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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484 vote 0 2013.12.31 (00:03:28)

 

    완전성의 모형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는 인류 중심의 진화 해석에 반하는 새로운 서술 방식을 선보인다. 이 책은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빌린 구성으로, 현재 인류에서부터 시작하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순례여행으로 전개된다. 이 책에서 인류는 길을 떠나면서 가까운 종들과 차례대로 합류하는데, 이를 랑데부라고 부른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의 공조상을 찾으려면 우리는 몇 번의 랑데부를 거쳐야 할까? 놀라운 것은 랑데부가 고작 40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 방식을 택한 근본 이유가 그 자신이 ‘진화에 목적이 있다’는 주장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인류 중심의 관점을 배제하고 모든 생물에게 동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기회를 제공한다.[알라딘 책소개에서 발췌]


    리처드 도킨스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이디어는 성경의 창세기를 연상하게 한다. 족보로 보면 부자 1촌, 형제 2촌, 부부 무촌이다. 비유로 말하자면 아담과 나의 촌수는 40촌이 되겠다. 그렇게 멀지 않는 친척이다.


    창세기의 의미는 완전성에 있다. 처음 에덴동산에서의 아담과 이브는 완전했는데 이후 인간은 불완전해졌다. 거기에서 강렬한 영감을 받아야 한다. 불과 40번의 분기만으로 이토록 다양한 생태계를 건축할 수 있다면 그 생명의 건축도구는 애초에 잘 설계된 것이어야 한다. 그 설계는 완전성을 반영한 설계여야 한다.


    한글이 위대한 것은 자모 24개만으로 수천, 수만가지 개념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라면 강희자전의 5만자로도 부족한 판에 말이다. 한자는 5만번의 랑데부를 거치고도 생물의 공조상을 만나지 못하는 셈이다. 한글이 적은 자모로 많은 발음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한글 안에 어떤 완전성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구조론은 모듈진화로 이를 설명한다. 불과 40번 만에 공조상을 만난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설명은 일단 구조론의 모듈진화와 가깝다. 어쩌면 40번도 많을지 모른다. 모듈진화에 의해 진화는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이러한 비약적인 진화는 ‘진화에 목적이 없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결론과 충돌한다. 불과 40번의 랑데부로 모든 생물의 공조상을 만난다는 설명과 진화는 아무런 목적이 없이 주사위를 던져 확률을 구한 결과라는 입장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다. 앞뒤가 안 맞다. 리처드 도킨스가 틀렸다.


    구조론으로 보면 진화는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진다. 진화는 게임의 법칙에 따라 고도의 전략을 가지고, 상대편을 이기려는 의도로 지름길을 선택한다. 40번의 랑데부는 우연히 확률로 주어진게 아니라, 게임이론을 적용한 유전자 모듈이 최단거리를 찾아 능동적인 선택을 한 결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프로그래머들은 ‘추상 클래스abstract class’를 쓴다. 미완성인 추상클래스는 하위 클래스에서 객체를 생성하도록 구현된다. 완전한 구현에 실패하면 또다른 하위클래스가 만들어지고, 그 클래스는 추상클래스가 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번의 랑데부를 거쳐 하나의 프로그램은 완성된다.


    미디어이론에 ‘미디어 레이어’라는 것도 있는데, 미리 만들어진 일련의 패키지 중에서 몇가지를 조합하여 선택한다고 한다. 컴퓨터의 구조는 추상화 레이어abstraction layers로 설명된다. 추상화의 추抽는 뺄 추다. 여럿 중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공조상을 뽑아내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공조상 역시 지층이 오랫동안 퇴적되어 층위를 이루듯이, 생물의 진화를 유전자 레이어의 축적으로 본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말이 된다. 그는 레이어의 퇴적은 찾아놓고 게임의 법칙에 따른 유전자 패키지의 조합까지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의사결정 단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본래 모듈을 이루어 추상화 하는 능력이 있다. 언제라도 빠른 길을 찾아낸다. 여기서 목적의 유무를 가르는 기준은 전략의 유무다. 전략이 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손해보고, 장기적으로 이득본다는 말이다. 거기에 의사결정단위의 자유의지가 있다. 능동적인 선택의 주체가 된다. 사건의 원인측이 된다.


    의사결정은 막연하게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사전에 상호작용의 레벨을 정해야 한다. 개인단위 접촉인지, 가족단위 접촉인지, 혹은 부족단위의 접촉인지 퇴적된 레이어의 층위를 지정해야 한다. 축구시합을 하더라도 사전에 룰을 정하고 팀원의 숫자를 맞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의사결정 단위가 있다. 자유의지가 있다. 사건 안에서 에너지의 입력측이 된다.


    ◎ 목적의 유무는 전략의 유무로 판단한다.

    ◎ 전략은 단기전과 장기전 중에서 선택된다.


