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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758 vote 0 2015.02.12 (18: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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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의 진화는 점≫선≫각≫입체≫중첩의 순서로 일어난다. 바이러스 단계는 점이며, 회충이나 지렁이와 같은 선으로 나아갔다가, 불가사리와 같은 각으로 전개한다. 척추를 얻어 입체로 나아가고, 다시 가족이나 사회를 이루어 중첩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분명한 진화의 방향성이 있다.


    외견상 이 순서가 드러나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실제의 에너지 작동은 중첩≫입체≫각≫선≫점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겉보기 진화와 반대순서인 것이다. 존재론과 인식론의 모순 때문이다. 에너지는 어려운 것을 먼저 하지만 생물은 쉬운 것을 먼저 한다. 에너지가 진행하는 길과 생물 내부에서 그것을 구현하는 능력은 다르다. 생물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일은 중첩이다. 원시 단계의 생물은 중첩을 이루는 대칭의 일부를 바깥에 두는 방법으로 그 모순을 우회한다. 산호는 가지가 돋아있으니 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군체이며 개체는 점의 형태를 이룬 작은 폴립이다.


    점이 모여서 선이 되고, 선이 모여서 각이 된다. 진화한 생물은 개체 안에 선과 각을 갖추어야 하지만 산호는 다른 개체와 연합하여 선과 각을 조달한 것이다. 이는 속임수이므로 불완전하다. 사대강 큰빗이끼벌레도 입체처럼 보이지만 입체가 아닌 것과 같다.


    아무리 간단한 생물이라도 내부에 중첩과 입체와 각과 선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원시단계의 생물은 일시적으로 중첩과 입체를 이루거나 혹은 외부의 어떤 것에 의존하여 불완전하게 중첩과 입체를 이룬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중첩과 입체가 되는 소스는 분명히 가지고 있다.


    모든 종은 생식기에 중첩을 이룬다.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중첩은 사회다. 진화한 동물과 진화하지 않은 동물의 차이는 사람처럼 평생동안 중첩을 이루느냐 아니면 동물처럼 일시적으로 중첩을 이루느냐의 차이다. 하등동물은 생식기에만 중첩을 이루고 고등동물은 육아기에도 중첩을 이룬다.


    고등동물 중의 일부는 평생동안 가족을 유지한다. 개미의 군집도 중첩에 해당되지만, 사람이 평등한 가족을 이루는 것과 달리 개미는 계급사회다. 불완전한 중첩인 것이다.


    구조는 중첩이어야 완전하다. 완벽한 중첩은 있을 수 없다. 생물체의 활동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중첩은 의사결정구조의 세팅이다. 완전한 중첩은 뇌와, 머리와 팔과 다리와 피부와 혈관에 내장까지 모두 중첩되는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진화한다. 중첩은 단위 의사결정구조이며, 인체의 모든 부위에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첩으로 가는 진화의 방향성은 원시단계에 이미 결정되어 있다. 이를 제대로 발달시키지 못했을 뿐 원시생명체에도 중첩≫입체≫각≫선≫점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진화한다는 것은 이 구조를 뇌에도, 팔에도, 다리에도, 피부에도, 혈관에도, 척추에도 모두 갖춘다는 의미다. 남녀의 성별로 중첩을 이루듯이, 팔도 오른팔 왼팔이 있어야 하고 뇌에도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처음 생명이 지구에 출현했을 때 방향성은 결정되었다. 진화만 가능하고 퇴화는 불가능하며 자연에서 관측되는 퇴화는 진화에 포함된다. 눈이 퇴화된 종은 일정한 환경이 갖추어지면 언제든지 눈을 발달시킬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눈이 밝은 박쥐도 많다. 눈이 밝은 박쥐는 밝은 눈>눈의 퇴화>눈의 퇴화기능의 퇴화 순서로 진화한다. 구조론은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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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모든 것은 마이너스입니다. 자연에서 관찰되는 플러스는 상부구조에서의 마이너스입니다. 인간의 관측값은 플러스지만 에너지로 보고 사건으로 보면 마이너스입니다. 그런데 진화는 플러스입니다. 세상의 법칙과 진화의 법칙은 모순됩니다.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썼으나 다 실패하고 그래서 더욱 많은 꼼수를 쓰는 것이 진화입니다. 어떤 마주보고 대칭되는 것을 한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으면 해법이 찾아집니다. 대개 공간으로 포진하고 시간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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