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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191 vote 0 2017.09.28 (17:35:01)

     

    유년기 기억상실증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유아기 기억상실증이 나타나지 않은 점이 필자의 남다른 특징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필자는 인류 중에 몇 안 되는 목격자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언해두어야 한다. 어쩌면 필자 말고는 증언할 사람이 없을 테니까.


    사람들과 대화하다 알게 된 것은 대부분 사람이 스무 살이 넘어서야 뒤늦게 철학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두더라는 점이다. 필자가 특별히 구조론을 생각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뭔가 남들과 다르다고 자각한 것은 7살 이전의 일이다.


    구조론은 별난 게 아니고 1+1=2처럼 당위를 따라가는 거다. 뭔가 신기하고 특이한 것을 구조론은 추구하지 않는다. 지극히 당연한 보편적 원리를 대량복제해서 효율을 꾀하자는 게 구조론이다. 예컨대 매뉴얼을 꼼꼼하게 작성해 대량으로 뿌리면 효율이 오르지 않을까?


    이런 거다. 소년기에 필자는 과학숭배자였다. 정치도 과학으로, 재판은 컴퓨터로, 외국어는 자동번역기로 대체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과학으로 대체하자. 그래서 시인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시인이라니 뭐야? 웃기는 짜장이다.


    초딩 때는 마르크스주의자였다. 반공도서를 즐겨 읽었는데 반공도서라는 게 공산주의 교과서다. 공산주의는 이런 거다 하고 설명한 다음 그러나 이상이 그러할 뿐 현실은 시궁창이니 김일성과 스탈린이 공산주의를 망쳐놨다. 이렇게 써놨다. 나는 그걸 순진하게 믿었다.


    김일성과 스탈린 두 바보가 망쳐놓은 공산주의를 내가 복구해야겠네. 이런 생각이다.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도덕적 가치보다 효율과 시스템에 관심이 있었다. 세계의 천재들을 한자리에 모아 핵융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외출외박금지. 3년 안에 해결 끝. 인류는 행복.


    이런 거 좋잖아. 자본주의 시장경쟁 이런 건 미련하다. 효율적이지가 않아. 헛심 쓴다. 인류의 식량난을 단번에 해결하는 큰 거 한 방이 필요해. 그러려면 무엇보다 동원력이 중요하지. 사회주의가 또 동원 하나는 잘하거든. 과학의 힘으로 밀어붙여서 안 되는 게 어딨어?


    천재 과학자는 모두 데려와. 과학만이 희망이야. 과학자 1천 명쯤 모아서 드림팀을 띄우면 10년 안에 미국 추월. 20년 안에 식량난과 에너지난 죄다 해결. 인류는 24시간 체제로 놀고 일은 로봇에게 시켜. 이런 거 좋잖아. 근데 이 좋은 걸 왜 안 해? 무슨 시장경쟁 얼어죽을.


    하여간 필자는 언어란 무엇인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식이란 무엇인가? 이런 근본적인 주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두었다. 일곱 살쯤. 근본에 근본에 근본을 찾아 해결한 다음 이를 대량복제하는 게 인류의 살길이다. 인간의 근본은 생각과 언어와 책과 교육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 둥 되도 않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문교부를 미워했다. 당시는 교육부가 아니라 문교부였다. 교과서에 거짓말을 써놓다니. 초딩이라고 놀리는 거냐? 6살이 많은 형의 중학교 교과서는 조리있게 써놨던데 초딩은 바보로 알고 수작을 부린다.


    어린애 어르는 식으로 얼렁뚱땅 교과서를 써놓은 거다. 필자가 분개한 장면 하나는 할배가 청년의 옷소매를 가위로 잘라버린 도덕교과서 내용이다. 남의 옷을 가위로 자르는 게 도덕이냐? 청년이 미제옷을 자랑하는데 옷소매가 양키처럼 길다고 할배가 가위로 잘라버려. 


    바른생활 교과서에 이런 범죄가 미담으로 기술되어 있다니. 문교부가 미쳤구만. 아무리 박정희가 양키를 미워하기로서니. 이런 걸 두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친구는 없고 혼자 생각만 한다. 결론은 철학은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거. 아이는 겁이 없다. 겁 없어야 철학한다.