    조삼모사와 같다. 집에서 기르는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도토리 세 되를 주고 저녁에 네 되를 주겠다고 하면 원숭이들이 화를 낸다. 이는 자유의지에 따른 능동적인 선택이 아니라 기계적인 반응에 불과하다. 능동적인 선택이 되려면 이기적인 유혹을 참고 타자를 의식하여 이타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은 아침에 손해를 보고 대신 저녁에 이득을 보는 선택이어야 한다. 조사모삼이 아니라 조삼모사여야 한다.


    게임에서 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게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략은 바둑의 사석작전이다. 검술로 말하면 살을 내주고 뼈를 베는 작전이다. 덫을 놓고 함정을 판 다음에 적을 그리로 유인하는 것이다. 낚시를 하더라도 먼저 미끼를 준다. 에너지를 가진 쪽에서 먼저 작전을 걸어가는 것이며, 이 작전은 초반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생명의 진화에는 이러한 게임의 요소가 있다. 진화는 커다란 유전자 풀 안에서 게임의 법칙을 적용하여 패키지들 중에서 적절한 조합을 선택한 결과다.


    의미와 무의미의 차이는 시간성에 있다. 존재는 사건이며, 사건은 대칭이고, 대칭은 공간의 대칭이며, 이를 시간화 하는 것이 전략이다. 필요한 것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협력에 의해 조달되며, 협력은 자신이 손해를 보는 이타적인 선택으로 가능하다. 성별 중에서 남자는 협력을 위한 잉여이고 여자는 사건의 능동적인 주체다. 남자는 동료 남자와의 협력으로 에너지를 조달하고, 여자는 자녀를 낳거나 파트너가 된 남자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조달하여 사건의 원인측이 된다. 자유의지가 획득되는 절차는 이러하다. 물론 여자도 여자와 협력할 수 있지만, 유전자측에서 기획된 기본적인 게임의 설계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전략은 시간 상에서 단기적인 손해와 장기적인 이익을 교환한다. 유전자는 장기전과 단기전, 생존전과 세력전 중에서 선택한다. 종이 암수로 구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암컷은 종족보존의 목적이 있지만 수컷은 단기적인 목적이 없다. 수컷은 세력전에 소용되며, 이는 단기적인 낭비와 비효율을 감수하고 장기적인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고도의 바꿔치기 전략이다.


    유튜브에 낚시하는 새의 동영상이 널리 알려져 있다. 새는 빵조각을 강물에 던져 물고기를 유인한다. 빵조각이 강변으로 밀려오자 몇 번이고 다시 던진다. 물고기가 빵조각을 먹기 위해 수면으로 솟구치자 새가 잡아먹는다. 유전자로 볼 때 남자는 일종의 낚시미끼와 같다. 협력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쓰이는 잉여다. 유전적으로 볼 때 모든 종은 여자로 출발하며 남자는 협력을 통한 힘의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비축해둔 잉여인 것이다.


    외부의 관측자는 이런 내막을 모르고 오해할 수 있다. 우리는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바둑을 두지만 이를 멀리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외계인은 게임의 목적을 알아채지 못한다. '지구인들은 도대체 월드컵을 왜 하는 거야? 아무 목적이 없잖아. 겨우 컵 하나 가져가려고 4년 동안 저 난리를 피우다니 믿을 수 있어?' 그 컵이 실은 귀한 컵이다. 의미가 있는 컵이다. 집단에 동기를 부여하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구성원들의 관계를 긴밀하게 조직하여 집단 안에서 상호작용을 증대시키는데 사용된다. 축구 잘 하는 나라가 살림살이도 비교적 낫다.


    과학이 오판하는 이유는 종교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 때문이다. 종교가 잘못된 목적을 전파하므로 이를 피하려다가 또다른 오판의 덫에 걸린 것이다. 진화는 분명한 목적이 있지만 그 목적이 종교적인 목적은 아니다. 징기스칸의 전쟁은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목적에 의한 것이다. 싸움을 계속하다보니 우연히 승승장구하여 결과적으로 정복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는 땅끝까지 정복하려고 마음을 먹고 이유없는 침략을 감행했다. 그러한 결심은 부르칸 칼둔 산에서 얻어졌다. 징기스칸은 적들에게 습격당하여 부인을 도적맞고 부르칸 칼둔산의 산꼭대기로 도망쳐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때 징기스칸은 천신에게 맹세했다. 그의 생존이 천신의 가호에 의한 것이라고 믿고 이름난 무당들을 동원하여 이러한 믿음을 종교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무당들은 징기스칸이 세계를 정복하라는 천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고원에 선포했다. 이후 징기스칸의 전쟁은 마치 종교인의 순례여행처럼 되었다. 그들은 막대한 전리품을 얻고도 멈추지 않았다. 전리품을 쌓아둔 채 계속 적지를 향하여 전진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자유의지에 의한 적극적인 의사결정이다.


