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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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read 3900 vote 0 2014.02.20 (12:03:30)

"평범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mediocrity)는 일종의 메타법칙, 법칙의 법칙인 셈이다. 이것이 물샐틈 없는 완벽한 법칙인지는 논리나 실험을 통해 증명 또는 반증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과학이 아니라, 수학이나 철학에 가깝다. 그러나 아마도 이것이 가장 옳고 보편적 원리일 것이다.

모든 특수성은 주관의 산물에 불과하다. 그리고 주관은 인식의 주체가 갖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주관은 객관적 진리를 발견하도록 진화된 체계가 아니며, 오직 DNA 의 보존과 전파를 위해 만들어진, DNA 의 DNA 에 의한 DNA 를 위한 기계장치에 불과하다. 생물의 거의 모든 특성이 그러하듯, 인간의 주관과 감정과 본능은 모두 DNA 의 자기복제를 위한 노예, 부속장치, 합목적적 기능들일 뿐이다. 주관과 감정과 본능은 사실과 진리를 알게하는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방해하는 요인이다. (객관적 사실을 아는 것은 진화에게는, 즉 DNA 에게는 큰 위기가 되기 때문이다. 로보트나 노예가 자신을 자각하게 되는 것을 원할 주인은 없다.)

주관은 환상 (illusion)이며 진화의 도구일 뿐이다. 그 주관을 완전히 배제하고 나면, 객관의 세계, 보편의 세계, 평범성의 원리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사실과 진리의 세계가 열린다.
그 진리는, 1. '나'는 전혀 특수하지 않다. 2. '나'는 살아도 되고 죽어도 된다. 살만 하면 살고 죽을만 하면 죽는 거다. 반드시 살지 않아도 된다. 3. '나'는 뭔가 특별한 것을 성취하거나, 어떤 원하는 형태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나'와 돌맹이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사실상 생명체들이 소위 '무생물체'들과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를 정의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점차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각종 생물체들의 연관 뿐 아니라, 모든 존재물들이 다 하나로 통합이 되어가고 있다.)
4. '나'는 무한히 여러번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나'는 유일(unique)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저 흔히 일어나는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며, 시공간의 수많은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애초에 발생할 수가 없었다.
5. 그러므로, 시간은 귀중한 것이 아니다. 시간은 무한히 흔해 빠진 것이다. 촌음을 아껴 쓰라? 뭣 때문에? 이런 것들은 진화의 간계일 뿐이다.
6. 반드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대를 이어야 한다? 아니다. 결혼은 할 필요가 없다. 논리적, 합리적으로 볼 때 아이를 낳는 것은 만용이며 지극히 야만적인 것이다. (우리의 생물학적 조상인 수렵채취인은 핵가족이 없는, 군거잡혼의 삶을 살았다.) 출산은 러시안룰렛게임 처럼 위험천만의 짓이다.
7. 절대적인 것,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관습, 도덕, 법칙 따위는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의무' '절대' '도리' 라고 여겨오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철저히 분석해서, 옳으면 행하고 불합리하고 잘못된 것은 버려야 한다."

페북에서 Ung-Jin Kim이란 분의 글을 퍼왔소. 

과학자가 왜 인기가 없는지 알만하지 않소?

과학은 삶의 지도원리가 될 수 없소

주관은 환상도 아니고 진화의 도구도 아니며 삶에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참여할 때 얻어지는 유니크하고 특수한 관점이며 객관세계와의 부단한 상호작용을 거쳐 만들어지는 창의의 OS라 할 수 있소.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만을 얻겠다는 야심은 헛되고 또 헛된 것이오. 
삶은 주관과 객관을 부단히 오고가면서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춤사위라 할 수 있소. 그 춤은 주관과 객관이 파트너로 함께 손을 잡아야 제대로 출 수 있소. 삶의 지도원리는 마땅히 미학이어야 하며 미학은 외부 환경에 맞서 스타일을 완성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오. 

