고유한 속성은 사라지고 수학적인 관계가 성질을 결정한다. 사건 내부에서 대칭을 이루고 토대를 공유하며 나란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있다. 사건의 메커니즘을 끌고 가는 핸들이 있다. 그 핸들을 잡아야 한다. 비로소 정상에서 전모를 볼 수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2749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2986
6280 신데렐라 이야기 1 김동렬 2022-12-21 2612
6279 세상은 점이다 2 김동렬 2020-03-01 2615
6278 한국인들의 민주주의 멀미 김동렬 2023-08-13 2615
6277 제주도사람과 호남사람 김동렬 2023-02-26 2616
6276 비수술 트랜스젠더 문제 김동렬 2023-03-20 2616
6275 사물이 있고 사건이 있다. 1 김동렬 2019-11-20 2617
6274 초심자를 위한 구조론 김동렬 2022-05-19 2618
6273 구조론의 출발점 2 김동렬 2022-12-19 2618
6272 양질전환은 없다 1 김동렬 2023-01-14 2624
6271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 김동렬 2022-06-07 2625
6270 예술의 이해 김동렬 2022-05-09 2628
6269 구조론의 도전 김동렬 2022-10-08 2630
6268 구조론과 철학 1 김동렬 2020-08-25 2631
6267 변화를 보는 눈 김동렬 2023-11-01 2631
6266 인요한님 맞을래요 김동렬 2023-11-14 2632
6265 결정론과 확률론 3 김동렬 2022-11-20 2633
6264 자발성 원리 김동렬 2023-09-18 2636
6263 위기의 본질 김동렬 2022-05-15 2638
6262 허무주의에 대하여 김동렬 2023-03-05 2643
6261 윤석열의 망언 김동렬 2022-12-05 2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