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등을 보면 보통 책략가인 제갈공명은 열라 똑똑하고
왕인
유비는
멍청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갈공명이 왕을 하면
삼국통일은
촉이
했을꺼라는
말
들을 한다.
그러나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책사는 절대로
왕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책사가 왕을 뛰어넘을 능력이 있어서 정보
등을
왕에게
불리하게
가져가고
집권세력
내부의
여론을
자기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자기가
왕하지
뭣하러
재상하겠나? 그런 조직은 반드시 분열하고 그런 집단은 역사에서 대충 망하는 공식으로 가곤 한다.
집단 내부에서 좋은 의견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자. 대개 집단의 최고 의사결정 조직의 의장은 왕이 맡는다.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오면 그걸 조직 내부에 공유하고 일차적으로 왕이 의견을 낸다. 근데 그 의견은 대개 완벽한 의견일 수가 없다. 첫 의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치는 있다. 전문가 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의견치고는 꽤 괜찮은 의견을 내놓는다.
그리곤 의장이 책사 및 조직원 들에게 묻는다. “짐의
의견은 이러한테 경들의 의견을 내놓아 보시오.” 그럼 사람들이 하나씩 꺼내 놓는다. 1차의견은 왕의 의견을 보완한다. 2차 의견은 그것을 재 보완한다. 이런 식으로 몇번을 차례대로 거치면 어느 순간 최고의 전략을 산출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왕이 내놓았던 의견보다 훨씬 좋은 의견이 나온다.
의견이 나오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고루 주었기 때문에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있게 된다. 뭐가 좋은지에 대한 센스가 있는 왕은 좋은 의견이 나오면 회의를 중단하고 그 의견을 안건으로 내놓게 되고 그때
그것에 대한 투표를 하게되면 그 자리에 있던 발언권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합의할 수 있는 만장일치가 가능해지게 된다.
만장일치가 가능해진 전략은 집단이 분열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매진할 수 있게 하고 그 결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최고 의사결정 조직원의 숫자는 왕을 포함하여 대개 5명이다. 조직에 규모에 따라 더 많아지거나 적어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홀수를 유지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의사결정 도중에 조직원간 의견 대립이
2:2로 팽팽하게 발생하더라도 왕이 어느 한쪽을 선택함으로써 의견을 모을 수가 있게 된다.
매번 이러면 왕의 선택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조직이 망할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여기서 왕의
능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기때문에 왕의 판단력이 중요하고, 좋은 의견을 왕이 선택했다면 전쟁에서 이길 것이며, 다음번에 의견대립이
발생해 왕이 한쪽을 선택하더라도 조직원들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믿고 따를 수가 있게 된다. 불만있는
자가 오히려 짜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게다가 초반에 이 구조가 성립하기 위해서 한가지가 더 따랐었는데 그건 왕이 스스로 세력을 만들면서
자신과 감정적 교류가 있는 사람들을 의사결정 조직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숱한 전장에서 왕과 의사결정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왕에게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설사 왕이 전쟁에 지더라도 의사결정 원리에 의해 다수파가 왕을 추종하기 때문에 조직은 쉽게 분열하지 않고 왕은
다음 전쟁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핵심 책사한테 좋은 의견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좋은 의견이 나올것 같나? 뻔한 상황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확률상 낮다. 왕이 내놓은
최초의 의견은 앞으로 나올 의견에 반영이 되던 안되던 다음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게 되는 토대가 된다. 찬성을 하던 반대를
하던 최초에 뭐라도 있어야 인간은 생각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은 설사 책사가 내놓은 의견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맞는 의견이라면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기도 하고 또 그걸 알기 때문에 조직이 뭉칠 수 있다. 그게 안되면 조직은 뭉쳐지지도 않는다. 왕이 독불장군이라면 누가 따르겠나? 또한 조직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왕은 그걸 보완하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조직은 일단 유지가 되어야 회의고 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왕은 오히려 조직원이 안정적일 수 있도록 뒤를 챙겨주기에 바쁜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 의견에 대한 판단을 최종적으로 왕이 하게 되는데, 이때도
왕은 남들 눈치보고 대충 고르는게 아니다. 좋은 의견은 반드시 명확한 한 단어로 압축될 수 있어야 한다.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왕이 신하들한테 의견을 물을 때도
이것에 기초하여 대답하도록 이미 사전에 세팅되어 있을 것이다. 설사 안그랬어도 눈치 빠른 놈들은 알겠지. 왕은 이걸 아는거고.