우리는, 하나같이 특수하고 유니크하고 대체불가능한 존재이며,
나는 살아도 되고 죽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살만한 의미와 살만한 가치가 넘치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라오. 
나는 가능한 최고의 것을 꿈꾸고 꿈을 현실로, 다시 현실을 꿈으로 바꾸는 존재라오. 
나는 흔히 일어나는 사건이 될 수도 있지만, 단 한 순간의 퍼포먼스로 인류 전체를 대표할 수도 있고 수천년이 지난 후에도 인구에 회자될 수 있는 독특한 사건이 될 수도 있소. 예수가 그렇고 붓다가 그렇듯이.

자신이 삶의 보편적인, 객관적인 진리를 깨달았고 그에 따라 살면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소. 
그들은 이성에 따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주로 과학이라는 이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합리를 취하고 불합리를 취하면 장땡이라고 주장하고 있소. 

그러나 그것은 삶이 아니오. 
정신의 죽음이오. 

합리를 취하고 불합리를 버리는 순간,
객관을 취하고 주관을 버리는 순간,
나를 그저 시공간을 점유하면서 점멸하는 하나의 점, 사물, 무가치한 사건으로 보는 한, 

삶의 춤은 멈추고, 
기쁨은 사라지고
무대의 배우는 침묵하고
관객은 외면하고
그렇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홀로 남아 텅빈 객석을 바라보며 
"이것이 진실이다. 이것이야말로 진리이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구나!"
하고 외칠 것이오. 

"주관은 오직 DNA 의 보존과 전파를 위해 만들어진, DNA 의 DNA 에 의한 DNA 를 위한 기계장치에 불과하다"

보소, 컴퓨터 안을 뜯으면 컴퓨터는 오직 데이터의 입출력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장치에 불과하다오. 
하지만 컴퓨터 바깥을 보면 우리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러브레터도 쓰고 신나는 게임도 즐기고, 가상의 세계를 만들기도 하고 댓글을 달며 사람들과 한바탕 어울리고, 구조론 식구들과 온라인 상에서 새로운 창의를 꿈꾸기도 한다오. 

환원주의, 기계주의, 이 망령은 벗어던질 때가 되었소. 
21세기쯤되면, 그래도 이제 근대의 낡은 기획은 벗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하지 않겠소?

답은? 미학이라오. 
언제라도 자동차를 분해하는 놈보다 모는 놈이 윗길에 있소.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려면 자동차를 분해할 것이 아니라 몰고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안내할 수 있어야 하오. 

과학을 삶의 지도원리로 삼는 이들은 결국, 텅 빈 객석을 보게 될 것이오. 
왜? 파트너가 없으니까. 
짝짓기는 결국 미학의 몫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미니멀라이프

2014.02.20 (12:17:11)

최근  마음 아픈 사람을 앞에 두고 그 정신을 분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따뜻한 한 마디 위로면 충분했을 텐데.

물론 저는 객석을 벗어났고, 그들은 여전히 무대에 남아 떠들고 있을 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20 (12:54:54)

나도 중학생 때 까지는 Ung-Jin Kim 과 같은 소리를 했소.

아직도 조금 남아있소. 


한번씩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모든 것을 해체한 다음 재구축해야 하오. 


초딩 때 필요한 거 = 철저한 의심, 철저한 부정, 

중딩 때 필요한 거 = 의심에 대한 의심, 부정에 대한 부정.


[레벨:7]아바미스

2014.02.20 (13:56:20)

감사합니다. 뭔가 좀 뻥 뚫리네요 ^^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20 (14:47:03)

아기 때는 누구나 다 제왕입니다.

천동설의 세계..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내가 1을 내놓으면 나머지 99를 맞춰와서 100을 완성시키는 세계.

'그것까지 일일이 내가 신경써야 되겠어요?' 하고 톡 쏘아붙이면 다 되는 그네의 세계.

