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김삿갓과 당나귀]
방랑시인 김삿갓이 어느날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찾아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주인은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매우 인색한 양반이었다. 처음 삿갓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내쫓으려 하였으나 삿갓이 글을 아는 양반임을 강조하자 태도를 바꾸어 환대하였다.

주인이 마침 새로 사랑채를 짓고 있는 중이었는데 김삿갓은 건물의 당호를 써주기로 하고 잘 차려진 밥상을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귀락당(貴樂堂)' 세 글자를 써 주었더니 주인은 매우 만족하여 글 아는 동네 선비들을 불러 자랑하고 있었다.

귀락당(貴樂堂)이라! 좋은 이름이다. 그런데 거꾸로 읽으면 '당나귀'다. 예로부터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은 '당나귀'라는 우스개가 있었다. 김삿갓이 이를 빗대어 시골 부자를 놀린 것이다. 당시 요호부민이라 해서 큰 돈을 번 농민이 양반족보를 사서 행세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당나귀는 우직하고 부지런하지만 제 꾀에 제가 빠지는 어리석은 동물이다.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다 당나귀일리야 없겠지만 정몽준의원이 요즘 자기당 내부에서 벌이고 있는 분란을 보면 혹시 당나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시험에 든 한국인들]
일요신문이 정치부기자 100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지지가 31프로 정몽준지지는 3프로다.(이회창 23프로, 이한동 4프로, 무응답 35프로) 정치부기자라면 우리보다 정치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다.

늘 정치인들을 취재하면서 가까이에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판단이 이렇다. 다른 조사를 참고하더라도 신문기자들의 70프로 이상이 노무현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표신문을 자처하는 조중동은 이회창을 지지하고 있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기는가?

어떤 경우에도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엔진은 지식인이다. 우리나라는 그 지식인과 대중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고있는 형국이다. 왜 한국의 대중들은 지식인을 불신하게 되었는가? 그 연결고리인 언론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기관차와 객차가 분리되면 그 기차는 가지 못한다. 지식인, 엘리트, 오피니언 리더가 이 사회의 기관차가 된다. 조중동이 지식인이 곡학아세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대중은 지식인을 불신한 결과 엉뚱한 선택을 한다. 그 사생아가 정몽준이다.

오늘도 10만명의 농민이 여의도에 집결하여 교통을 마비시키고 있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왜 10만 농민은 애꿎은 서울시민을 괴롭히는가? 언론이 농민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시골에서 외치어 그 목소리가 중앙에 들리지 않으니 열차타고 상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식인과 대중의 관계가 유리될 때 그 사회는 분열된다. 지식인이 판단하고 대중이 호응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바른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 언론개혁을 해낼 사람은 누구인가?


[선거는 국가적 시험이다]
몇 년마다 한번씩 치르는 선거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적 시험이다. 선거라는 시험을 통해 국민은 민주주의를 학습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출제된 문제는 아래 그림처럼 쉽다.



[정몽준+동교동 예고된 환상의 부패조]
어제 두 번 택시 탈 일이 있었는데 두분 다 정몽준지지자였다. 같이 탄 동행자가 택시기사에게 말을 붙였다.

"기사님은 이번 선거에서 누구 찍을 거에요?"
"저야 모르겠습니다. 다 그넘이 그넘 같고."

"보통 이런 경우 일단 한 사람은 제쳐놓고 나머지 두 사람 중에서 판단하는게 쉽잖아요. 일단 한 사람 제쳐놓으라면 누구를 제쳐놓겠습니까?"
"이회창씨는 안돼지요. 지 자식 군대도 안보낸 사람이 우째 대통령 나선다고. 내 참 기도 안차서 허허.."

"네~! 옳은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나아보여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정몽준이 그 양반이 그래도 사람이 참신해 보이고.."

"노무현은 어때요?"
"에그! 그 사람은 저거 당에서 쪼까낼라고 저래 염병을 떨어쌓는데 어데 되겠습니꺼? 정몽준이는 그래도 돈 하나는 많으니까 부패는 안할사람 아닙니까?"

"네.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김영삼씨도 그렇고 김대중씨도 그렇고 주변에서 다 해처먹었지 본인은 안해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몽준씨가 지금 동교동과 손을 잡고 있는데 정몽준씨 본인은 그렇다치고 동교동 이사람들이 안해먹을 사람입니까?
"맞십니더. 동교동 그사람들은 못믿을 사람들이지요."

"노무현은 이미 동교동과 각을 세웠어요. 동교동이 정몽준을 끌어들이려고 날뛰는 목적이 뭐겠어요. 해먹자는거 아닙니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도 유분수지 저는 동교동이 정몽준이 하고 손잡으면 역대 최악의 부패정권이 탄생한다고 봅니다."
"네! 그렇다면 노무현씨 찍어야 되겠네요."

결국 갈 때와 올 때 택시기사 두 사람이 다 노무현지지로 돌아섰다. 이상은 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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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노/몽 누가 되어도 개혁세력은 절반의 승리 김동렬 2002-11-16 1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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