왕은 좋은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다. 책사들이 좋은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의견을 공정하게 선택해주고 그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조직을 세팅하는 사람이다.
근데 이 과정을 겉에서 보면 왕은 그저그런 의견을 내놓고 책사가 좋은 의견을 내놓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멋모르는 사가들은 그것만 보고 왕은 다소 멍청하게 그려놓는 것이다.
역사서에 조직의 정확한 구조에 대한 묘사는 없더라도 나는 이것이 형태는 다르지만 승리하는 조직에 두루
쓰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조는 인간이 발명한게 아니라, 자연에서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는 하나고 손과 발은 두개이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5개로 홀수인 이유가 있다. 그래야 인간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칭기스칸이 썼던 쿠릴타이가 작동하던 방식과 가장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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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때 외우는게 싫어서 역사서를 많이 읽지 않았습니다.
대개 경험에서 나온 것이므로 논리적 오류가 있거나 내용상 보완해야 할 점이 있으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네. 배신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 맞습니다. 그러므로 배신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겠죠.
배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단속하곤 하는데요.
그건 당근과 채찍으로 쉽사리 배신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겠죠.
열국지 읽어보면 그런게 나오더라고요.
근데 요즘 정치판에서는 당근과 채찍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정보에 관한 걸로 구현될것 같긴 합니다만 아는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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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이 일어날랑말랑의 단계까지 간다는 말씀은 대충 느낌은 알거 같습니다.
제가 느꼈던게 그런게 맞나 싶지만, 하도 오래된 일들이라 사건이 기억이 안나네요.
실례지만 구조론적으로 보충해주시면 안될까요?
징기스칸의 부하들처럼
고도의 신뢰로 뭉친 부하들은 대장을 믿기 때문에
오히려 아슬아슬한 발언을 대놓고 합니다.
보통 임금은 7을 가지고 부하에게 3을 주는데, 턱없이 부하가 7을 달라고 하지요.
부하가 왕에게 군대를 있는대로 다 주시오 하고 말합니다.
왕전은 진시황에게 60만을 달라고 했습니다.
진시황은 20만을 주겠다고 했고 왕전은 지휘를 거절합니다.
젊은 장수가 20만으로 출동했다가 초나라 명장 항연에게 털렸죠.
그런데 60만을 주면 백퍼센트 위화도 회군을 합니다.
군대가 출동하기도 전에 이성계가 다음 왕이다 하고 도성에 소문이 나버리고
이성계는 이미 의심을 받았기 때문에 위화도 회군을 안해도 죽습니다.
1차 요동정벌때처럼 보급을 끊어버리는 수가 있는 거지요.
그러나 싸움에 이기려면 믿지 않으면서도 60만을 줘야 하거든요.
이런 아슬아슬한 장면은 많습니다.
한왕이 경포과 한신에게 왕으로 임명한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천하의 젊은 야심가들이 한 자리 하려고 그쪽으로 모여들텐데
곧 그곳에 새로운 생장점이 생기는 거지요.
근데 진짜 믿을만한 사람만이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장량이 한신과 친했다면
유방을 속여서 한신을 왕으로 봉하게 한 후 한신 밑으로 가버리면 그만.
보통은 왕이 자신을 의심할까바 진짜 계책은 내놓지 않습니다.
장량 - 한신과 팽월을 왕으로 봉하여 항우의 배후를 치게 하십시오.
유방 - 너 이넘 한신에게 뭐 받아먹었어?
비슷한걸 자주 느껴서 알듯 말듯 한데.. 정확하게 딱 개념이 그려지지가 않네요.
이건 제가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봐야할 부분인것 같습니다.
언급해주신 역사 부분도 찾아서 좀 읽어봐야할 것 같고요. 제가 역사에 너무 무지하네요.
감사합니다.
에휴
이건 역사공부 문제가 아니고 단순한 겁니다.
