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이상우
read 4500 vote 0 2010.06.16 (00:01:49)

저희반에 왕따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2년간 누적 왕따였습니다.
그 아이는 7년동안 베프가 없습니다.
어머님이 내성적이시고, 어렸을 때 너무 엄하게 하셨던 것이 원인입니다.
애들은 약한 애들, 자기 눈에 별볼일 없는 애들은 귀신같이 찾아내서 괴롭힙니다.
혐오스런 별명을 붙이고 폭언과 폭력, 가혹행위를 일삼습니다.

저는 요즘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반에 왕따가 있다면 변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2년동안 이 아이가 말하는 것을 들어본 아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친구가 물어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어렴풋이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얼굴에 미소가 보입니다. 2년간 발표를 안하던 아이가 2달간 2번 발표를 했습니다.
지난 주 상담주간에는 어머님, 아버님 다 오시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자리에 앉았습니다.

1시간 20분간 얘기를 했습니다.
어머님도 아이가 마음문을 열고,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해 대화법 책 읽으시기로 했습니다.
저도 같이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제가 농담하면 여느 애들처럼 웃습니다.
2년간 왕따였는데, 지난 두 달동안 우리반 아이 중에서 
이 아이에게 바이러스라고 놀린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교우관계 조사해보니 이 아이가 싫다고 쓴 아이들이 과반이 넘습니다.
아직까지는 애들이 말을 걸기 전까지 먼저 말하지 않습니다.
반에서는 아직도 애들 뒷담화를 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4공주가 활개를 칩니다.
4공주들이 따로 따로 찢어져서 다녔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0%입니다.
그래도, 가능한 찢어놓습니다. 부모님들께도 너무 어울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화를 드립니다.

왕따는 변합니다.
먼저 교사가 변해야 합니다.
아이의 마음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선생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자신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해야 합니다.
자신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될 존재임을 자각하게 합니다.

다음으로 학부모가 변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윽박지르거나 아이를 방임해서는 아이가 안변합니다.
문제학생뒤에 문제부모의 상관관계는  경험적으로 7~80%정도는 됩니다.
부모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명확하게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교사가 자기 자식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오해할지도 모르나, 어쩔 수 없습니다.
차근차근이든 직설적이든 아이의 정확한 상태를 알려야 합니다. 그러면서 정보를 나누고 협력해야 합니다.
부모가 조금씩이라도 교육되어야 합니다. 부모의 노력없이 아이가 변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변하고 부모가 변해도 애들이 변하지 않으면 왕땅 어린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변하듯, 애들이 그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며 부담을 덜어주고 마음문을 열도록 해줘야 합니다.
교사가 다른 애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면, 애들도 왕땅 어린이를 배려하기 시작합니다.
편한 인사부터 시작해서, 모둠활동에서 의견 나누기 등, 작은 것 부터 실천할 수 있습니다.
왕따를 괴롭힌 아이는 호되게 혼을 내야 합니다. 왕따 아이에게 하는 장난은 장난이 아니라
폭력 그 자체입니다. 장난이었다는 말을 한 번은 넘어가 줄 수 있지만, 두 번은 안됩니다.

교사가 변하고 부모가 변하고 반친구들이 변한 다음에
아이에게 조금씩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주변사람들이 먼저 변한 이유는 그래야 그 아이에게 변화를 자연스레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상태, 얼굴표정, 말걸기, 행동하기, 글쓰기 등 다각적인 부분에서 아이는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고도의 인내심과 지혜를 요구하는 거대한  치유과정과도 같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인간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면 스스로가  변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습
니다.

선배 선생님들께 많이 듣는 말이

"쟤는 원래 그랬어요. 부모는 더 해요, 말이 안통해요"

"괜한 기대를 걸었다가는 선생님만 기운빠지고 상처받을 꺼예요" 였습니다.

작년에 6학급 전교왕따였던 저희반 3학년 왕따 아동이 활발하게 반의 구성원으로 되는데
3개월 걸렸습니다. 2학년 애들한테도 무시당했고, 무표정에 수업시간에는 일절 말을 하지 않던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저학년이라 왕따가 고착화된 것은 아니고. 집에서는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열등감이 컸던 아이였는데 반친구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6학년 아이가 변하는 것은 3학년 아이보다 몇 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이미 소문이 나있고, 교육환경도 팍팍하니까요.

