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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902 vote 0 2016.08.30 (15:00:05)

     

    석가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필자가 고딩시절에 구조론을 처음 착상하면서 헤겔의 변증법과 석가의 인연법에서 구조론과 비슷한 점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뚜렷하게 보이는게 없었다. 변증법은 구조론과 비슷하게 축과 대칭이 있는데 방향이 반대라는게 걸린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모든 것은 점차 나빠진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헤겔은 세상을 플러스로 본다. 인간은 처음 태어날 때 완전하고 점차 불완전해져서 죽는다. 죽으면 끝난다. 끝이 나야 이야기가 된다. 플러스로 가면 결말을 짓지 못하는 소설처럼 당황스러운 것이다. 곤란하다. 헤겔처럼 조금 아는게 위험하다. 그런 점에서 헤겔이 진리를 보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근본이 다르다. 


    헤겔은 어렷품이 그런게 있다는걸 눈치 챈 정도다. 이 정도로 아는 척 하면 안 된다. 석가의 사상은 모호한데 핵심개념인 인과법칙은 석가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오래된 브라만교 사상이다. 한자로 쓰니 인因, 연緣, 기起 세 글자가 된다. 구조론의 입자, 힘, 운동과 비슷하다. 문제는 셋이 독립적 개념이 아닌 점이다. 


    인연이라고도 하고 연기라고도 한다. 연기는 인연+기다. 여기서 기는 동사가 된다. 틀렸다. 기도 주어로 기능해야 한다. 인은 직접원인, 연은 간접조건이다. 이거 애매하다. 원인遠因과 근인近因이 있듯이 인, 연, 기 셋 다 원인을 이루되 거리가 점차 가까워져서 마침내 딱 붙어야 사건이 종결되고 이야기가 끝난다. 


    검색 중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연기를 ‘의존적 일어남’이라고 번역하고 있더라. 의존적 일어남이라면 다른 맥락이 성립한다. 의존한다는 것은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씨름선수 둘이 서로 샅바를 잡고 의존하여 일어난다면 구조론의 질 개념과 유사하다. 그러나 고타마의 생각이 거기에 이르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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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가를 직접 만나서 물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세상은 서로를 붙잡고 의존해 있다. 이는 서구의 원자론과 반대의 발상이다. 원자는 독립해 있다. 의존해 있지 않다. 흑인과 백인과 황인으로 구분함은 서로 의존해 있지 않다는 차별의 관점이다. 구조론이 강조하는 바는 일의성이다. 둘이되 둘로 분리되지 않는다.


    곧 상호작용이다. 세상이 상호작용의 원리, 일의성의 원리, 서로 의존하여 일어나는 평등의 원리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대단한 깨달음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쓰는 인연개념은 복은 지은대로 받고 죄도 지은대로 간다는 것이니 이는 의존이 아니다. 즉 우리의 인연개념은 연기와 완전히 반대되는 거다.


    각자의 까르마가 있어서 파종한 만큼 추수하여 몫을 나누어 받는다는 식의 발상은 연기가 아니다. 2500년 동안 불교는 이렇게 잘못 가르쳤다. 석가의 깨달음을 정반대로 해석한 것이다. 혹은 석가의 깨달음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고집멸도 사성제에는 그런 개념이 없다. 분명히 시간차가 있다.


    고는 집에서 일어나고 멸은 도로 일어난다. 여기에 상호작용 개념은 배제되어 있다. 이건 일방작용이다. 자식이 부모에 의존하여 일어나는 것과 부부가 서로 의존하여 일어나는 것은 다르다. 석가는 자식이 부모에 의존함을 말했을 뿐 부부가 서로를의지하여 일어남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혀 몰랐을까?


    수직적 상하관계의 의존이 있다면 수평적 평등관계의 의존도 있다. 이 정도는 말해주지 않아도 그냥 안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상부구조 곧 질≫입자≫힘은 수평적 평등관계 의존이고 하부구조 곧 힘≫운동≫량은 수직적 상하관계 의존이다. 전자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함이며 후자는 제자가 스승을 의존함이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팀원은 리더를 믿는다. 리더는? 선원은 선장을 믿고 선장은 자신이 쥐고 있는 배의 키를 믿고, 키는 바다를 믿는다. 선원은 선장에게 의존하여 일어나고, 선장은 키에 의존하여 일어나고, 키는 바다에 의존하여 일어난다. 이건 수직적인 상하관계다. 석가의 12연기는 수직적인 느낌이다.


    그러나 진짜는 따로 있다. 그것은 가짜다. 선장은 키를 믿지 않는다. 선원은 선장을 믿지 않는다. 모두가 타자다. 모두가 적이다. 그 무엇도 믿지 말아야 한다. 군인이 총을 믿으면 그 총은 반드시 고장난다. 기병이 말을 믿으면 그 말은 반드시 넘어진다. 절대 믿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믿는가?


    에너지 흐름을 믿는다. 리더는 계의 소실점을 찾아 한 점을 통제한다. 하나가 둘을 통제하니 효율이다. 효율의 낙차에 따른 에너지 흐름이 있고 관성이 있고 가속도가 있다. 가속도를 믿는다. 세상 모든 것은 점차 나빠진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무엇을 믿는가? 지구는 태양주변을 돌면서 가속도운동을 한다. 


    타원궤도로 인해 매 순간 방향을 튼다. 나무의 생장점과 같다. 한 점을 움직이며 계속 밀고 다닌다. 그 지속적인 변화를 믿는다. 어떤 고정된 것을 믿는 순간 망한다. 인간은 믿음에 의지한다. 사람을 믿으면 망한다. 보스를 믿으면 망한다. 에너지 흐름을 믿으면 흥한다. 끊기지 않는 의존적 일어남을 믿어야 산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줄어든다. 그만큼 일어난다. 그것을 믿는다. 연주자는 지휘자를 믿는다. 지휘자는 악보를 믿는다. 객석의 청중은 연주자를 믿는다. 무엇을 믿는가?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 유일하게 믿는 것은 악보에서 지휘자로, 연주자로, 객석으로 전달되면서 일어나는 끊기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흐름은 끊기지 않는다. 마이너스 방향이기 때문이다. 플러스 방향으로 트는 순간 배반은 시작된다. 누군가 악보값을 받겠다. 지휘료를 받겠다. 연주료를 받겠다. 티켓값을 깎겠다며 마이너스가 낳는 에너지 효율을 끊는 순간 모든 것은 일장춘몽이 된다.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의존하지 않으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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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타마가 우주의 근본원리인 상호작용을 옳게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 희미하게 단서를 남겼습니다. 처음 바둑을 발명한 사람에게 단숨에 이세돌을 능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바둑을 발명한 사람이 바둑을 잘 두지는 못해도 무조건 10단입니다. 보통 스님들이 아는 수준은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작용입니다. 고타마가 상호작용을 알지 못했다고 나무라는 것도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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