부하의 덕목은 불필요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처신하는 것입니다.
즉 나쁜 소식은 임금에게 보고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왕에게 의심할 살만한 나쁜 소식도 보고할 수 있어야 최고의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거.
유비가 관우를 형주에 남겨놓고 서촉으로 들어갈 때
너무 많은 병력을 남겨놓고 가면 관우가 독립해서 왕 되어버리는 거.
너무 적은 병력을 남겨놓고 가면 관우가 패배하여 죽어버리는 거.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최고의 결정을 하려면
'그래 관우 너 왕 하고 싶으면 왕 해라' 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 거.
압. 이제 알겠습니다. 그거였군요. 머리에 확 꽂힙니다!!
일단 쉽게 군사를 줘버리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좀 올리는게 중요하겠네요.
과정도 중요한거죠. 어떤 그림인지 감이 옵니다. 캄사합니다!
보통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관우는 충직하므로 배신하지 않는다 이렇게 소문이 나면
관우 주변에 인재가 모여들지 않고
결국 관우는 죽습니다.
관우가 배신하고 독립해서 왕된다고 소문이 나야
천하의 호걸이 관우 주변에 모이고 그래야 관우가 사는데
보통은 상황이 이렇게 되면 왕이 자기 아들이라도 죽입니다.
조선왕조사에 보면 왕이 세자에게 권력을 줬다가 빼앗고 그러는데 그 이유는
세자에게 인재들이 다 몰려가 버리고 왕에게는 노땅들만 남아서
세자에게 권력을 다 물려주고 자신은 함흥차사로 가든가
아니면 세자를 죽이든가 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한 것이죠.
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눠갖지 못하는게 세상의 법칙.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눠가질 수 있는 조직이 최고의 조직입니다.
징기스칸은 수부테이에게 그런걸 보여줬죠.
여긴 니가 알아서 맘대로 해 하고 떠나가는 거.
아슬한 긴장상태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예전엔 긴장상태가 부담스러워서 그걸 피하곤 했었는데
요즘 보니 긴장상태가 유지되어야
조직(관계, 사이) 자체가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 게이얘기 하실 때 참 이해가 안됐거든요. 이제 감이 옵니다.
양당제도 같은 구조라는게 이해가 되고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니 더 감사합니다.
이게 실제로 현장에서는 의외로 결정하기가 쉬운게 있습니다.
어차피 신뢰관계가 안되면 구조가 무너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 사람은 곧죽어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관우가 배신때릴거라면 관우는 애당초 쓰질 말아야죠. 썼으면 믿고요.
근데 쉽게 주는게 꼭 좋지는 않다는 사실이 새롭네요. 저건 정말로 유의해야겠습니다.
관우 아래 부분 구조까지는 생각하기 어려웠거든요. 저 긴장까지는 겪어보질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 관우 너 왕 하고 싶으면 왕 해라' 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 거. >> 이말을 할 정도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허물없이 서로 냉정한 막말도 막할 수 있는 사이가 돼야겠네요. 이게 중요하죠.
회사내 연구소에서 물건을 개발해서 제조현장서 만들어서 제조부서에서 자신들이 그냥 좋다고 자체 평가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그 상품 실패 한다는 거군요,,,맞아요,,,,수입검사,중간검사,라인검사,출하검사,내구성실험검사,고객소비자 사용결과보고서,,,,,왜,,, 고객은 무식 할 권리가 있거든요,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시험,실험일뿐,,,그래서 직장내서도 정치권 같이 야당이 있어야 하듯이 품질관리원들 까다롭죠,,,, 감사
인간은 모두 배신한다는 전제를 깔아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대칭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모든 의사결정의 지점에서 대칭구도가 작동합니다.
근데 보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근데 사실은 배신직전의 아슬아슬한 단계까지 스트레스를 밀고가야 의사결정이 됩니다.
그 단계까지 가고도 배신하지 않는 의사결정구조를 세팅하기는 어렵지요.
구원파 신도들처럼 절대 배신하지 않는 믿음의 구조는 아무런 의사결정을 못합니다.
무조건 믿습니다 하는데 무슨 의사결정이 되겠느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