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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80 vote 0 2014.03.23 (17:11:20)

 

사진사2 246.jpg 


길거리에서 파는 책.. 그닥 잘 썼다고는 볼 수 없는 책인데.


진애공이 이읍에 맹단을 설치하고 17개국의 제후를 모아 회맹했다고 한다.

주왕에게 충성표시로 각국의 보물을 하나씩 바치는데 그것이 투보대회다. 


그때 오자서가 일종의 사회자로 뽑혔다고. 

보물감정사 겸 사회자 역할의 명보는 문무를 겸비한 사람을 뽑기로 했는데


시험은 큰 세발솥을 들어올리는 것과 시를 짓는 것이었다.

천하장사 오자서가 솥을 가볍게 들었음은 물론이고


진애공이 미리 컨닝해서 알려준 진나라 채순의 시제는 아래와 같다.


사진사2 247.jpg 


진애공의 배려로 하루 앞에 미리 컨닝한 명보후보 진나라 공손후의 시는 아래와 같다.


사진사2 248.jpg 

내용은 만물이 나는 묘리를 모르겠다는 거다.  

이 양반은 미리 시제를 컨닝 해놓고도 모르네.


오나라에서 임금을 따라온 오자서의 시는 아래와 같다.


사진사2 250.jpg


모르겠다가 아니라 알겠다는 거다. 

모두가 이 시를 높이 평가해서 오자서가 투보대회의 명보로 선출되었다.

진애공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이 사건으로 오자서가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고.

 

이 시에서 구조론적 대칭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대칭만 알아도 이 정도는 쉽게 나와주는 거다. 

하늘과 땅은 대칭된다. 

대칭은 음양이다.

음양만으로는 허전하니 오행도 대칭시켜 끼워준다.

마지막 구절이 명구다.

태산은 평지에 우뚝 솟아있지만 그 뿌리는 에베레스트에 닿아있다.

보이지 않지만 세상은 통째로 연결되어 있다.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거. 깨달음.


그냥 대칭시키는건 뭔가 제자리서 맴을 도는 느낌이고

곤륜에서 태산으로 가는 일방향의 제시는 시원스런 맛이 있다. 


이 내용이 진짜인지 아니면 후대의 날조인지

열국지 작가가 꾸며서 쓴 건지 

아니면 오자서 열전을 지은 이수광이 지어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거리의 이야기꾼들이 다른 이야기를 유명인의 설화로 잘 가져다 붙임.

이 책에는 오자서가 공자, 장자 등 유명인을 다 만난 것으로 되어 있음. 


열국지는 한 마디로 배신 배신 배신 배신 배신 배신 배신.. 계속 배신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고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형은 동생을 죽이고 동생은 형을 죽인다. 안 죽이면 등신이다. 어차피 자신도 때 되면 살해될건데.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임금이 맛난 것을 먹다가 여동생이 생각나서 먹던 음식을 준다.

여동생 왈.. 먹던 음식을 주다니 나를 짐승취급인가 그대로 자살.

임금.. 착한 여동생을 위해 백성 일만명 순장.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모든 임금이 아이큐 제로.

초딩같은 속임수에도 잘도 속는다.


변방의 장수가 오자서를 잡으러 왔다.

오자서.. 임금이 나를 잡으려는 이유는 화씨지벽을 내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구슬을 내가 잃어버렸거든. 만약 당신이 나를 잡아가면 나는 임금에게 당신이

구슬을 삼켜버렸다고 말할 것이다. 임금은 당신의 배를 갈라서 확인해 볼 것이다. 

무섭지?

변방의 장수.. 흐미 무서워. 줄행랑. 


이 정도로 무식했던 시대였다고.

공자는 그런 살인의 시대, 무지의 시대, 배신의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도피행으로 천하를 주유하던 오자서가 뱃사공에게 '나를 봤다는 말을 하지 마시오.'

뱃사공.. '나를 의심하다니 그대로 배를 전복시켜 자살.' <- 이건 민간의 야담.


오자서가 어떤 여인에게 밥을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여인.. 이 마을 풍속은 남자 얼굴만 봐도 결혼해야 하는데 당신이 그냥 떠나면 자살.

임금이 죽으면 기본 1만명을 순장하던 살인의 시대.

모든 것이 다 거짓이고 진실은 어디에도 없던 시대에 공자가 살았다.

진실이 참으로 귀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답이 무엇인지는 

2천5백년 전에도 모든 사람이 직관으로 알고 있었다는 거.

2천5백년 전에도 정답을 알고 문무겸비의 오자서를 명보로 뽑았는데

2천5백년이 흐른 후에도 내려놓아라니 힐링이니 하며 

헛소리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대칭을 비대칭으로 깨뜨리는 구조가 

세상의 모든 것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정답의 구조라는 거.

이런건 말 안해도 그냥 통박으로 아는 거. 

근데 2천5백년 동안 진도가 안 나가. 


직관을 보편화 시키면 굉장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거. 

모든 사람이 만장일치로 오자서의 시를 선택했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직관력이 있다는 거. 

하여간 이건 정답이므로 이 구조를 알아놨다가

어디서든 헷갈리면 이걸 써먹으면 됨.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03.23 (20:06:46)

잘 읽었습니다
다만 여기에 나오는 시들은 전부
오자서 당대의 시들이 아니라
후대에 창작된 시들입니다

7언시라는 형식은 적어도 후한에서
위진남북조 시대를 거친 다음에나

 이후에나 보편화된 것이고

(첨언하자면 당나라 이전에는 5언시가 일반적이지만

당나라 후기 이후에는 7언시의 수가 급증하고

이것이 일반적인 형태로 정착하게 됩니다) 

시에 사용된 운은 대체적으로
중고음 체계를 따르는데
이 역시 위진남북조 시대는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로 미루어 볼때 이 이야기는
후대의 창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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