앞으로 아이와 실제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5개월 정도입니다.
2년간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듭니다. 1년 맡고 중학교 올려보낸 후 더 후유증이
클 수도 있다는 주변 선생님들의 조언도 들립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인간다운 대우를 받았을 때, 인간답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해 보았을 때
아이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제작년에 체구가 유난히 왜소했던 6학년 아이도
거친 중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때 서툴었지만 1년동안 부대끼며 소통하고 배려하고

방방이 같이타고 떡볶이 사먹고 물고기 잡고 나무 열매 따라 다니면서
아이가 많이 성숙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졸업후 전화를 해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 힘들면 선생님이 바로 달려가서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돈뺏고, 귀찮게 하는 애들 있는데, 그래도 견딜만 해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어떨 땐 그냥 넘어가고 피할 때도 있고, 화낼 때도 있고
심하면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되요" , "그래도 친한 친구도 있고 학교 생활 재미있어요"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왕따가 왕따에서 벗어난 사례를 저는 듣고 싶습니다.
잘될 것 같았는데 잘 안된 사례를 저는 듣고 싶습니다.
왕따 문제를 잘 이겨내신 선생님들과 교류하고 싶습니다.
따돌림 당한 어린이가 중고등학교 가서 어떻게 되었는지
따돌림에서 벗어났던 경험이 있던 아이가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따돌림 당하는 아이가 없는 학교가 현실이 될 것을 믿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10.06.16 (09:16:28)

친구가 없으면 선생님이 친구해주면 되지 않겠소.
끝나고 같이 공차고 놀아주고
재밌게 놀면 한둘 끼어들 수도 있겠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6.16 (09:50:01)


왕따문제는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교육만이 정답이오.

왜냐하면 인간의 유전자 안에는 원래
동생을 죽이라는 지령이 숨어 있기 때문이오.

뻐꾸기나 새 종류들에서 먼저 태어난 형이
부화하기 전의 동생을 둥지에서 밀어내서 죽이듯이.

이건 자연스런 정글의 법칙이오.
그러므로 어린이는 왕따행동이 왜 잘못인지 절대 깨닫지 못하오.

선생님이 백 번쯤 이야기해도 머리로 이해할 뿐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오.

그러므로 교과서에 써놓아야 하오.
왕따문제는 인종차별 성차별 장애인학대 윤리 도덕 노인공경 이런 것과 같은 범주에서 교육되어야 하오.

부모에게는 효도하고 국가에는 충성하고 이런 이야기와 별도로 가면 안 되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이렇게 가면 절대 답이 안 나오오.

이게 그거다 이렇게 되어야 하오.
왕따행동이 곧 불효고 매국노짓이고 양심을 훔친 소매치기짓이고

인종차별이고 성차별이고 환경파괴짓이고 테러행위고 성폭행범죄임을 알아야 하오.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행동과 식인종이 사람을 잡아먹는 행동과 왕따행동이 같은 행동임을 알아야 하오.

그러나 교과서에서 그 점을 분명히 적시하지 않으므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이렇게 되어

선생님보다 교과서를 신뢰하는 어린이들이
실감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오.

학교에 오는 이유가
글자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인데
그걸 모르니 다 안 되는 것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0.06.17 (02:06:20)

굉장히 공감합니다.
근본적으로 교육에서 해야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나쁜 행동인지 분명하게 정확하게 철저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쌍방 변명듣고 입장 이해하고 그럴 문제가 아닙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솔숲길

2010.06.16 (11:18:41)

ebs 다큐프라임에서 초등생활보고서 3부 중 '차별'을 방영한적 있소.
차별당한 아이들의 심각한 분노가 귀여웠소.
그러나 왕따 당하던 아이는 그 차별을 차별로 느끼지 못하고
그냥 별거 아닌듯 무덤덤한 모습이
쥐들의 폭력을 용인하는 우리사회 같았소.
이건 교육이 꼭 필요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6.16 (12:20:31)

왕따질 자체가 목숨이 걸려있어 하는 짓입니다.
공동체가 처한 비참한 현실에 대한 반응인 것이지요.

그런 나라가 있습니다.
이름만 나라지 구실은 수금기계인 나라. 5천만명이 우글거리지만 하는 짓은 수금기.
기계의 주인들이 사는 나라를, 이 수금기계나라사람들은 아름다운나라라고 부릅디다.

나라  꼴이 이러니, 교육 과정엔 명시하진 않지만, 교육과정의 행간과 실재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지요.

목에 들어와 있는 칼을, 정수리에 겨눠진 총을 치워버리지 못하는 두려움과 비참함이 왕따질을 하게 합니다.
칼자루 쥔 넘들을 주인으로 모셔 아름다워 하고 공경하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해야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나라의 아이들은 어려서 부터 누가 갑인지를 알아 내는 능력을 최고로 칩니다.
갑에겐 충성, 을에겐 충성강요가 곧 생존 기초인 나라.

인류 운명에 도전하지 않으면, 이 나라 운명은 바뀌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나라의 왕따들은 인류 운명을 바꾸는 것을 운명으로 안고,
태어난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왕따질하는 때거리는 아무리 커도, 강해도, 똑똑해도 희망이 없습니다. 그대로 지옥이지요.

