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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19 vote 0 2015.04.07 (13: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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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으려면 고모산성에서 왜를 막아야 한다. 강의 한쪽은 수심이 깊고, 얕은 곳은 일반 병사들이 쓰는 목궁의 사정거리인 60미터 안쪽이다. 성곽 위에서 활을 쏘면 사정거리가 늘어나므로 일렬종대로 올 수 밖에 없는 왜군은 기관총으로 십자포화를 걸어놓은 지점으로 들어온 셈이 된다. 완전 밥이다.


    성곽 위에 돌이 무진장 쌓여 있으므로 투석전이 먹힌다. 신라시대에 쌓은 성인데 돌이 잘 깨지는 점판암 종류다. 성벽도 높고 방어하기에 완벽하다. 이 길을 ‘토끼벼루’라 하는데 토끼나 지나갈 수 있는 벼랑길이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가면 한 명은 어깨가 부딪혀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을 정도다.


    단점은 건너편 산에도 1대를 보내 양쪽을 동시에 틀어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밤에 계곡을 따라 몰래 침입하는 방법이 있으므로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계곡 전체를 방어하려면 최소 3천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충주에서 60킬로 거리인 여기까지 신립이 와서 진지를 편성하려면 최소 3일이 필요하다.


    성벽 아랫쪽의 나무를 베어 화살이나 돌을 던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숲이 우거져 있으면 화살이나 돌이 나뭇가지에 맞아 왜군이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요소요소에 목책을 쳐야 하는데 그 준비작업이 만만치 않다. 여진족과 말 타고 싸우느라 산성전투의 경험이 없는 신립은 무리. 기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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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재는 원래 동쪽에 있는 하늘재와 지릅재 코스를 두고 새로 지름길을 개척했다고 해서 새재다. 새로 생겨난 재다. 새재를 막아도 하늘재-지릅재 코스로 우회하면 그만이므로 의미가 없다. 새재는 경사가 완만해서 버스도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주말에 도보여행객이 수만명씩 몰릴만큼 평탄한 곳이다.


    왜군이 새재를 보고 ‘왜 여기서 막지 않을까?’ 하고 비웃었다는 말은 고모산성에서 충주까지 60키로 구간 전체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진짜 막을 수 있는 곳은 고모산성, 소조령, 지릅재 딱 세 곳이며 각 3천명씩 주둔시키면 왜군이 이화령으로 우회한다 해도 최소 보름 정도는 발이 묶이게 된다.


    소조령과 지릅재, 새재를 동시에 막아야 하므로 병력을 분산해야 한다는게 문제다. 새재는 당시 1관문, 2관문, 3관문이 없었으므로 10킬로 이상 되는 구간 전체를 완전히 틀어막아야 하는데 역시 곳곳에 목책을 쌓고 매복해야 한다. 소조령에 본대 5천을 두고 지릅재와 이화령에 1천씩 보내야 한다.


    새재구간 10킬로 전체에 100명씩 편제된 초를 1초씩 5초를 보내면 왜군은 대군이 골짜기에 늘어져서 오도가도 못하고 뱀이 허리를 잘리는 모양새가 된다. 문제는 훈련되지 않은 농민군이 병력을 분산하는 즉시 ‘고향앞으로’가 되기 때문에 신립으로서는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최후의 선택이라는 거다.


    병력이 도주하면 장수도 달아나야 하는데 그러다가 웃음거리가 된다. 실제로 임진왜란 초기 곳곳에서 병력이 도주했다. 지휘관이 가장 꺼리는 결정이다. 현지 지리를 잘 알고 군기가 제대로 잡힌 부대만이 새재를 막을 수 있다. 권율이라면 새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골짜기 전체를 불질러야 한다.


    당시 산불이 잘 일어나는 봄철이었으므로 골짜기를 완전히 불태워 왜군이 노출되게 해놓고 곳곳에 매복하여 화살을 쏘고 돌을 던지면 대군은 몰살이 된다. 실제 역사에 이런 식으로 대군이 골짜기에서 화공을 받아 몰살된 예가 매우 많다. 그러나 현지 지리를 잘 모르는 신립장군이라면 확실히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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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조령을 틀어막고 소조령과 조령 사이 호리병같은 계곡에 왜군을 몰아넣고 사방에서 불을 지르면 왜군은 살아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전쟁은 원래 입맛대로 되는게 아니다. 왜군이라고 아무런 대비없이 그냥 오겠는가? 왜군이 우회로를 개척하여 배후를 찌른다 해도 3천명으로 보름을 막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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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계백은 100명으로 1만명을 막을 수 있는 천혜의 협곡을 두고 황산벌이라는 불리한 지형에서 막았을까? 물론 시간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김유신은 쌀배달 수레가 많았으므로 1천명 정도가 게릴라전을 펼치면 신라군은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휘관이 잘 빠지는 함정이 있다.


    혼자서 전쟁 전체를 책임지려는 심리다. 신립은 기병으로 돌격하여 왜군의 기세를 꺾는게 중요하다고 여겼고, 계백은 게릴라전으로는 잠시 신라군을 지연시킬 뿐 전쟁 전체의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의 혼자서 다 짊어지려는 심리는 매우 위험하다. 대개 지휘권 유지가 문제로 된다.


    병력을 분산하면 지휘권이 넘어가고 그 경우 통제불능이 되기 때문이다. 단일한 대오를 유지하려다가 대사를 그르치는 것이다. 보통 멀리서 온 장수가 현지 토박이 지휘관과 충돌하는게 그렇다. 토박이에게 병사를 주는 순간 바보가 된다. 그러나 토박이에게 병력을 넘겨야 게릴라전에서 이길 수 있다.



    최종결론.. 


    신립은 바보가 아니며 보통 장수가 흔히 빠지는 심리적 함정에 빠진 것이다. 보통 이렇게 된다. 당시 긴급한 상황에서 뛰어난 장수만 막을 수 있다. 항우처럼 용맹한 장수가 아니라 한신처럼 임기응변에 능한 지략가여야 한다. 그렇다면 1만명 정도로 새재를 틀어막는 방법은?


    1. 게릴라전에 능한 훈련된 병사가 있어야 한다.

    2. 현지 지리를 잘 아는 부장을 거느리고 있어야 한다.

    3. 고모산성에 3천명을 보내 적의 행군을 지연시켜야 한다.

    4. 새재계곡 곳곳에 목책을 쌓고 1초 100명씩 매복시켜야 한다.

    5. 소조령과 조령 사이에 적군을 유인한 후 불을 질러 화공을 펴야 한다.

    6. 이화령과 지릅재에 각 1천명씩 병력을 보내 계곡을 틀어막아야 한다. 

    7. 소조령이나 조령관에 본대를 두고 예비병력을 사방으로 보내야 한다. 


    이기는 방법은 분명 있지만 미리 준비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당시 조선군의 전술은 1만명 이하 소규모 전투에 맞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식의 대규모 전투는 당나라의절도사 방식으로 막아야 하나 그 경우 반란이 일어나서 왕조가 유지되지 않는다. 전쟁 없이는 안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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