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ujoron.com/xe/1414362 이 글과 관련하여
필자가 유전설을 부정하는 건 아니고, 생물에 나타나는 특질을 그냥 유전자 때문이다라고 하는 것은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설을 함께 말하는 것이다. 유전자만으로 특질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왜냐하면 그 유전자의 정보를 정하는 것이 생물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태초의 짚신벌레가 좌우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그 짚신벌레는 어느 한쪽을 그냥 선택하지 않는다. 반드시 주변환경과 상호작용한 결과로 한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과는 유전자를 통해서 세대이전을 하게 된다. 가령 최초의 짚신벌레라면 저 혼자 오른쪽과 왼쪽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동료와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선택되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만약 유전설만으로 좌우손잡이를 설명하면 특정 유전자의 특질이 집단 전체에 대해 세대를 거쳐 늘 일정한 비율로 나타나는 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 개체의 유전자가 다른 개체의 유전자 정보를 눈으로 보고 정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텔레파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세대를 거침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의 비율이 일정하다면 그 일정함을 정하는 어떤 것이 반드시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유전자 내부의 정보만으로 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잖은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그게 그것인 원인이 정해지는 시점이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그 비율이 세대를 거쳐 일정하다면 같은 의사결정이 집단 내에서 세대를 거쳐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환경요인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지수 법칙에 따라서 왼손잡이 유전자는 지수적 속도로 사멸해야 한다. 신문지접기효과처럼 오른손잡이만 남고 왼손잡이는 아예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오른손잡이 : 왼손잡이 = 99 : 1 이라고 하자.
최초에 이 비율로 유전체가 정보를 전달한다면, 세대를 거듭할 수록 저 비율은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라 저 비율이 지수적으로 곱해진다는 말. 세대를 거듭하면 99쪽이 지수적으로 커진다. 그게 유전의 원리. 설령 초기의 차이가 아주 작더라도 나중에는 굉장한 차이로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세대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저 비율이 유지된다? 그건 환경이 저 비율을 유전풀에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전히 왼손잡이는 꾸준히 등장한다. 보통 이런 걸 설명하고자 '유전풀(pool)'이라는 개념을 든다. 유전풀에서 어떤 한 정보가 정해지는 것은 유전풀 내부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며, 그 의사결정은 개체 및 집단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결국 생물의 특질은 유전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함께 설명되어야 한다. 인간이 꼬리가 없어진 것은 유전자 효과에 의한 것으로, 반면 왼손잡이가 적지만 유지되는 것은 환경 효과에 의한 것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말. 물론 유전과 환경은 함께 작용한다. 환경 우선 후 유전 정도로 정리하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