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36 vote 0 2024.06.29 (19:56:43)

    구조는 깔때기다.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에너지라면 출구로 나오는 것은 에너지가 아니다. 입구가 2차원이면 출구는 1차원이다. 묶음이 쪼개져서 낱개로 나올 뿐 낱개가 묶음으로 묶여져 나오는 일은 없다는 것이 열역학 법칙이다.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 묶음과 낱개를 헷갈리는 것이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오류의 근원이다.  


    봉건주의는 입구와 출구를 고정시킨다. 입구를 왕이 차지하고 차례로 귀족과 기사와 농노의 위치를 정한다. 위가 아래를 쥐어짠다. 물레가 방아를 착취한다. 왕이 귀족을 압박하고, 귀족이 기사를 압박하고, 기사가 농노를 압박한다. 효율이 낮다. 압박하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한 번 압박하면 더 압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수시로 깔때기를 교체하고 포지션을 뒤집는다. 평소에는 왕이 낄때기 입구를 차지하지만 선거 때는 반대가 된다. 집단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다수가 위를 차지해야 하고 세부적인 실행은 반대로 소수가 위를 차지해야 한다. 신분이동이 활발할수록 압박의 효율이 높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위치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는 다양한 깔때기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깔때기를 찾아갈 수 있다. 자본주의는 제 발로 깔때기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빨리 들어가면 빨리 나와서 자기만의 깔때기를 만들 수 있다. 창업할 수 있다. 젊어서는 깔때기 밑에서 착취당하지만 그 과정에 얻은 기술로 새로운 깔때기를 개설할 수 있다. 성공은 복불복이다.


    사회주의는 커다란 하나의 깔때기를 만든다. 작은 깔때기가 여럿 난립할수록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모든 수험생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까오카오高考 입시를 치른다. 효율적이지만 리스크가 커진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중국 축구가 월드컵에도 못 가는 이유다.


    인간은 깔때기를 피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료함과 허무함의 압박을 받는다. 부잣집 도련님이 한량짓해서 가산을 탕진하는 이유다. 인간이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의지하므로 압박받는다. 인간은 압박을 자청하게 된다. 의사결정 스트레스 때문이다. 등을 떠밀리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못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31494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21593
21 DJ가 인기없는 이유는 김동렬 2002-09-18 16616
20 Re..성소는 망해도 너무 망해서 김동렬 2002-09-18 17683
19 부시의 엑스파일 김동렬 2002-09-17 17100
18 유시민신당과 함께 생각해 보는 민주주의의 미래 김동렬 2002-09-17 17403
17 고부간과 아파트 구조 Blitz 2002-09-16 17427
16 반갑습니다. 손님이 많아졌네요-.-;;(ㅁㅜ) 김동렬 2002-09-16 18996
15 Re..실은 육지와 바다에 한 쌍의 손이지요. image 김동렬 2002-09-15 19577
14 Re..위 사진에서 손의 높이는 몇미터쯤? image 김동렬 2002-09-15 20169
13 Re..태풍이 가고 난 후 image 김동렬 2002-09-14 18702
12 Re..태풍 루사에 저항하고 있는 거인의 손 image 김동렬 2002-09-14 19449
11 포항 구룡포 호미곶 image 김동렬 2002-09-14 17756
10 신종 사기수법 조심 김동렬 2002-09-14 18370
9 노무현 잘하고 있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김동렬 2002-09-12 18581
8 Re..동렬이 아자씨 팬인데요 김동렬 2002-09-12 18114
7 노무현 학생층 공략작전 대성공조짐 김동렬 2002-09-12 18831
6 노무현은 부패를 척결할 수 없다? 1 김동렬 2002-09-11 18483
5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사람들 김동렬 2002-09-10 18941
4 800만원으로 박항서 등쳐먹으려 드는 정몽준 김동렬 2002-09-10 20398
3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길은정이 편승엽에게 김동렬 2002-09-08 20866
2 서프라이즈 업로드 태그 김동렬 2002-09-08 1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