    유전자는 진화하려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다. 유전자 모듈 안에 진화의 방아쇠가 있다. 진화모듈은 추상화 레이어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조합을 선택하여 패키지를 만든다. 그 선택은 단기전에 져주고 장기전을 이기는 게임이다. 특히 인류는 동료와 경쟁하는 전략보다 협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동료와 협력하는 수단으로 언어를 발달시켰고, 그 협력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인간은 털을 잃었다. 만약 인간이 원숭이처럼 털을 가졌다면 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향상되어, 일찍부터 혼자 사냥할 수 있게 된다. 다섯 살 꼬마도 사냥을 할 수 있다면 인류는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걸다가 동료에게 사냥당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는 원숭이도 정글에서 약한 무리를 만나면 서슴없이 원숭이를 사냥하여 그 고기를 먹는다. 인간이라고 다르겠는가? 인간이 말하지 않는다면 동료와 협력하지 않는다. 협력하지 않으면 전투에 패배한다. 패배하면 멸종한다. 인간은 단수가 높은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져주고 이기는 게임을 개발했다.


    당신이 배고플 때 우연히 길에서 100만원을 주웠다고 치자. 어떻게 하겠는가? 그 돈을 주인에게 되찾아주면 평생 그 성실한 스타일로 인생을 살게 된다. 반면 그 돈으로 신나게 일주일을 즐겼다면? 이후 계속 길바닥을 살피며 인생을 살게 된다. 그 한 번의 횡재가 그대의 인생 전체를 통째로 규정한다. 땅바닥을 살피며 길을 걷고, 요행수를 바라며 의사결정하는 버릇이 생겨서 완전히 그쪽으로 굳어버린다. 비뚤어진 인생의 결이 만들어진다. 자유의지로 선택해야 한다.


    영화의 노무현은 선택을 한다. 얼마 안 되는 이 돈으로 밀린 국밥값을 낼 것인가? 아니면 밥값을 내지않고 그대로 도망쳐서 헌책방에 팔아먹었던 책을 되찾을 것인가? 영화는 그 선택의 결과를 보여준다.


    개는 6개월만에 완전히 성숙한다. 염소 새끼는 태어나자 마자 눈을 뜨고 일어서서 걷는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빠른 성숙으로 덩치를 키워서 살아남는 확률을 올리는 전략을 취한다. 맹수가 몸집이 작은 개체만을 노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성숙하는데 거의 20년이 걸린다. 인간은 20년간의 느린 성숙으로 팀 플레이를 강제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아이를 20년이나 키우다보면 팀플레이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자유의지에 의한 전략적 선택이다.


    인간에게는 분명한 목적과 의도가 있다. 인간에게는 목적이 있는데 자연에는 목적이 없다고 말하면 이는 인간의 교만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인간에게 있는 것은 자연에도 있어야 한다. 개미는 개미집단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인간은 가족과 인류를 바라보고 살아간다. 유전자로 보면 종은 전부 연결되어 있으며 전체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눈길을 갈 때는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걷기 마련이다. 처음 지구에 유전자가 나타날 때 방향이 정해진 것이다. 중요한건 곳곳에 독립적인 의사결정의 단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추상抽象이라는 단어만 봐도 겁을 집어먹는데 추상이 별것이겠는가? 빠레뜨에 물감을 미리 짜놓는게 추상이다. 붓을 놀릴때마다 물감을 새로 짠다면 얼마나 번거롭겠는가? 공사판 용어로는 단도리다. 어떤 일이든 준비작업, 사전작업을 거쳐야 하며, 그 준비는 완전해야 하고, 그것이 추상화다. 곧 구조다. 구조론은 추상이론이다. 추상하지 않고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 생물은 추상화로 진화했다. 진화는 유전자 모듈로 이루어진 각 의사결정 단위에서의 자유의지에 의한 거대한 바꿔치기 선택의 결과다.


   


[레벨:2]수학의 눈

2013.12.31 (10:45:39)

유전자는 세포자동자(cell automata)이며 인간도 일종의 세포자동자이다.

 

자유의지란 용어는 자유에너지란 용어와 동의어이다.

 

인간의 무리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잉여 농산물이 생기자 이 잉여농산물은 곧 권력자 상위계층을 형성한다.

 

유전자들도 그런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처음 원핵생물들은 혼자서 드넓은 바다를 떠돌며 살았지만

 

원핵생물들의 공생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생기고 산소호흡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생기면서 진핵생물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할

 

동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진화는 단속적으로 급격하게 일어난다. 이유는 여유에너지가 축적될때까지 더이상 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목적은 에너지가 만든다. 추상화도 여유 에너지가 만든다.

 

원시인류가 처음부터 권력자를 만들 목적으로 농경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인구가 증가하고 더이상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농경이 시작된다.

 

농경으로 잉여생산물이 생기면서 상부계층의 권력자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권력은 다시 피드백되어 권력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작업을 한다. 즉 더 많은 잉여생산물을 착취해 낸다.

 

이렇게 모든 것은 에너지의 문제이다. 에너지에서 목적도 생기며 에너지에서 추상화도 생기며 에너지에서 진화도 일어난다.

 

에너지가 없다면 그 무엇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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