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크로마뇽인의 역사 30만 년으로 본다면 그동안 인류는 몇 번에 걸친 결정적인 도약이 있었다. 처음 언어의 등장으로 인류는 짐승과 달라졌다. 언어가 있다는 것은 집단의 대표성이 있다는 뜻이다. 완전히 다른 세계다. 비로소 짐승의 때를 벗고 인간이 되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70억의 대표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음은 수의 등장이다. 부족민은 숫자를 두려워 한다. 하나 둘 다음은 많다이다. 하나는 홀수요 둘은 짝수다. 그다음은 없다. 어떤 젊은이가 3을 발견했다. 족장은 3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다. 그 문턱을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1과 2는 그냥 알 수 있지만 3부터는 셈을 해야 한다. 만만치 않다. 문제는 멈추지 않는다는 거다. 3에서 멈추지 않고 12까지 바로 간다. 최종 10으로 정리되었다. 우리말과 영어와 한자어에는 3진법과 4진법이 섞여서 12진법으로 갔다가 10진법으로 되돌아온 흔적이 남아있다. 3은 참으로 두려운 것이다. 중간에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폭주가 일어난다. 계급이 발생하고 차별이 일어난다. 모든 부족민이 함께 갈 수 없다. 셈이란 어려운 것이다. 그 세계로 전진할 것인가? 원시 부족민의 아이큐는 50이고 현대인의 아이큐는 100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살해된 것이다. 도처에서 비극이 일어났다. 부족민의 족장이라면 쉽게 그 세계로 나아가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다음의 도약은 기하학의 등장이다. 대수학과 기하학은 방향이 다르다. 대수는 다름에 주목한다. 형태가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냄새가 다르고 소리가 다르다. 하나씩 다름이 포착될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카운트 되는 것이다. 흑인과 백인은 달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와 달라. 서울내기와 촌놈은 달라. 남한과 북한은 달라. 유태인과 독일인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구. 그러나 기하학은 같음에 주목한다. 형태가 달라도 같다는게 기하학이다.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동양은 다름에 주목했고 서양은 같음에 주목했다. 다르면 생존할 수 있다. 산과 바다와 바위와 나무와 계곡과 숲은 달라. 곰이 쫓아오면 나무에 오르고 적군이 쳐들어오면 숲에 숨어야 해. 다름은 확실히 생존에 도움이 된다. 같으면? 경상도와 전라도가 같다면? 남자와 여자가 같다면? 흑인과 백인이 같다면? 같으면 다스릴 수 있다. 가부장은 같음에 주목한다. 형과 동생이 키는 달라도 같은 김씨야. 우리는 같은 한가족이라구. 다르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통제되지 않는다. 같으면 통제할 수 있다. 같으면 무리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동양은 다름에 주목하므로 차별하다가 망했고 서양은 같음에 주목하므로 다스릴 수 있어 흥했다. 위상기하는 거기서 한 술을 더 뜬다. 개입횟수가 같으면 같다는 거다. 구조론은 다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건이 같다면 같은 것이다. 남녀의 다름을 발견하면 거절할 수 있다. 여기는 여자화장실이야. 넌 달라. 들어오지마. 같으면 찬성할 수 있다. 너희도 11명이고 우리도 11명이니 숫자가 같다. 그러므로 축구시합을 하자. 같으면 동업할 수 있다. 같으면 동참할 수 있다. 같으면 게임을 할 수 있다. 함께 할 수 있다. 일을 벌일 수 있다. 달리기를 해도 출발점에 나란히 서야 한다. 금수저는 특별히 10미터 앞에서 따로 출발한다고? 시합은 불가능이다. 사물의 세계가 있다. 사건의 세계가 있다. 다른 세계다. 인류역사 30만 년간은 사물의 세계이고 다름의 세계였다. 사물은 다르다. 세모꼴 네모꼴 형태가 다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다르다. 다를 때 숫자가 카운트 된다. 구조론은 같음의 세계다. 에너지로 보면 같다. 원인측으로 보면 같다. 출발점에는 모두 벌거숭이로 같다. 사물은 형태가 있고 속성이 있고 크기가 있고 결과가 있다. 사물은 속성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형태가 다르고 결과가 다르다. 사물로 보면 다름에 주목하게 된다. 숨게 되고 도망치게 되고 방어하게 된다. 다르면 숨기 좋고 도망치기 좋고 방어하기 좋고 거절하기 좋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으면 숨을 수 없고 거절할 수도 없다. 사건은 에너지가 있고 원인이 있고 방향성이 있고 완전성이 있다. 사건은 에너지가 같고 원인이 같고 방향성이 같고 완전성이 같다. 사건을 표현하는 말은 모두 같음을 나타내는 개념들이다. 남자와 여자가 외모가 달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사건은 시작된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비로소 창업할 수 있다. 구조론은 간단히 같다는 거다. 같아야 통제할 수 있다. 양이 백 마리라도 다 같은 양이다. 같으므로 한 명의 목자가 무리를 통제할 수 있다. 거기에 염소가 끼어들면 다르다. 다르면 뿔뿔이 흩어져서 통제가 되지 않는다. 무수한 다름 속에서 한 가지 같음을 찾아낼 때 우리는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전진할 수 있다. 패배자는 다름을 찾아 생존을 꾀하고 승리자는 같음을 찾아 다스려낸다. 인간은 다 달랐지만 언어로 대표성을 얻어 같아졌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같고 여자든 남자든 같다.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얻어 다시 한 번 같아졌고 기하학으로 나아가서 더욱 같아졌고 지금 구조론으로 인류는 다시 한 번 같아지려고 하고 있다. 칼을 쓸 때는 무사들의 실력이 제각각이었다. 총이 등장하자 같아졌다. 말을 탈 때는 솜씨가 제각각이었다. 자동차가 등장하자 같아졌다. 무사가 숙련되는 데는 3년이 걸린다. 기병이 양성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총은 다루는 법을 하룻만에 배우고 자동차는 한 달만에 면허를 딴다. 진보는 차별을 없애온 역사인 것이다. 구조론은 같다. 사건으로 보면 같고 에너지로 보면 같고 구조로 보면 같다. 같음을 꿰뚫어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직원의 업무능력이 제각각이지만 매뉴얼을 만들면 같아져 버린다. 그런 회사가 성공한다. 다름은 개인이고 같음은 집단이다. 에너지는 집단에서 나온다. 다름은 에너지가 없고 같으면 에너지가 있다. 이길 수 있다. |
"다름은 에너지가 없고 같으면 에너지가 있다.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