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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772 vote 0 2017.05.03 (14:56:28)

   

    어이쿠! 또 제목이 걸작. 30대 남성. 고2 때 알바하던 대학생 누나를 짝사랑. 한 친구가 ‘누나 얘봐요. 가슴 크죠?’ 누나왈 ‘내 브래지어 빌려줄까?’ 이후 모든 게 무너졌다. 그날 이후 아무리 더워도 티셔쳐는 두 장씩 입는다. 대학생 때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했다가 욕먹고 다이어트 했는데 95킬로에서 77까지 뺐다. 친구가 65까지 빼라고 해서 헤어졌다고.


    이에 대한 강신주 답은. 뭐 어때! 이리 나와서 옷 벗어봐. 몸매 좋구만. 자 박수. 칭찬을 들으면 콤플렉스에서 해방돼. 자신에게 맞는 여자를 찾아봐. 옛 상처는 그냥 잊어버려. 다른 것을 생각해. 여자를 많이 만나야 해. 열 명 정도 만나봐. 뭐 나쁘진 않다. 그런데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 털어놓으면 다들 이렇게 말할 것이다.


    철학자라면 철학자다운 답을 해야 한다. 내담자는 평판공격을 당한 것이며 평판공격에는 개인을 통제하려는 사회의 의도가 숨어 있다. 사회가 제안하는 그 게임을 거부하고 자신의 게임을 조직해야 한다. 쉽지 않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내담자는 다이어트를 해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으나 자존감이 낮으므로 또 다른 콤플렉스를 발굴하고 만다.


    문제의 본질은 신체가 아니라 자존감의 부족이다. 왜 살이 쪘느냐다. 체질적으로 찌는 사람도 있지만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 세종과 사도세자는 뚱보였는데 세종은 태종 이방원에게 시달렸고, 사도세자는 영조에게 시달려서 뚱보가 되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던 것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어떻게든 문제가 재발된다. 호연지기를 키워야 한다.


    천하를 발밑으로 굽어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평판공격을 물리쳐야 한다. 자신의 루틴을 만들고 그것으로 결을 이루어 결 따라가야 한다. 자기 위주로 게임의 규칙을 조직해야 한다. 그래야 남의 말에 상처입지 않는다. 남이 무슨 말을 하든 반사신공으로 물리쳐야 한다. 그러려면 세상과의 관계설정이 바뀌어야 한다. 자신의 소속집단을 바꾸어야 한다.


    그것은 노력과 수행으로 안 되고 단박에 끊어야 한다. 노력과 수행을 강조하는 소승의 방법은 곤란하고 대승의 방법을 써야 한다. 돈오다. 마사이족은 용맹하지만 시체를 무서워한다. 시체를 못 만지니 다른 부족이 염소를 받고 마사이족 시체를 처리해준다. 죽을래 아니면 시체 만질래 하면 죽음을 택한다. 그러나 3초만에 바뀌었다. 세례를 받은 것이다.


    사람을 물에 담그는 데 3초가 걸린다. 세례를 받고 소속집단을 바꾸었다. 시체를 두려워하는 흑인 마사이족에서 시체를 겁내지 않는 백인 크리스찬으로 바뀐 것이다. 피부색은 상관없다. 주기도문 못 외운다. 소속이 바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것이 돈오다. 철학은 노력과 수행이 아니라 소속을 바꾸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평판공격 시스템을 탈출하라.


    내가 왜 한국인인지, 왜 한국 관습을 따르는지, 내가 왜 남자인지, 내가 왜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는지 이런 것을 모두 바꾸는 것이다. 주변과 비교하며 손해 안보려는 생각을 하면 곤란하다. 대개 비교한다. 손해를 안 보려고 한다. 나쁜 게임에 빠져버린 것이다. 자신이 100쯤 되는 남자이면 거기에 맞게 100 언저리의 여자를 사귀자는 식으로 생각한다.


    상대가 나보다 못한 10이든 내 위의 200이든 가리지 말고 운명의 여자를 만나야 한다. 자신에게 맞추지 말고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 어떤 여자를 만나면 이런 일이 내 일생에 두 번 반복될 확률이 얼마인지를 판단해서 이런 일이 일생에 한 번밖에 없다면, 그 사람이 곧 당신의 사람이다. 만약 반복된다면 지나가는 행인 1이다. 그걸로 세상과 승부하기다.


    운명과의 대결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작심하고 살을 빼는게 아니라 그냥 살을 뺏을 때 우연히 만난 사람이 운명의 사람이다. 타이밍이 맞았을 때 말이다. 취직했을 때나 혹은 헛바람이 들었을 때나 어떤 운명의 지점에 던져져서 두 번 다시 없을 상황에 만난 사람이 그 사람이다. 내 능력에 남을 맞추지 말고 내가 던져져 있는 상황에다 나를 맞춰라.


    구조론으로 보면 환경이 질이고 내가 입자여야 한다. 그런데 평판이 입자가 되고 내가 힘이 되어 있다. 힘으로 이기려 하는데 힘에서 밀린다. 입자는 축을 이동시킬 수 있는데 힘은 축을 이동시킬 수 없다. 씨름으로 치면 들배지기를 당해 몸이 허공에 떠 있다. 이 상태로는 이길 수 없다. 상대방에게 기술을 걸 수 없다. 져 있는 그 게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사랑이 구원하긴 개뿔. 세상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 내담자는 이기려고 한다. 그런데 지는 게임이다. 티셔츠 두 장씩 받쳐입는 것이 그렇다. 남과 비교하는 한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당신을 패배시킬 목적으로 당신의 뇌에서 그런 호르몬이 작동하는 것이다. 지는 역할을 맡아버렸다. 역할을 바꿔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로 게임을 다시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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