왕따 당하는 생활은 친구 하나를 만나는 순간 끝납니다.
그러나 왕따질은 모든 친구 다 잡아먹고도 끝낼 수 없지요. 죽는 순간 헛살았다 한마디 남길 수 있으면 다행.

[레벨:15]르페

2010.06.16 (18:22:13)

자신이 왕따 당하고 있음을 인지시키는게 우선일것이오. 이게 젤 어렵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하므로.

자기가 피해를 당해왔음을 알게되면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게 되오.
충분한 신뢰를 쌓아서 대화가 가능해지면, 가해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게 되고, 친구들에게도 차츰 마음을 열게 될거요.

교사가 극심한 폐쇄상태에 빠진 아이에게 신뢰를 쌓아서 현실을 인정하게 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거요.
신뢰가 생기고 자기 상태를 인정하기만 하면, 방법을 찾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06.16 (19:35:42)


이건 하나의 경험인데...
초등학교 3~4학년 때의 일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의 이모 딸이 방학이어서 우리 동네에 놀러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학교에서 놀다가...그 친구가 자신의 사촌을(동갑) 따 시키자고 모의했소...
그런데 나에게 하라고 그랬는데... (그 친구는 그때 당시 나름대로 대장이었다고 생각하면됨)
처음에는 친구들과 사이 좋게 잘 놀고 있어서..그렇게 할까 하다가...
못하겠다고..안한다고..그냥 같이 놀자고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왕따를 당했소...ㅋㅋ (친구의 사촌은 그 사실을 모른척 했소..그러다 자신의 집에 돌아갈 때쯤 나에게 고맙다고 했소...생각해보면 친구의 사촌은 자신을 왕따 시키려 했던 그 사촌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아마도 이유는 생존^^;)
어린 마음에 울면서 엄마한테 갔는데..엄마가 괜찮다고 친구들이 곧 찾아올거라고 했는데...
그러나 한참을 그렇게 외롭게 보내게 되었는데... 어느날  그 친구가 우리집을 옅보고 있었는데...엄마가 들어와라고 하니까...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미안하다고 그래서..다시 잘 놀게 되었소...
그일이 있는 뒤로는 아무도 왕따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중학교에 가서도 친구들을 왕따 시키는 기질을 내 친구는 행하고 있었으나...지금은 평범한 아줌마로 잘 살고 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자기 사촌에게 조금 열등의식이 있었던 것 같고..자신 스스로의 피해의식에서 학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오. 그러나 그런 모습들은 커서도 은연중에 나타난다고 생각되오.

위의 글을 보고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생각해 보았는데... 왕따 당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볼 줄 알아야 하고..그 아이가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하게 하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왕따를 당한 아이보다 왕따를 행하는 아이들이 문제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네요. ^^()
[레벨:8]열수

2010.06.16 (22:59:57)

이상우선생님 훌륭하십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0.06.17 (02:29:11)

아주 오랜 인내심의 시간이 필요하죠.

실제로 그런 친구를 만난 적이 있고 만나고 있는데.....

인간으로 존중받고 마음을 쉴 수 있는  친구인 선생님이 정말 필요하며...
한군데라도 그런 곳이 있고 그 만남을 지속할 수 있다면...
아주 더디더라도  성장하며 극복할 수 있음을 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72 스타벅스 이야기 3 눈내리는 마을 2010-06-22 6763
671 아르헨티나戰, 패배의 이유 image 2 양을 쫓는 모험 2010-06-22 6898
670 요새 투자자가 되어 보니... 3 노매드 2010-06-21 6226
669 새만금부터 ~ 4대강 사업까지.... 11 아란도 2010-06-21 6964
668 아침의 커피 한잔 3 눈내리는 마을 2010-06-19 6282
667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재테크를 해 보다. 2 노매드 2010-06-19 5807
666 천안함 사고 위치 발표 잘못 된 듯 노매드 2010-06-17 6358
» 왕따 없애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요? 9 이상우 2010-06-16 4500
664 부부젤라 9 곱슬이 2010-06-15 4665
663 '소통하는 축구' 16강의 문으로 통하다 image 이상우 2010-06-14 4238
662 아시아의 지성이란 4 눈내리는 마을 2010-06-14 3707
661 범인은 이 안에 있다 3 김동렬 2010-06-14 4506
660 월드컵, 흥이 안 난다. 6 오세 2010-06-11 4747
659 아까 올려보려고 했던 글.. 독소 2010-06-11 3821
658 진짜세력은 투표에 연연하지 않는다 2 ░담 2010-06-11 3116
657 군대와 명박 2 곱슬이 2010-06-11 3293
656 부적절한 글 집중 삭제합니다. 김동렬 2010-06-11 3898
655 이명박 낚시 확인 3 김동렬 2010-06-10 4098
654 진보신당과 노회찬 비난에 부쳐... 8 아란도 2010-06-10 3010
653 한번 알면 보인다 4 곱슬이 2010-06-09 3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