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33 vote 0 2021.03.13 (20:52:02)

      

   검사 위에 국민 있다


    기술자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안 된다. 가부장에게 맡기고, 전문가 집단에 맡기고, 봉건영주에게 맡기고, 귀족들에게 맡기고, 원로원에 맡기고, 엘리트에게 맡기고, 군인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대신 대중은 문제해결능력을 잃어버린다.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은 잘하지. 맞는 말이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제일 똑소리 나는 집단은 군인들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춘다. 왜? 군인은 국민을 교육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미디어다. 정당과 시민단체와 학교다. 국민 스스로다.


    군인이 전면에 나서면 국민이 멍청해진다. 중국은 선한 황제에 대한 환상에 빠져 나라를 망쳤다. 청나라 때 전 세계 GDP의 반은 중국이 차지했다. 서구의 사신들은 떼로 몰려와서 황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항구를 열어 차와 도자기와 비단을 내려주기를 간청했다.


    다투어 음악상자와 시계를 황제에게 바쳤다. 조잡한 장난감이지만, 황제 폐하의 심심풀이는 될 것이라며 읍소했다. 강희자전은 그 시절을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붉은 수염 달린 서양 오랑캐들이 얄궂은 재주가 있지만, 우리 중국 기술자도 시계 따위 금방 복제했지.


    서양 물건들이 소인배의 눈요기가 될 뿐 도무지 쓸 데가 없잖아. 중국인들은 강희제와 건륭제, 옹정제의 치세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황제의 재림만 기다리고 있을 뿐 스스로 노력하지는 않는다. 마오쩌뚱이나 시진핑이 왕년의 좋은 황제가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짜르 표트르와 여제 에카테리나의 재림만 기다리고 있다. 계몽군주에 대한 판타지다. 알아야 한다. 계몽군주가 나라를 망친다는 사실을. 계몽군주는 국민을 계몽대상으로 만든다. 1천 년 후에도 국민은 여전히 계몽대상으로 남아있다. 이상한 역할극이 된다.


    선한 황제와 선한 계몽군주에 의해 민중이 바보가 되면 나라는 망한다. 역할을 나누면 안 된다. 계몽군주는 필요 없고 계몽국민이 필요하다. 박정희나 윤석열이나 한 가지 재주가 있다고는 하나 기술자에 불과하다. 국민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 도구의 주인은 민중이다.


    더디 가도 민중이 주인이 되는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독수독과다. 독나무의 열매는 독이다. 실용주의로 가서 중국처럼 소매치기는 손목을 잘라버리고, 사기꾼은 혀를 잘라버리고, 기레기는 손가락을 잘라버리면 범죄가 줄어들겠지만, 대신 공산당들이 부패한다.


    중국은 1년에 5천 명씩 사형되지만 그래서 좋아졌는가? 중국 공산당의 반은 범죄자로 봐야 한다. 스탈린이 왜 대숙청을 했겠는가? 당시 지방정부의 공산당은 반이 가짜였다. 개판이었다. 범죄자만 때려잡으면 관료가 타락한다. 이는 풍선효과와 같다. 정해진 공식이다.


    열 도둑을 놓치더라도 검찰이 바로 서야 국민이 현명해진다. 상호작용이 증대되어야 한다. 권한을 나누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검찰이 독점하면 안 된다. 다른 나라들이 무수한 시행착오의 끝에 이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렇게 가는 것이다. 


    우리가 선한 관리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조선시대부터 영감님 대감님 하며 관리를 숭배하는 관습이 이어져 검사와 국회의원을 숭배하는 풍조가 생겼다. 검사도 졸이고, 국회의원도 졸이고,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이 최종보스다. 국민이 가장 큰 권력을 가져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43454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33678
1721 진보의 구조 김동렬 2007-02-16 12820
1720 가치지향의 세계관 김동렬 2007-02-15 12306
1719 최장집 황석영들의 슬픈 허우적 김동렬 2007-02-13 11176
1718 단상 - 어느 탤런트의 죽음 김동렬 2007-02-10 15667
1717 진화의 완성 김동렬 2007-02-08 11888
1716 구조론으로 본 진화의 원리 김동렬 2007-02-06 9075
1715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김동렬 2007-02-04 16331
1714 구조론으로 본 진화원리 김동렬 2007-02-04 9343
1713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 김동렬 2007-02-02 11169
1712 라이트형제의 성공 최장집들의 실패 김동렬 2007-01-27 11306
1711 최장집의 굴욕 김동렬 2007-01-26 10895
1710 근태 동영이 신당의 걸림돌이다 김동렬 2007-01-19 12230
1709 근태 동영은 정계은퇴 하라! 김동렬 2007-01-17 11011
1708 최종이론의 의미 김동렬 2007-01-17 11299
1707 최종이론은 가능한가? 김동렬 2007-01-14 10486
1706 지갑줏은 민노당 그 지갑 어쨌나? 김동렬 2007-01-12 11162
1705 이명박, 부자 몸조심인가? 김동렬 2007-01-10 13421
1704 이문열은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김동렬 2007-01-10 10851
1703 김근태 갈짓자 행보 김동렬 2007-01-08 14616
1702 자유가 인간을 진리케 하리라 김동렬 2007-01-06 12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