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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002 vote 0 2014.07.03 (01:42:00)

 

    간단하다. 세상은 구조다. 답은 구조에 있다. 문제는 우리가 구조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무지의 지’다. 무엇보다 우리가 구조를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자동차의 구조나 선박의 구조가 다르다고 여긴다. 생명체의 구조와 소립자의 구조가 다르다고 여긴다. 틀렸다. 모든 구조는 같다. 어떤 것이든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동일률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의사결정구조를 거친다. 모든 아기는 자궁이라는 관문을 거쳐 태어난다. 피해갈 수 없다. 딱 걸리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의사결정구조다. 의사결정은 모든 존재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문화든, 예술이든, 물질이든, 생물이든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그것이 그것으로 되는 것이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은 한 마디로 동적균형이다. 모든 구조는 최종단계에서 동적균형으로 집약된다. 세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느냐는 동적균형을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적균형은 우리가 대상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다. 정치든, 경제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외부에서 유입된 에너지가 그 대상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거쳐서, 일정하게 통제된 결과로 비로소 그렇게 된 것이다.


    반대로 국가의 전쟁이나, 가족의 이혼이나, 회사의 파산이나, 생물의 죽음이나, 원자의 붕괴는 역시 그러한 통제의 실패로 그리된 것이다. 모든 존재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에너지에 의해 통제된 존재이며, 그 통제가 일어나는 지점은 의사결정구조이며, 통제하는 방법은 동적균형이다. 동적균형을 통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주어진 대상을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문제는 해결된다.


    배가 파도를 극복하고 중심을 잡는다면 그것은? 동적균형이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게 하는 것은? 역시 동적균형이다. 날아가는 비행기든, 투쟁하는 정당이든, 자라는 생물이든, 분열하는 소립자든, 상영되는 극장이든, 공연되는 무대이든, 하다못해 집들이나 돌잔치라도 모두 동적균형이다. 예술이든, 스포츠든, 사업이든, 도박이든 모두 동적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문제는 구조에 대한 오해다. 우리는 구조가 조직 내부에 고정되어 있다고 여긴다. 내부에 있는 것은 하부구조다. 찾아야 할 동적균형은 상부구조에 있다. 음식을 먹는다면 우리가 스파게티를 먹든, 토스트를 먹든, 핫도그를 먹든 그 음식은 바깥에 있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메뉴를 선택해야 하며 이때 의사결정원리는 동적균형을 거친다. 구조는 바깥에 있다.


    일단 먹고나면 그 음식을 소화시키는 절차는 정해진 매뉴얼을 따른다. 의사결정은 상부구조에서 일어나고 하부구조에서는 결정된 것을 집행할 뿐이다. 하부구조에서 구조를 찾으려 들기 때문에 구조의 핵심원리인 동적균형을 포착하지 못한다. 전체를 한 줄에 꿰는 소실점의 존재를 간파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문제해결의 답을 찾지 못한다.


    정치는 파탄나고, 가족은 붕괴하고, 집은 무너지고, 배는 침몰하고, 행사는 중단되고, 생물은 죽어가고, 주가는 폭락하고, 기업은 파산한다. 동적균형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정답이다. 그런데 하부구조는 정적균형이다. 정적균형은 100이라는 한도를 정해놓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넣는 방법으로 균형에 도달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시험 100점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모든 문제는 균형의 붕괴 형태로 일어난다. 문제는 하부구조의 정적균형에서 답을 찾으려는 태도이다. 여당이 방해하는 야당을 제거하면 된다거나, 업자가 가격을 올려 적자를 메꾸면 된다거나, 미국이 이라크를 치면 된다거나 하는 식의 1차원적 대응이 정적균형의 추구다. 하부구조에서는 이 방법이 먹힌다. 그러나 흔들리는 배 위에서 이 방법을 쓰다가는 쓴맛을 보게 된다.


    상부구조에는 에너지원이 바깥에 있으므로 계가 통제되지 않는다. 구조의 역설이 작동하여 의도와는 반대로 된다. 적을 타격할수록 오히려 적의 힘이 커진다. 우리는 사방으로 열려 있는 동적공간에 존재하므로 동적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닫힌 공간에서는 단순히 강자가 약자를 치는 정적균형이 통하지만 이 방법이 통하는 공간은 이미 남들에 의해 선점되어 있다.


    후진국이 선진국을 모방한다거나,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이 벼락치기로 단기간에 성적을 올린다거나 할 때는 하부구조의 정적균형이 먹힌다. 스파르타식으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내부 쥐어짜기 무한경쟁이 먹힐 수 있다. 그러나 예술가의 창의, 벤처의 창업, 정치가의 야망, 리더의 지혜, 선진국의 앞서가며 길을 개척하는 경우에는 하부구조 쥐어짜기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


    하부구조의 정적균형 방법은 단기전에 먹히나 장기전에 먹히지 않는다. 닫힌계에 먹히나 열린계에 먹히지 않는다. 생존전략에 먹히나 세력전략에 먹히지 않는다. 단순반복에 먹히나 예술의 창의에 먹히지 않는다. 벼락치기에 먹히나 우등생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후진국에 먹히나 선진국에는 먹히지 않는다. 이 방법으로 올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1인당 GDP 2만불까지다.


    모든 존재가 궁극적으로는 물 위에 뜬 배와 같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예술이든 그러하다. 생물이 그러할 뿐 아니라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물질 역시 물 위에 뜬 배와 같다.


    우리는 흔히 정은 안정된 것이며 동은 나쁜 것이라고 여긴다. 조선왕조로 돌아가 보자. 모든 나쁜 것은 바깥에서 온다. 전염병이든, 장마든, 가뭄이든, 벼락이든, 오랑캐의 침략이든 모두 바깥에서 온다. 모든 항구를 닫아걸고 외부와 교통하지 않으면 질병도 없고 전쟁도 없다. 그러므로 변화는 나쁜 것이며 정적균형이 해답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진보하는 존재다.


    물 위에 뜬 배는 일정한 속도를 얻어야 안정된다. 배가 가만이 있으면 작은 파도에도 침몰한다. 자전거라도 일정한 속도를 얻어야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는 상태가 안정된 상태다. 동물은 호흡하는 상태가 안정된 상태다. 돈은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도는 상태가 안정된 상태다. 금고에 갇힌 돈은 불안정하다. 동적균형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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