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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470 vote 1 2012.11.05 (23:49:03)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스타일은 steel에서 나온 말이다. 작가의 철필이 금속이기에 나온 말로 작가 특유의 문체를 뜻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적용된 hard-boiled style이 대표적인 예다. 요즘은 옷장사들이 스타일이란 말을 쓰지만 본래의 뜻은 아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듣고 중국 아줌마들이 명동에 떼로 몰려와서 얼른 강남스타일 옷을 내놓으라고 닦달했다는 뉴스도 있었지만 그건 오해다.

 

    스타일을 의역하면 붓이다. 각자 자기만의 붓이 하나씩 있는 거다. 굵은 붓을 쓰는 이는 굵은 글 쓰고, 빠른 붓잡이는 빠른 글 쓰고, 느린 붓잡이는 느린 글 쓰고, 낭만 붓잡이는 낭만 글 쓴다. 각자 자신의 붓에 맞게 자기 인생을 그려나가는 거다. 붓의 형태가 그 작가의 문장 형식을 만든다. 더 나아가 작가의 옷과, 거실과, 정원의 디자인에도 반영되고 사교의 양식에도 반영된다. 거기에 작가의 철학이 뒷받침 되어 있다. 그래서 스타일이다.

 

    스타일을 도(道)로 번역해도 좋다. 도는 길이다. 길이라 하면 로(路)로 착각하기 쉽다. 도와 로는 다르다. 로는 인위적으로 닦은 길이며 road에 해당된다. 어원으로 보면 흙을 올려 닦았다는 의미다. 도(道)의 바른 뜻은 way다. 어원으로 보면 wave와 가깝다. 파도쳐 가는 길이 way다. 파도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스타일의 진정한 의미는 현대성에 있다. 현대성은 new wave라 하겠다.

 

    way의 어원은 잉크가 번지는 것과 같이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파생어로는 venture가 있는데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스며든다는 뜻이다. 잉크 한 방울을 종이에 떨어뜨려 보면 살아서 꼬물꼬물 기어간다. 내부에 결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리듬도 있고 화음도 있고 멜로디도 있고 이야기도 있다. 있을건 다 있다. 그것을 풀세트로 갖추어야 스타일이다.

 

    일본인들은 다도니, 서도니, 검도니, 유도니 하며 아무데나 도를 붙이곤 하는데 도를 road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도예(陶藝)니 서예(書藝)니 사예(射藝)니 무예(武藝)하며 예(藝)를 위주로 쓴다. 예는 art다.

 

    일본의 도는 살살 번져가는 현대성의 도, way의 도가 아니라 고정된 격식에 가까우므로 road다. 로(路)다. 물론 일본의 다도가 원래 선종불교에서 나왔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아는 사람은 도(道)를 안다.

 

    way는 방법이지만 방법할매의 방법은 도(道)가 아닌 로(路)다. 그것은 일종의 패스워드와 같다. 방법할매가 수리수리마하수리 하고 방법주문을 외우는 것은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 하고 외쳐서 비밀의 문을 여는 것과 같다. 방법할매는 도를 자물통과 열쇠의 관계로 알아듣는다. 일본인의 도에 대한 관념도 비슷하다. 도를 고정된 명령어로 이해한다.

 

    도는 고정된 road가 아니라, 잉크가 슬금슬금 번지면서(venture) 한편으로 격렬하게 파도치듯이(wave) 방향제시의 way다. 점성이 약한 잉크는 빠르게 번지고, 점성이 강한 잉크는 느리게 번진다. 오공본드는 찔끔찔끔 번지고 순간접착제는 순식간에 번진다. 그 안에 고저와 장단과 강약과 경중의 질서가 있다. 진정한 도는 현대성이 있다. 팔팔하게 살아있다. 이 시대에 도와 로를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노자의 도덕경을 논한대서야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돈오는 어떤 대칭된 둘을 충돌시켜놓고 그 모순의 낙차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 이야기의 기승전결에서 감정을 끌어내고, 그 감정을 조율하여 고저와 장단과 완급과 강약과 경중의 조형적 질서를 끌어내며, 그것을 잉크가 슬금슬금 번지듯이, 또는 파도가 격렬하게 몰아치듯이 전개시켜 결을 살려가는 것이다. 그 안에서 new wave의 현대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낯선 사람과 만날 때는, 혹은 서로 다른 둘이 충돌할 때는 반드시 밀고 당기며 간을 보는 절차가 있다. 때로는 격렬하게 충돌하고 때로는 은근하게 떠 본다. 화끈하게 불타오르기도 하고 슬금슬금 젖어들기도 한다. 그 안에 방향제시의 way가 있고, 조심스러운 모험의 venture가 있고 격렬한 충돌의 wave가 있다. 그러한 충돌이 반복되면서 자기만의 화음을 끌어내면 style로 굳어진다.

