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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200 vote 0 2002.10.03 (20:00:28)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라면 배워서 안다. 학창시절 우리는 직접민주정치도 배웠고 대의민주주의(간접민주정치)에 대해서도 배웠다.

직접이건 간접이건 이런 말들이 민주주의의 본질은 아니다. 그것은 집단의 의사결정방법에 관한 규칙에 불과하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어원을 풀어보면 국민demo의 지배kratos를 의미한다. 여기서 국민demo은 원래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지방사람을 의미한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민들이이 서울로 몰려와서 요구조건을 내걸고 시위를 벌인데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왜 떼지어 서울로 몰려왔을까?

민주주의! 국민에 의한 지배! 말은 좋다. 말이 그러할 뿐 역사이래 국민의 지배는 실현된 바 없다. 속임수에 불과하다.

국민의 지배라는 것은 지방에서 올라온 대표자가 왕을 쫓아내고 왕이라 불리지 않으며 왕노릇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짜다. 구악을 신악으로 대체하고 이름만 슬쩍 바꿔놓은 것이다.

본질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해관계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이해관계의 조정이다.

이익은 두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그것은 사익과 공익이다. 민주주의는 사익을 보호하고 공익을 확대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것이 본질적 의미에서 민주주의다.

자본주의는 사익의 보호를 우선하자는 체제이고, 사회주의는 공익의 확대를 지향하자는 체제이다. 여기서 공익과 사익 사이의 적절한 균형상태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추구하는 바 진정한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누구로부터 사익을 보호하는가이다. 그것은 조직이다. 원래는 개인이었다. 최초에 인류는 개인 대 개인으로 그냥 존재했던 것이다.

어느 사이에 조직이 생겨났다. 조직과 개인이 대결하면 언제나 조직이 승리한다. 이건 불공평하다. 그러므로 조직되지 않은 지방민들이 항의하기 위하여 떼지어 서울로 몰려왔던 것이다.

여기서 두가지 규칙이 얻어진다. 첫째는 부당하게 존재하는 조직을 해산하고 모두가 개인으로 돌아가기다. 둘째는 조직을 완전히 없애는건 불가능하므로 모두가 조직에 가담하기다.

본질에서 민주주의란 조직의 특권을 버리고 개인 대 개인으로 공정하게 대결하자는 것이다. 예컨데 국민투표를 통하여 개인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조직의 힘, 다수의 힘으로 조직되지 않은 개인을 억누르는 것에 대항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가족도 하나의 조직이다. 계급도 하나의 조직이다. 학벌도 조직이요, 군벌도 조직이요, 재벌도 조직이요, 노조도 조직이다. 조직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능이다.

그러므로 개인대 개인의 공정한 대결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즉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원래 가능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선책으로 모두가 조직에 가담하는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한편으로 계급, 군벌 따위 부당한 조직의 해체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한편으로 노조, 정당 등 조직의 건설을 지향함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전진은 계급제도의 해체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모든 조직체가 계급제도처럼 뚜렷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군벌과 재벌, 언벌(언론집단)도 해체되어야 한다.

문제는 조직이 언제나 뚜렷한 형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조직들은 지하에 숨어 있다. 겉으로 조직되지 않았으면서 조직적으로 준동하는 세력이 있다. 어둠 속에서 한국을 접수하고 있는 언벌 조,중,동이 그러하다.

여성차별이나 장애자에 대한 편견,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억압 등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무의식적인 조직도 있다. 이런 것을 없애어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그러나 가족, 지연, 혈연 등의 조직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다수자가 스스로의 양심과 도덕률에 의해 소수자를 보호하는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예컨데 우리가 선의를 가지고 장애자를 돕는다면서 열심히 장애자를 찾아내어 장애자의 표지를 다는 방법으로 분별하고 격리하므로서 교묘하게 억압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소수자가 스스로 연대하여 조직을 건설하므로서 다수자에 대항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60억 인류가 모두 공자님, 예수님, 부처님이 된다해도 그것은 조금도 가능하지 않다.

