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가 있어야 산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서구는 중국을 배우기 바빴다. 19세기부터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19세기는 인종주의 시대다. 선교사니 뭐니 해서 중국과 한국을 돌아다니며 이 저주받은 나라는 없어져야 한다는 식의 글을 써댔고 그런 글이 팔렸다. 그렇게 끌어모은 에너지로 그들은 전쟁을 벌였다. 한국인들은 모든 재난을 유교 탓으로 돌렸다. 불행은 뒤늦게 배운 인종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다. 민족사관이라는 타이틀을 달지만 그게 인종주의다. 식민사관의 변종이다. 한국인은 열등하다는 전제를 깔고 그렇지만 이게 다 유교 때문이고 사실 5천 년 전에는 중국땅이 우리땅이었다고. 지금은 한중일이 뜨고 있다. 왜인가? 한중일이 의사결정을 더 잘하기 때문이다. 왜 한중일은 의사결정을 잘하는가? 유교가 의사결정을 하는 법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물론 유교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퇴계의 유교는 종교다. 제사 지내고 조상 섬기는 게 유교다. 율곡의 유교는 과학이다. 퇴계는 살아남았고 율곡은 몰락했다. 유교는 과학인데 서양과학에 압도된 것이다. 서구인은 아직도 기독교에 붙잡혀 있지만, 한국은 재빨리 유교를 버렸다. 유교는 과학이므로 쉽게 버릴 수 있었던 거다. 물론 종교화된 퇴계유교는 아직 남아있다. 아직도 한국에는 제사 지내는 자들이 있다. 종교는 교리를 바꾸지 않는데 의미가 있지만, 과학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데 의미가 있다. 퇴계의 종교는 교리를 지켜 끈끈하게 살아남았고 율곡의 과학은 업그레이드 중에 슬그머니 없어졌다. 그러나 한중일이 뜨고 있는 지금이라면 우리는 율곡의 과학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유교가 나쁜데 왜 유교권이 강한가? 왜 유교권은 의사결정을 더 잘하는가? 왜 창업을 더 잘하고 교육도 더 잘하고 범죄도 더 적은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여성들이 길을 가는데 남자가 휘파람을 불고 추근대며 따라붙는 일이 한국에는 없다. 왜 여권후진국 한국 여성들이 존중받는가? 한국에 온 독일 여자는 한국의 만원지하철에서 마구 밀치는 사람을 보고 이게 동방예의지국의 실체인가 하고 충격을 받았지만 한국의 예는 다른 거다. 리더가 있으면 리더를 따르는 게 맞고 리더가 없으면 과감하게 내가 나서야 한다. 누가 리더인가? 트럼프가 리더인가? 북유럽도 한물갔다. 독일의 마이스터를 배운다며 마이스터고라는 것을 만드는 바보들이 있지만 멍청한 짓이다. 독일이 자동차 빼놓고 만들 줄 아는 게 뭐 있나? 배우려고만 하는 자는 영원히 배우는 위치에 있게 된다. 가르치려 하는 자가 가르치는 자의 위치에 오르는 거다. 인간은 원래 하던 짓을 하는 동물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영국인들은 국력을 퍼부어 남극점에 먼저 도달하려고 했다. 그들은 최신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설차를 만들었다. 물론 몇 킬로 못 가서 설차는 퍼저벼렸다. 스콧은 아문센에 밀렸다. 그렇지만 영국인들은 오래도록 정신승리를 시전했다. 영국은 신사적으로 탐험했고 아문센은 이누이트의 옷을 입고 이누이트의 음식을 먹는 등 비열한 방법을 썼으니 사실상의 승리라는 거다. 얼마 전까지 한국의 교과서에도 아문센과 스콧은 동등한 비중으로 실렸다. 지금은 준비 없이 들이댄 스콧의 무리한 탐험이 영국의 허세였음이 폭로되었다. 2014년에 선박의 잔해가 발견된 존 프랭클린 탐험대의 실종사건도 황당하다. 134명의 선원이 두 척의 배를 타고 북극항로를 찾겠다며 그린란드 남단에서 캐나다 북단으로 항해하다가 배가 유빙에 갇혀 선원들이 모두 죽었다. 3년간의 식량을 싣고 갔는데 왜 죽었을까? 그 이유가 황당하다. 당시 영국의 첨단기술이 모두 동원되었는데 그중의 하나는 통조림이었다. 통조림 뚜껑을 납으로 때웠는데 선원들이 납중독에 걸린 것이다. 게다가 괴혈병을 막기 위한 과일쥬스는 썩어서 선원들이 죄다 병에 걸렸다. 선원들이 버린 두 척의 배는 유령선이 되어 바다를 떠돌다가 침몰했다. 그들은 오만했고 준비되지 않았으며 허세를 부렸다. 허세로 전쟁을 하다가 남아공의 보어인에게 털렸고, 네팔의 구르카들에게 털렸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털렸다. 2차대전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세계를 휩쓸었지만 그들이 이긴 전쟁은 없다. 