 

    돈오와 점수의 차이는 도(道)와 로(路)의 차이다. 돈오는 낯선 세계와의 충돌을 겁내지 않고, 미지의 신대륙을 향해 wave를 일으키며 뻗어나가는 venture다. 반면 로는 패스워드와 같이 고정되어 있다. 진정한 깨달음은 에베레스트 등반과 같이 어떤 고정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서로 다른 세계 사이에서 깜짝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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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관계다. 관계는 스타일로 획득된다. 스타일은 도(道)다. 도는 way다. way는 venture다. venture는 남의 영토에 조심스럽게 스며들어 간다. 그러다가 맹렬하게 반응하며 wave를 일으킨다. 거기서 방향이 얻어진다. 돈오는 new wave다. 그것이 완성해야 할 현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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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수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등반가와 같이 어떤 고정된 목표를 정해놓고 도달하려 애쓰는 것이다. 돈오는 생택쥐뻬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와 어린왕자가 서로를 길들이듯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관계는 은근하게 밀고 당기다가 한 순간에 완성된다. 그래서 돈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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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은 붓이다. 각자 자기만의 붓을 가지고 있다. 굵은 붓을 쓰는 사람은 굵은 글을 쓰고 굵은 관계를 맺는다. 가는 붓을 쓰는 사람은 가는 글을 쓰고 가는 관계를 맺는다. 붓이 가는 길이 있다. 먹이 종이에 스며드는 길이 있다. 관계가 마음에 스며드는 도가 있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은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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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전진이다. 첫 출근은 조심스럽다. 첫 만남은 조심스럽다. 첫 등교는 조심스럽다. 끝없이 새로운 관계를 개척하며 그 가운데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찾아야 할 현대성이다. 문재인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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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빨간 입술 하나만 그려 놓는다. 그리고 유혹한다. 나머지 여백을 당신이 마저 채우도록. 그러나 곧 폭풍같은 파도를 일으키고야 만다. 격렬하게 반응하고야 만다. venture로 스며들다가 wave로 불타오르고 만다. 그것이 돈오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보다 오히려 어렵다. 그래서 도(道)는 예(藝)다. 깨달음은 art다. 스타일은 art다. 돈오는 ar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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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이 정밀한 자동차의 제작이라면 달이 뜨다는 그 자동차의 편리한 이용입니다. 모두가 구조론의 달인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자동차의 구조는 복잡하지만 가장 좋은 자동차는 구글 무인자동차라서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수학공식은 수학자에게 맡기고 그냥 전자계산기만 이용해도 됩니다. 우리가 전문적인 과학 지식은 없어도 과학적인 사고는 해야 합니다. 과학적인 지식에 뒷받침 되는 합리적인 생활방식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구조론이 전문지식이라면 구조론의 이론적인 부분은 제게 맡기되 대신 구조론적인 사고는 해야 합니다. 어떻게? 구조론의 돈오 스타일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권하는 바입니다. 




http://gujoron.com/xe/?mid=Moon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2.11.06 (10:16:38)

돈오란 해석은 수천가지로 해석되어진다고 봅니다.

[ new wave]정말 적절한 표현입니다.

저는 평소 돈오란 공간성과 시간성의 일치에서 오는 지금이라고 표현합니다.

과거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인식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道는 스스로 나타내지 않음으로  art에 표현되어지죠.

art의 최고 걸작은 自然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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