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여학생 다툼 문제는 금방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학생도 뒤끝이 있지만 여학생의 뒤끝이 더하다. 남학생에게는 뭔가 관심갈 만한 대상을 주면 거기에 매달려서 기분 나쁜 것을 잊지만, 여학생은 관심가질 만한 대상을 줘도 다시 관계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오늘은 1학기 흡연 문제에 이어진 따돌림, 화해로 잘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흡연을 한 학생들 몇 명이 원집단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여왕벌에게 소심한 복수, 소심하지만 사적 관계인 중학교 선배를 동원한 자력구제로 일이 더 커졌다. 다행히 여왕벌 학생과의 개인 면담으로 이 사실을 알았는데, 그 학생 말이 자기도 이 문제로 나와 얘기하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었단다. 이 말을 믿어야 될 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 학생을 안심시키고 조용히 중학생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에게 연락을 해서 더 이상 중학생을 동원하지 말것을 권유하니 그러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먼저 이 학생에게 사과하겠단다.
이 문제를 다룰 때는 여러 지점들이 있다.
1. 여왕벌 학생에게도 중학생 뒷배가 있는데 왜 동원안했는지 -> 언니들 끼리 싸우면 일이 커질 것 같아서.
2. 중학생이 여왕벌 학생에게 연락하면 대꾸하지 말고 내게 바로 연락할 것
3. 여왕벌 무리는 이제 거의 소용을 다할 것이니 여왕벌의 지위를 내려놓고, 의사결정을 친구들에게 맡기고 서서히 일벌로 돌아와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 -> 그래야 나중에 오뉴월 서리처럼 복수 안당하니까.
4. 한 2주 뒤에 여왕벌 집단 애들과 회복적 서클의 자리를 마련해서 그 동안의 좋았던 점, 서로 아쉬웠던 점을 잘 풀어서 중학교에 올라가서 초등학교때 속상했던 갈등이 더 퍼지지 않게 하기.
5. 중학생들과 관계된 양들을 끊기.
6. 중학생 선생님들도 정보 교류하면서 커질 문제 미리 막고, 중학생들에게 경각심 주기
여왕벌 애들도 많이 컸다. 그 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지만, 이만하면 선방이다. 학교폭력의 관점으로 보면 십 수번은 학폭위로 다뤄야 했겠지만, 얘들의 일은 학폭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일시적인 효과만 낳고 피해학생은 더 힘들어 하고 피해준 학생은 몰래 몰래 나쁜 짓을 할 뿐이다. 가급적 대화로 풀고, 달래기도 하고, 학폭 정보도 알려주고 신뢰서클 방식의 근황토크도 하고, 담임샘들과 1대 1 대화도 하고, 여왕벌 학생은 동학년샘 다 모인자리에서 조사와 훈계도 하고, 내가 몇 번 갈등해결 서클로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매달려도 예전에 학폭위 1번 개최하는데 준비하고 후속조치하는 것 보다 시간이 덜 걸리니 이 정도면 할 만한 듯하다.
그동안 학폭의 심각성에 초등에서 학폭문제에 대해 과잉대응 한 부분이 많다. 과잉대응하다 보니 친구를 적으로 생각하거나 피해자 프레임에 빠져 더 고통을 당한 부분도 있다. 좀 부대껴야 애들도 갈등 문제가 풀릴 텐데, 부대낌도 없으니 서로 소원한 관계에 있다가 문제가 커진 다음에 알게 되니 해결도 쉽지 않았다.
중요한 부분은 애들이 어른들의 성숙한 의사소통과 해결방법을 배우는 데 있다. 윽박지르거나 무조건 부드럽게 하는 게 답은 아니다. 애들 안심시키고 애들에게 훈계하기 전에 우선 충분히 들어주고, 애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같이 찾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같이 돕고 격려하는 것에 해답이 있다. 정 필요하면 애가 잘못하면 받게 될 불이익을 건조하게, 그러면서도 교사로서 제자를 걱정하고 잘되는 방향으로 학폭처벌 관련 정보를 알려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도 한때는 너무 힘주었다가, 때로는 학폭위는 절대 안되식으로 부드럽게 대하기만 한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진심이 중요하고, 서로 맘놓고 대화하는 게 중요하고, 아이들이 균형있게 성장하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게 중요하더라. 그러면서 교사도 여유가 생기고 애들이 성장해가는 것을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 이건 어디서도 경험못한 쾌감이다. 승진을 하면, 로또를 맞으면 이런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교육의 가치는 성장에 있으니 교학동반성장이 교직 인생 중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레벨:11]큰바위

2020.11.19 (03:09:33)

학교전체가 회복적 학교가 돼야!
열쇠는 교사가 자기 학급 아이들과 소통을 제대로 해야 함(회복적 학급이 운영돼야 진짜!). 

대한민국 교육 커리큘럼에 회복적 학생생활교육이 핵심 가치를 반영할 수 있으면 교사들이 좋을 텐데, 이제 아는 교사가  조금 생겨남. 
각 도와 시 교육청이 정신차리면 가장 좋은데, 각 도와 시 교육청의 온도차가 심하며 여전히 전시행정적인 면이 다분함. 


어울림 교육 커리에 관계중심교육이라고 달랑 11시간 배정해 놓고, 대부분의 몫은 상우샘같은 먼저 간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회복적 교육이 진행되고 있음. 


교사들이 일어나면 쉬울텐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릴 듯함. 


어쨌든 상우샘, 수고 많습니다. 

[레벨:8]펄잼

2020.11.19 (18:15:38)

30먹고 40먹어도 여왕벌본능은 생존적인 문제같더군요. 페르소나로 심리전을 하느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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