    겁이 없으니 내가 옳고 인류 전체가 다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선생님도 틀렸고, 문교부도 틀렸고, 마르크스도 틀렸고, 박정희도 틀렸고, 나만 옳아. 이렇게 세게 가야 근본을 건드릴 수 있다. 선생님이 옳고, 교육부가 옳고, 철학자들이 옳다고 정하면 마음이 작아진다.


   옛사람의 권위에 눌려 질식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옛말 중에 맞는 거 하나도 없더라. 다 개소리다. 필자는 한 살 무렵부터 철학적 사유를 했고 그 절절한 순간을 지금껏 기억하기에 거듭 철학의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반드시 계기가 있다. 섬뜩한 체험이다.


    체험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문득 그 순간이 떠올라서 거듭 반추하게 된다. 개울에서 놀다가 발을 베였다. 피가 철철 난다. 그런데 울지 않는다. 어라? 울보인 내가 왜 울지 않지? 이 정도면 울어야 되는데. 울면 집에는 언제 가? 집에 달려갈 것인가 퍼질러 앉아 울 건가? 


    황당한 거다. 가만있어도 설움이 복받쳐 눈물이 터진다. 그게 아니다. 내가 선택한 거다. 울기작전을. 이후로 쉽게 울 수 없었다. 깨달은 것은 타자성의 문제다. 나와 남을 구분하는 선이야말로 철학의 절대적인 출발점이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파헤치는 철학자는 없더라. 


    타자성에 좌절했다가 세상의 어떤 약점을 포착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게임체인지를 통해 에너지를 얻어 동기부여함으로써 이기는 팀에 들고 비빌언덕이 되는 포지션을 얻고 나아갈 방향성과 대표성을 얻어 주체성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다.


    그럴 때 편들기를 넘어 상황을 제어하게 된다. 남북문제만 해도 어느 편에 붙느냐의 편들기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문제다. 암치료나 에이즈 치료도 그렇다. 약은 없다. 관리를 잘해서 오래 사는 것이 정답이다. 김정은이라면 요주의 관리대상이다.


    문정인 같은 사람은 그런 개념이 없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문제로 본다. 노선을 선택할 일이 아니라 에너지를 관리해야 한다. 노선의 선택은 상황을 정적으로 보는 것이고 에너지 관리는 동적으로 보는 것이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도 하나의 관리방법이 되겠다.


    맞대응해줘야 한다. 불을 끄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고 불씨를 살려가며 부단히 다음 단계 스테이지로 전진하기다. 문제가 있고 인간이 해결한다는 자세는 수동적이다. 문제가 갑이고 인간이 을이다. 천만에. 인간이 문제를 만든다. 인간이 갑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문정인 부류를 따르면 정권을 넘겨주게 된다. 정권 넘어가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정권이 넘어가도 이명박근혜가 김대중과 노무현이 깔아놓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가줄 것이라는 최장집 부류의 생각은 망상이다. 정치는 전쟁이다. 적군의 궤도는 때려부수는 게 답이다.


    필자의 다른 점은 기본 깔고 들어가는 숨은 전제를 치는 것이다. 대부분 전제가 틀렸다. 문정인만 해도 한국을 을로 전제한다. 을은 답이 없다. 갑의 시선을 얻어야 한다. 천하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신에 대한 관점이 중요한 것이다. 신과 일대일이다.


    대부분 5살 이전의 일을 기억 못 한다는데 열에 하나는 단편적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필자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매우 기억한다. 네 살 때까지 산내면에 살았는데 경주시로 이사를 오기 전의 기억은 모두 네 살 이전의 일이다. 만으로는 세 살이다. 유년기에 중요한게 뭔가?


    아기 때의 각별한 모험은 자칫 우리집을 잊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꼬마의 도전은 모퉁이까지 가보는 것이었다.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집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불안. 몇 번씩 고개를 돌려서 집 쪽을 확인하고 몇 걸음을 더 전진하였다가 되돌아오곤 했다.


    나중에 가보니 50미터도 안 되는 짧은 구간이었다. 꽤 멀리까지 간 기억이 있는데. 분리불안이 크다. 나 혼자 남겨놓고 형들이 5원짜리 낚시바늘 사러 1킬로 떨어진 의곡마을로 가버렸을 때 펑펑 울면서 쫓아가다 놓치고 신작로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악쓰던 기억이 있다.