인도의 지방 토호왕들과 싸워 이긴 정도다. 심지어 아프리카 줄루족에도 털린 적이 있다. 크림전쟁에서도 참패했다. 터키에서도 갈리폴리에서 20만 명을 잃는 참패를 했다. 져도 그냥 지는 게 아니고 아주 참패를 당했다. 왜 그들은 항상 어이없이 지는가? 걸핏하면 몰살을 당해버리는 것이다. 의사결정구조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줄루족에게 털린 이유는 줄을 서지 않으면 총알을 분배하지 않겠다고 담당자가 화를 냈기 때문이다. 도끼로 탄약상자를 깨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데 줄루족이 창을 던져서 몰살을 시켰다.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들은 교범을 지키며 고지식하게 행동한 것이다. 왜? 신사니까. 우월주의다. 귀족의 우월주의로 전쟁을 하니 부족민의 임기응변을 이기지 못한다. 갈리폴리에서는 시계를 잘못 맞춰서 졌다. 포병과 보병의 시계가 틀려서 포병이 너무 일찍 사격을 해버렸는데 보병은 제시간에 돌격했으니 멸망은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다. 실력으로 지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진다. 이길 때는 압도적인 물량과 비열한 민간인 학살로 이긴다. 월남전도 국군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인명피해를 줄였다. 미군이 대규모 숙영지를 만들고 틀어박혀서 밤만 되면 베트콩이 활개 치도록 방치하는데 비해 국군은 중대단위로 포진했다. 주변 지역에 야간매복을 성실히 해서 베트콩이 밤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차단하니 습격당할 확률이 줄었다. 언제라도 의사결정을 해서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 왜 한국은 뜨는데 일본은 내리막길인가? 일본은 회사원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이는데 매뉴얼을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겁내지 말고 이것저것 과감하게 시도해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삼성이 애플에 비해 많은 물건을 이것저것 내놓는 건 사실이다. 애플도 삼성처럼 1년에 여러 개의 신제품을 내놓으면 되겠지만 불가능하다. 중국공장과 교섭할 일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은 언제나 고지식하게 행동한다. 남극을 가려면 이누이트에게 배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기네는 신사라며 썰매개를 죽여 개사료로 쓴 아문센을 비난한다. 스콧은 군인인데 군인을 보낸 것도 영국인의 오만함을 들키는 짓이다. 현지실정을 모르면서 정신력으로 때우려 한다. 나무위키의 짧은 인물평으로 보면 스콧은 “탐험대장으로서는 시원찮은 인물에 음험하고, 쪼잔하고, 오만하며 고집불통에 뒤끝은 또 오래갔다. 해군 장교로서도 유능한 편이 아니었다.” 딱 봐도 안철수 같은 자임을 알 수 있다. 지식도 경험도 없는데 명성을 탐해서 되도 않은 짓을 벌인 거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인 의사결정이다. 이런 식의 영국병은 미군도 오염시켰는데 노르망디에서 대량사망한 이유는 밀물이 아닌 썰물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는 물때에 맞춰 상륙했는데 미군만 고전했다. 물때를 안 보고 오만하게 상륙한 것이다. 미국은 왜 그랬을까? 어느 정도 인명희생을 치러야 전쟁이 끝난 후 논공행상 때 챙길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미군전사자가 없으면 미국은 한 일도 없으면서 숟가락만 들이대네 하겠지만, 전사자가 많으면 핏값을 챙겨야겠다며 뜯어가도 말리지 못한다. 크림반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히틀러가 크림반도에서 열차포까지 동원하여 소련군을 털었기 때문에 푸틴이 핏값을 내세워 크림반도를 되가져가도 할 말 없다. 미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병사가 죽는 전쟁을 한 것이며 이는 특히 일차대전에서 참호전을 벌이며 독일과 프랑스 양쪽에 대규모 인명희생이 일어난 이유와 같다. 