하품만 해도 죄다 자지러지고 옹알이만 해도 박수를 받는 세계.

그림이라고 그려놓으면 미래의 피카소가 되는 세계.

건반에 손가락만 올려도 박수갈채 나와주시고.


그러나 대반전.

천동설은 무참히 깨지고

나는 변방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99를 준비해도 단 1이 부족하다고 퇴짜를 맞습니다. 

상처를 입는 거죠.


어른이 되면 또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다시 주관의 세계로 돌아가지만 아기 때의 그 주관은 아닙니다.

자기가 창의한 작품 안에서는 자신이 우주의 주인입니다.

소통이라는 관점이 열리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무엇인가?

아기는 식물과 같습니다.

내가 갈 수 없으므로 상대방이 내게로 와야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는 겁니다.

항상 '네가 내게로 와라'고 요구하는 거.

백혈병 걸린 소녀.. 침대에 누워서 꼼짝 안함.

누구라도 한 번쯤은 꿈꾸어 본다는 백혈병 걸린 소녀가 되는 판타지.

이를 위해 일부러 자기 다리를 분질러 버리는 사람 참 많죠.


그러나 한번 대문 바깥으로 나가게 되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집은 주관적인 세계이나 길은 객관적인 세계입니다.

공유된다는 거죠.

담은 집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게 아니고 동시에 길을 보호하기 위해 있습니다.

공유되는 것만이 진실하다는 거죠. 


주관이든 객관이든 중학생까지.

주관과 객관은 공간을 보는 관점입니다.

시간을 보는 관점을 획득하면 완전히 다르게 되죠.

주관의 집은 독점되고 객관의 길은 공유됩니다.

사건은 독점되는 것도 공유되는 것도 아닙니다. 

김연아의 연기는 독점되는 것도 아니고 공유되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 아는 만큼 가져가는 거죠.

개가 김연아의 연기를 보았다. 

무엇을 얻었을까요?

일베충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거기서 무엇을 얻어가는 가는 각자의 주관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그 주관은 아기의 그 주관과는 다릅니다. 


[레벨:15]오세

2014.02.20 (15:14:45)

전송됨 : 트위터

아기의 주관과 다른 그 주관이 바로 관계의 세계인거죠. 

부처의 씨앗이 내 안에 있다고 하면 소승이고, 시간 속에서 하늘의 태양과 땅의 거름과 그 사이의 비를 만나 싹을 티워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하면 대승인거고. 


그렇게 관계 속에서 만나는 만큼 우리는 완전성의 세계를 누리는 겁니다.

참으로 열린, 장엄한 세계상이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20 (15:25:35)

주관은 자기 안에 에너지가 있습니다.

아기 때는 다들 자기한테 복종하니까 내 안에 뭔가 센게 있는 거죠.


객관은 자기 안에 에너지가 없습니다.

물과 햇볕을 받아야만 자랄 수 있는 식물처럼 


자신이 다른 것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일단 아빠가 돈을 벌어와야 가정이 유지되는 거고.


주관이든 객관이든 공간의 사정입니다.

시간으로 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호스 끝을 잡고 있으면 안에서 수압이 높아집니다.

끝을 놓는 순간 쾅 하고 터져나오는 거죠.


에너지는 자기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태양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군주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호스 끝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것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의 예술이라는 거죠. 

[레벨:10]다원이

2014.02.24 (14:41:11)

코페르니쿠스의 원리 라는 재미있는 원리가 있습디다.

현존하는 어떤 것이 지금 상태로 계속 존재할 확률을 95 % 신뢰도로 예측한다면, 그것이 지금까지 존속해 온 시간의 1/3 에서 3 배 사이의 어떤 싯점(물론 미래에) 까지이다 라는 것인데요....

 

http://cluster1.cafe.daum.net/_c21_/bbs_search_read?grpid=DE00&fldid=7ncP&datanum=620&openArticle=true&docid=DE007ncP6202008073011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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