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662 vote 0 2018.06.17 (19:39:23)


    약자를 위한 철학은 없다


    이런 말은 오해될 수 있다.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에너지는 약자에게서 나오지만 약자에게는 에너지가 없다. 이렇게 말하면 모순처럼 들리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에너지가 있으면 약자겠냐고?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약자인 거다. 약자는 돈이 없고 힘이 없고 실력이 없다. 그런데 말이다. 아기는 약자지만 힘이 있다. 매력이 있다.


    귀여움 공격을 해서 부모를 무장해제시킬 수 있다. 어린이가 유괴되면 전 국민이 하던 일을 멈추고 TV를 본다. 고립된 약자는 힘이 없지만 대신 외부로 연결하는 촉수가 있다. 그것이 에너지다. 아이는 에너지가 넘친다. 한겨울에도 반소매 옷을 입고 거리를 뛰어다닌다. 약자는 에너지가 있다. 노인은 약자다. 당연히 에너지가 없다.


    물론 노인들이 박근혜를 찍을 때는 에너지가 있다. 약자가 외부와 연결되는 루트를 획득하면 에너지가 생긴다. 고립된 약자는 에너지가 없어 말라죽는다. 약자가 에너지를 획득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은 고립시키는 것이다. 무엇인가? 약자는 그 자체로 에너지가 없지만 팀을 이루면 막강해지는 것이다. 다만 그때는 약자가 아니다.


    약자의 철학이 없다는 말은 약자가 팀을 이루지 않고 고립된 채 혼자 신분상승하는 수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약자가 혼자 노력하여 강자가 된다는 것은 대신 다른 사람을 밑으로 끌어내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좋지 않다. 제로섬 게임과 같다. 약자에서 강자로 변하면 다른 사람이 약자가 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약자의 철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좋지 않다는 말이다. 청소년은 약하므로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 이는 좋은 철학이 아니다. 이등병은 약하므로 병장에게 잘해야 한다. 역시 좋은 철학이 아니다. 신인 여배우가 뜨려면 극단장 이윤택에게 안마라도 해드려야 한다. 이게 좋은 철학이란 말인가?


    김흥국은 MBC 방송국 복도를 자기집 삼아 살면서 매일 출근하여 PD의 심부름을 하고 구두를 닦아줬다고 한다. 아부야말로 약자의 철학이다. 김흥국 철학은 좋은 철학인가? 개인은 약하다.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 이것이 철학인가? 약자의 생존수단은 아부요 노력이요 충성이요 효도요 복종이다. 이걸 철학이라고 가르치겠다?


    무인도에 두 명이 있다. 소득을 두 배로 올리는 방법은 한 명을 죽이는 것이다. 좋은 철학일까? 부족민은 행복하다. 10년에 한 번쯤 부족전쟁을 벌여 이웃부족을 몰살시키면 단번에 소득이 두 배로 늘어나므로 매일이 행복하다. 백인이 와서 부족민을 살해하니 인구가 줄어 모두가 행복해졌다. 이걸 철학이라고 떠들어야 하는가?


    약자의 철학은 없다. 없어야 한다. 개인이 과외를 받고 학원을 다니며 노력하면 서울대 갈 수 있지만 결과는 변희재다. 좋은 현상인가? 모든 여성이 화장을 짙게 하고 하이힐을 신으면 승진할 수 있는가? 여자와 여자의 경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누군가 한 명은 그런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겠지만 다른 모든 여성이 피해자가 된다.


    약자의 철학은 충성, 복종, 아부, 노력, 효도다. 나만 살고 집단을 죽이는 것이다. 약자는 팀을 이루어 강자가 되어야 한다. 강자의 철학은 있어도 약자의 철학은 없다. 없어야 한다.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고 남편에게 내조하고 선임병에게 아부하라는게 빌어먹을 약자의 철학이다. 그것은 철학이 아니라 인간파괴 그 자체다.


    에너지는 가능성이다. 약자는 가능성이 있다. 모든 약자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동물 중에서 인간이 그러하고 인간 중에도 일베는 논외다. 강자는 가능성이 없다. 팔이 하나 없는 사람에게 전자의수를 달아주면 강해진다. 두 팔이 멀쩡한 사람에게 의수를 달 수는 없다. 팔이 세 개나 되어서는 쓸모가 없다. 강자는 가능성이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8.06.17 (20:15:41)

"개인이 과외를 받고 학원을 다니며 노력하면 서울대 갈 수 있지만 결과는 변희재다."


희재의 역할 인정!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06.18 (03:35:24)

에너지는 (팀을 이룬) 약자(가 뭉쳐지는 과정)에게서 나오지만, (파편화된) 약자에게는 에너지가 없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5304
4151 구조론과 관념론 1 김동렬 2018-07-09 7978
4150 시행착오의 이유 김동렬 2018-07-09 8018
4149 리얼 액션을 해보자. 5 김동렬 2018-07-08 8740
4148 범죄자와 대학생 3 김동렬 2018-07-03 9282
4147 철학이란 무엇인가? 1 김동렬 2018-07-03 8432
4146 나의 입장 요약 2 김동렬 2018-07-02 8678
4145 신의 입장을 요약하면 1 김동렬 2018-07-01 8447
4144 인간이 말을 들어야 한다 image 6 김동렬 2018-07-01 9051
4143 구조론의 알파와 오메가 3 김동렬 2018-06-27 8865
4142 관성력으로 이겨야 진짜다 김동렬 2018-06-26 9412
4141 고쳐쓴 노자와 디오게네스 김동렬 2018-06-25 9026
4140 최근 글 정리 김동렬 2018-06-22 9404
4139 증명의 문제 2 김동렬 2018-06-22 8439
4138 종교의 실패 김동렬 2018-06-21 9192
4137 신은 권력이다 김동렬 2018-06-20 8967
4136 용감한 이야기를 하자 김동렬 2018-06-20 8856
4135 신에게서 인간으로 7 김동렬 2018-06-19 9187
» 약자를 위한 철학은 없다 2 김동렬 2018-06-17 9662
4133 신의 증명 2 김동렬 2018-06-17 8829
4132 신과 기적과 기도 5 김동렬 2018-06-16 9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