    왜 사람은 유년기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할까? 검색해 봤다. 사실은 기억을 못하는게 아니다. 5살 아이는 3살 때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 8살이 되면 잊어버린다고. 유년기 기억상실증은 사실 소년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7살에서 8살로 넘어가는 시점에 대거 잊어버린다고.


    대개 호르몬이 어떻고 뇌의 해마부위가 어떻고 하는데 헛짚고 있다. 그런건 본질에서 멀다. 유아기억상실증의 진짜 원인은 부모 갈아타기를 위한 유전자의 전략이다. 잊어버려야만 하는 사정이 있다는 거다. 부족민은 친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잘 안 키운다.


    모계사회 씨족집단 안에서 친엄마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모나 작은 엄마가 대신 키우게 된다. 부모와 자식의 긴밀한 관계는 유교주의 학습효과이며 부족민은 10살이 되면 아이를 내다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외부인에 입양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TV 동물농장에 버려진 삽살개 춘장이 이야기가 있다. 생후 몇 개월 만에 지인에게 분양되었다가 이틀 만에 탈출해서 도로가에서 노숙하며 지나가는 행인 중에 여자만 있으면 쫓아가서 냄새로 자기 주인인지 확인하곤 했다. 삽살개는 털이 눈을 가려서 시력이 나쁜 거다.


    방송팀이 귀에 새겨진 표식을 확인해 주인을 찾았는데 춘장이는 엄마개도 있고 아빠개도 있고 사람 아빠도 있고 사람 엄마도 있는데 오직 사람 엄마에게만 달려들었다.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 거다. 눈앞에 있는 개들 중의 하나가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인데 관심없다.


    몇 개월 동안 엄마 젖을 먹었지만 관심이 없는 거다. 왜? 젖 떼고 독립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을 챙겨주는 주인에게는 관심이 있다. 보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인즉슨 자라는 중에 엄마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유년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닐까?


    입양되었는데 친엄마를 찾아가 버리면 곤란하다. 고양이가 그렇다. 분양받아 데려왔는데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고양이를 분양받을 때는 제집을 찾아가지 못하게 눈을 가려서 데려가야 한다고 배웠다. 아이가 입양을 거부하고 계속 친엄마를 찾아도 곤란하다. 


    아이를 열 명씩 낳으면 처치곤란이 된다. 부족민 여성이 많은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 여유가 있는 이모에게 아이를 넘겨야 한다. 소년에게 부모는 혈육이 아니라 보스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적절한 시점에 부모 포지션에서 보스 포지션으로 포지션을 갈아타야 한다. 


    부모의 일방적인 지배욕을 들키므로 사춘기에 자녀의 반항심이 커지는 것이다. 왜 일곱 살이나 여덟 살 무렵에 이전의 기억이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영아는 생존본능에 지배되므로 친엄마인지 의붓엄마인지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따를 뿐이다. 


    일곱 살, 여덟 살이 되면 농사일을 도울 나이다. 필자가 꼴망태를 만들어 달라고 아빠에게 졸라서 토끼먹이용 꼴을 베러다닌 것이 일곱 살 때다. 어느 시기에 노동하고 싶은 욕구가 불처럼 일어난다. 엄마에게는 관심이 없어지고 사냥꾼 무리의 보스에 관심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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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눈마

2017.09.28 (23:08:49)

어린시절에 탁아소는 나쁘다고 배웠는데, 지금은 맞벌이 하면서 애들은 죄다 탁아소에서 키웠소이다.

탁아소 없이 어떻게 남녀평등이 이뤄지겠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낭만주의는 어떤것도 해결해주지 않더이다.

[레벨:6]부루

2017.10.03 (23:31:25)

어릴 적 많이 읽었던 학습백과나 기타 여러 가지 서적들 보면 북한과 소련 등 아이들을 탁아소에 맞겨놓고 여자들이 일하러 간다 매우 비방조로 서술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이 엄마 품에서 빼앗겨 탁아소에서 길러진다나 어쩐다나


그런데 조금 더 크고 나니 imf외환위기 이후 남자고 여자고 맞벌이을 안하면 먹고 살기조차 힘들어지고 아이를 맞길 데가 없으니

극심한 갈등 발생하고


결국 이런 거 다 따라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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