이상에서 살펴 보았듯이 민주주의의 발전은 한편으로 부당하게 존재하는 사사로운 조직의 해체를 겨냥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연대하여 자발적인 조직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사회적 강자의 은폐된 조직은 되도록 찾아내어 해체를 지향하고 사회적 약자의 조직은 부단히 건설하기다. 이것이 이 시대의 정답이다.

한편으로 조직을 해체하면서 한편으로 조직을 건설한다는 것은 언뜻 모순된 논리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사익을 보호하고 공익을 확대한다는 본질에서는 같다.

학교에서 배우는 다수결이나 국민투표나 대의정치는 민주주의의 본질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의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방법론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그 집단의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익과 그 이익이 사회적으로 투사되어 나타나는 복잡다단한 이해관계이다.

물론 집단의 의사결정과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본질을 알아야 한다. 본질은 사익의 보호와 공익의 추구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도 사익의 보호와 공익의 추구에서는 하나의 접점을 가지고 만난다.

강조되는 바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을 뿐 역사의 진보라는 커다란 흐름에서 보자면 자본주의가 강조하는 사익의 보호나 사회주의가 강조하는 공익의 추구는 결국 같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두가지 다른 물줄기로 나타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왜냐하면 사익의 보호 없이 진정한 공익의 추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익이 보호되지 않으면 세금을 낼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북한에는 세금이 없다. 세금이 없으므로 공익도 없다. 북한주민들이 과연 대단한 공익의 혜택을 받고 있는가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양자간의 적절한 균형이다. 그것은 칼로 무 자르듯이 단칼에 잘라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미세조정을 필요로 하는 팽팽한 긴장상태의 유지이다.

그것은 천칭저울처럼 모순된 구조 안에서 긴장된 평형을 유지하므로서 끊임없는 미세조정을 통하여 최적화를 찾아가는 것이지, 문득 혁명을 통하여 모든 문제를 일거에 말소하는 그런 식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드러난 문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중간조직이다. 즉 개인이 지향하는 사익과 국가가 지향하는 공익 사이에서 가족이나 군벌, 학벌, 지연, 혈연 등 어중간한 의사 조직집단의 문제이다.

노조나 각종 압력단체나 종교집단이나 정당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의 진보는 첫째 이러한 불법적인 중간집단의 발호를 차단하는데 있고, 둘째 합법적인 중간집단이라도 그들이 공익을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노조가 노동자를 배신하고 기업측과 내통하는 일은 흔히 있다. 정당이 국민들을 배신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공익을 빙자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타락상은 감시되지 않는 한 100프로 있다.

예컨데 공산주의라면 말로는 공익을 추구한다면서 실제로는 소수 공산당집단의 사익을 추구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철저한 사익의 보호없이 공익의 추구는 원래부터 거짓말이다.

모두에서 말했듯이 민주주의democracy는 말만 그럴듯한 '국민의 지배'가 아니라 중앙의 조직된 사람들에 대항하여, 지방에 흩어진de 조직되지 않은 사람mo들이 스스로를 조직cracy하여 들고 일어나므로서 성립된 것이다.

democracy=멀리 떨어진de+사람들mo+조직cracy

즉 민주주의는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조직화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된다. 투표에 참여하는 따위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건 그럴듯한 사기다. 유권자들은 한표를 던지므로서 자신이 지배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폴레옹이 즐겨한 국민투표는 국민을 통째로 속여먹는 사기수법에 불과하다.

국민에 의한 지배 좋아하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이래 국민이 지배하는 정치는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우리는 '국민'이라고 말하길 즐겨한다. '국민'이란 무엇인가? '국민'이란 표현은 조직되지 않은 무기력한 개인을 의미하기 십상이다.

국민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서 사기수법이 아닌 경우는 거의 없다. 역사이래 국민은 늘 희생자였다.

알아야 한다. 조직되지 않은 국민은 진정한 국민이 아니다. 조직되지 않은 개개인의 투표행위에 의한 민주주의란 100프로 속임수에 불과하다.

깨어나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조직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언제나 그럴듯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조직화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첫째 사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고 둘째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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