독일이 이길 수 있다고 믿은 건 영국병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촌놈이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공무원이잖아. 교범만 들이대며 현지실정 무시하고 고문관 행동을 할 게 뻔하지. 과연 그랬다. 영국군은 됭케르크에서 도망쳤고 프랑스는 마지노에서 우물쭈물하다가 죄다 포로로 잡혔다. 반대로 현지실정에 맞는 발 빠른 대응의 정수를 보여준 사람은 롬멜이다. 롬멜은 비행기 타고 지형정찰을 했는데 이게 역사적으로 처음이다. 나중에는 개나 소나 따라 하게 되지만 말이다. 서류더미에 파묻혀 보고서만 가지고 전쟁하는 귀족들과 달랐다. 롬멜은 귀족출신이 아닌 평민출신이었다. 소련은 귀족 장군들을 스탈린이 숙청해버렸는데 그게 초반 대패의 원인이지만 동시에 막판의 승인이기도 했다. 1차대전에서 활약했던 할배 귀족들을 죄다 죽여버렸더니 그 자리를 촌놈들이 메운 것이다. 일본군도 러일전쟁 할배들이 말아먹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할배가 나서면 젊은이의 감투정신을 꺾는다고 비판이 날아온다. 공격을 결정하는 것은 젊은 장교들이고 후퇴를 결정하는 것은 늙은 장군인데 그들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부산과 마산에서 뻗대었던 정유재란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1차대전의 러시아군 귀족들은 일단 전선에 나가지 않았다. 막사 밖으로 외출하지 않았다. 심지어 병사들과 접촉하지도 않았다. 귀족과 평민의 신분차이 때문이다. 서류로 전쟁을 하는 것이다. 위에서 감동하도록 유려한 필체로 문서를 잘 꾸며야 병력과 보급을 아낌없이 지원받아 이길 수 있다. 독일군의 초반승리는 롬멜의 촌놈정신 덕분이며 소련군의 막판 승리는 주코프의 평등주의 덕분이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평등한 동료라야 고도의 팀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주코프가 해냈다. 기갑전력과 낙하산부대와 보병과 공군과 스파이부대가 동시에 작전을 개시하는 거다. 이런 대규모 합동작전은 평등한 동료로 이루어진 사회주의 시스템의 주특기다. 관할이나 따지며 같은 미군끼리도 서로 협력하지 않다가 야포도 없이 맨손으로 건너온 중공군에게 탈탈 털린 맥아더와 다르다. 같은 편끼리 손발이 안 맞아서 우왕좌왕 하는건 영국군의 주특기지만 미군도 같다. 두 번째는 촌놈이라야 한다는 거다. 촌놈은 오만한 영국군과 달리 현지실정에 맞게 창의적인 전쟁을 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무조건 공중지원을 요청한다거니 병력지원을 요청한다거니 보급지원을 요청한다니 하며 전화통만 돌리는 애들과 다르다. 미국만화는 히어로만 있고 동료가 없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히어로도 어벤저스니 뭐니 해서 길드인지 클랜인지 만드는가 보더라만 떼거리로 싸우면 그게 히어로냐고? 산적이나 마피아지. 한국이면 범단으로 걸린다. 어벤저스에 의리 개념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의리가 있어야 한다. 집단의 인, 리더의 지, 대중의 의가 필요하다. 집단의 인은 이념으로 세우고, 리더의 지는 민주주의로 세우고, 대중의 의는 문화로 체화되어야 한다. 일본만화는 개인의 우월성을 주장할 뿐 의리가 없다. 혼자 돌아다니는 북두의 권을 떠올릴 수 있다. 베르세르크도 갈수록 클랜이 된다는 설이 있다. 원피스는 처음부터 클랜이었던 느낌인데 안 봐서 모른다. 클랜이 있어야 한다. 도원결의가 되어야 한다. 수호지를 봐도 108두령이 어엿한 길드를 이루고 있고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에 백마까지 나름 클랜이다. 결론은 개인전보다 단체전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의리가 필요하다. 조선왕조의 당쟁은 의리논쟁으로 점철된다. 너희는 의리가 있냐? 니들은 의리가 없잖아. 이걸로 싸우는 게 당쟁이다. 노빠와 한경오의 대결도 의리대결이다. 지식인은 개인의 명성을 탐하므로 개인전만 하려는 경향이다. 주진우나 이상호나 이런 사람들도 개인플레이에 모험주의 경향이 있다. 노무현은 의리다. 박지원은 의리가 없다. 팀플레이를 하려면 반드시 누군가 희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은 노무현을 돕고 떠나려 했다. 끌려 나온 거다. 노빠는 그렇게 희생할 사람이 많다. 왜? 정치 안 해도 먹고살기 때문이다. 정치에 목을 맨 사람은 금배지 떨어지면 그날로 아웃이다. 