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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2]이상우
read 394 vote 0 2024.12.16 (10:55:21)

보통 연도와 학년을 헷갈리는데 나는 그럴 일이 없다.
81년도 1학년 입학.
그러니 87년도 중학교 입학.
87년도에 중학교 가보니 조회설 때 맨 앞에 3학년 학생대표가 나와서 교무주임이 '전체 차렷' 이라고 나지막히 구령을 붙이면
이어서 학생대표가 구령을 붙인다.
"전체~~~ 차렷!!!"
차렷 자세에서 앞뒤 반동을 하듯 몸을 뒤로 제끼고
고개를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훑으면서 쩌렁 쩌렁한 목소리로
구령을 붙인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아직까지 혼자서 그보다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워낙 힘을 써서 그런지 몇 번 구령을 붙이고 나서는 목을 가다듬느라 '흠흠' 그러가다가 약한 기침을 하듯 켁켁거린다.
그럼 이 학생을 뭐라 부를까?
무려 '연 대 장'
연대장이란 말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마 학생연대장이라고 불렀던 것 같고. 연대란 분대-소대-중대-대대 위의 군사조직을 말하니는 것이니 1000명~3000명 단위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수일중학교 학생 수가 2000명이 넘었으니 연대란 말이 숫자로는 맞지만, 학생대표에게 연대장 칭호가 웬말인가?
돌이켜보면 참 암울한 시대였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하에서 학교를 다닌 내가 본 체벌의 수준은 구타 그 자체였다. 교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체육과 몇몇 교사들은 특징적인 체벌도구를 하나씩 휴대하고 다녔다. 때리는 부위도 다양해서 손바닥은 애교고, 머리, 손등 발바닥, 엉덩이, 허벅지 뒤, 허벅지 앞, 얼굴, 뒷목에다 구렛나루 잡아 당기가 겨드랑이와 가슴 옆에 꼬집기, 성기 툭툭치기, 경우에 따라서는 몽둥이, 주먹과 다리로 온몸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교사도 있었다. 군사정권의 폭력은 대물림되어 그렇게 교육도 폭력적이었다. 성장기와 학창시절 군사정권 시기를 거친 군인들은 여전히 독재의 유전자가 잊을 수 없는 상처나 납득이 안되는 향수로 몸에 흐르고 있다.
87년도면 전두환 정권 말기다. 그해 6월에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대학생들과 사무직 직장인으로 대표되는 '넥타이부대'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6월 민주항쟁이고, 그 열매는 노태우의 '6.29 선언', 말이 선언이지 국민에 대한 항복이었다. 그리고 그 항복이 다시 엊그제 국회에서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이번 비상계엄 사태(내란 쿠테타)을 주도한 김용현이 학도호국단 대표였다고 한다. 학도호국단. 예전 7~80년대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잠깐 들은 듯해서 찾아보니 광복 직후에 생겼고 4.19때 폐지되었다가, 박정희 유신 독재가 한창이던 1975년에 다시 고등학교 이상 학교와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부활했다가 1985년에 폐지되었다고 한다.
김용현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그에게 민주주의란 국법질서를 위협하는 운동권 선동가들과 이를 추종하는 폭도들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고 전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때 학도호국단장을 맡고, 군사정권하에 육사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그에게 전두환은 담고 싶은 롤모델이었다. 육사출신 군인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여 '그때가 좋았지' 가 절로 나올 만큼.
다행히 삼당야합의 김영삼후보가 대통령되고 나서 문민정부를 내세우고, 박정희가 비호하고 전두환이 키워낸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탄핵 중 기무사에서 비상계엄을 검토하고, 21세기의 4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군부독재의 망령은 망령이 아니라 현실이고, 대한민국이 처단하고 척결해야 할 민주주의의 주적이다.
이제 윤석열 탄핵으로 한 고비를 넘었다. 이번에 군부와 경찰 고위조직, 국정원, 정부 내각 등 전방위로 내란을 획책했음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친일척결은 못해서 80년 가까이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란이다. 5.16 쿠테타가 일어난지 60년이 넘는 지금도 군부독재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압축 민주주의는 여전히 칼끝에 놓인 듯 위태롭지만, 늘 그렇듯이 시민들이 흘린 피와 희생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다시 만난 민주세계의 첫발을 띠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이 희망적인 것은 대한민국이 내우외환 속에서도, 의병이, 독립군이, 광복군이, 이름없는 시민이 암울한 나라를 밝게 비추는 빛이 되어 언제든 거리로 뛰쳐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당신이, 그리고 우리모두가 대한민국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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