노빠들은 자기 생업이 있으므로 정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정청래는 금뺏지 떨어져도 먹고 살 방법이 있다는데 지켜볼 일이다. 예비자원이 덕아웃을 빵빵하게 채워야 한다. 후보선수들이 주전을 째려보고 있어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신태용 애들은 다들 허세만 늘어서 촌놈이 아니다. 히딩크 때는 외국물 한 번 못 먹어본 촌놈들이 일레븐을 채웠다. 박지성이 대표적이다. 히딩크 덕에 외국물 먹었다. 지금은 오만한 해외파로 채워서 희생할 자가 없다. 누가 희생하겠는가? 촌놈이 희생한다. 촌놈은 예비자원이다. 손흥민이나 기성용은 이미 한계까지 출세해 있다. 가용자원이다. 예비자원이 빵빵해야 이긴다. 촌놈이 득시글해야 이긴다. 주전보다 후보가 많아야 이긴다. 공무원 되면 망한다. 싸웠다 하면 참패하는 영국군 되고 이탈리아군 된다. 어떻게 우리는 강해질 수 있는가?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강해진다. 어떻게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 깔때기에 몰아넣으면 된다. 무엇이 깔때기인가? 인지의신예가 깔때기다. 마광수는 성매매를 허용하자고 떠들었다. 깔때기 밖으로 기어나와 널널해졌다. 그렇게 여유부리다가 어금니 아빠에게 물어뜯긴다. 조심해야 한다. 한국은 5천만이 사는 하나의 도시다. 도시국가는 다른 것이다. 텍사스 넓은 평야라면 마광수라도 좋다. 도시에서는 사람끼리 부대끼며 신경을 긁는다. 인지의신예가 아니면 망한다. 촌놈이 촌에 살며 텃세부리면 망한다. 도시로 쳐들어가야 한다. 변방에서 중심을 쳐야 한다. 인은 차별철폐다. 지는 지도자 선발이다. 의리는 민초의 등판이다. 신은 그것을 지속하고 예는 화려하게 완성하는 미학이다. 일체의 차별을 없애는 인의 시스템이 우리의 이념이 되어야 한다. 똑똑한 지도자를 뽑는지의 시스템이 우리의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멍청한 지도자가 뽑히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지가 아닌 거다. 의리가 있어야 장기전을 할 수 있다. 당장의 성적은 이명박도 낼 수 있다. 큰 기틀을 다지는 것은 장기전으로 가능하고 오래 버티려면 의리가 있어야 한다. 유교는 의리가 전부다.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가다. 왜 만화나 영화나 히어로나 막판에 가면 클랜을 만드는가? 원래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삼국지든 수호지든 서유기든 원피스든 어벤저스든 결국 클랜으로 가게 된다. 슈퍼맨이 혼자 나대는 건 옛날 방식이다. 최후에 인류문명을 완성하는 집단은 클랜이 되는 집단이다. 우리는 공자에게서 그것을 배웠다.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는 그게 조금씩 있다. 서유기나 삼국지나 수호지나 의리로 시작해 의리로 끝난다. 유비는 의리가 있고 조조는 의리 없이 친구를 죽였다. 조조를 찬양하는 자는 삼국지를 똥구멍으로 읽은 거다. 고향친구를 죽이는 자를 대장으로 밀어서는 험난한 세상에서 버텨낼 수 없다. 제갈량도 혼자 깝치다 끝났으니 대단한 인물이 아니다. 유비의 인에 제갈량의 지에 관우의 의가 결합되어야 한다. 영화든 만화든 게임이든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왜 영국은 항상 망하는가? 스콧 망하고 프랭클린 망하는가? 장비빨 물량빨로 승부보려 하기 때문이다. 왜 영국군은 장비빨, 물량빨에 기대는가? 사람을 상대하지 않으려는 거다. 귀족이 평민과 난처하게 마주칠 일 없도록 서류로만 어떻게 해보려는 거다. 평민이 귀족을 만나면 반드시 신고식 벌인다. 소대장 길들이기 들어간다. 언제라도 평민은 귀족을 놀려먹으려 들기에 압도적인 장비와 물량으로 해결봐야 평민이 귀족을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 무례하게 기어오르는 일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더불어 함께 하는 인이 없고, 신고식을 통과하는 지가 없고, 평민과 함께 나누는 의가 없다. 신과 예도 없으니 신사가 아니라 양아치다. 집단의 이념은 인으로 가고, 지도자의 선발은 지로 가고, 다수의 장교는 의로 가고, 더 많은 병사는 신으로 가고, 모두에게는 예가 필요한 것이다. 인지의신예가 에너지를 모으는 깔때기가 된다. 니체나 노자는 깔때기가 없으니 개인의 성과에 만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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