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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회대중은 알겠는가? 노랑제비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대사 한 토막이다.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노랑제비꽃 화분이다.” 반칠환 시인의 ‘노랑제비꽃’이다.

“원각이 보조하니 적과 멸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유명한 성철스님의 법어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이오?(祖師西來意)” “뜰 앞의 잣나무로다(庭前栢樹子) 당나라 때 조주스님의 유명한 공안이다.

이들은 모두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완전의 경지’다. ‘우주와의 합일의 경지’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누구든 한번 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와 세상이 온통 하나가 된 느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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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과학의 출발점은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요소환원주의 논리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에너지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정보’로 보면 부분의 합은 언제나 전체보다 작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규명하고 있듯이..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더 적은 양의 질서를 가진다. 이것을 두고 열역학은 ‘무질서도의 증가’로 표현한다. 이러한 원리는 스포츠에서 특히 잘 관찰된다.

피겨스케이팅의 복잡한 연결동작에서 각 부분동작의 합은 항상 전체동작 보다 작다. 스포츠맨이 이 원리를 터득할 때 선수의 기량은 급속하게 향상된다.

"이제 힘 빼고 던질만 하니까 은퇴할 때가 됐어요.”(김일융 선수) “선동렬코치에게 전수 받은 기술은 힘을 빼고 공을 던지는 방법입니다.”(배영수 선수)  

프로야구 속설에 투수가 힘을 빼고 던지는데만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팔에서 힘을 빼면 공을 던질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자꾸만 힘을 빼고 던지라고 하지? 야구선수가 성철스님의 선문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어느 분야든 그 분야의 최고수가 되려면 어느 정도는 깨달음의 경지를 통과해야 한다.  

피아노의 연주라면 손목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전개된 엄지와 비엄지의 균형이 있다. 엄지와 비엄지의 균형이 평형에 도달할 때 손목이 개입한다. 손과 손목 사이에서의 힘의 배분이 평형에 도달할 때 팔꿈치가 개입하고, 팔꿈치와 손목이 균형을 이룰때 어깨가 개입하고, 차례로 상체와 하체가 개입한다. 최종적으로는? 대지(大地)가 개입한다. 온 우주가 개입한다. 마침내 신(神)과 합일의 경지가 된다. 적어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골프선수가 최고의 스윙을 하는 방법은? 하체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손과 손목, 손목과 팔, 팔과 상체의 밸런스가 평형에 도달할 때 하체가 개입한다. 반대로 상체가 무너지면 하체가 도무지 받쳐주지를 않는다.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평형에 이를 때 대지(大地)가 개입하고 인체와 대지가 평형을 이룰 때 우주가 받쳐준다. 이러한 경지를 두고 파울로 코엘료는 ‘온 우주가 돕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선수는 손과 팔의 힘만이 아니라 대지의 힘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지와 접촉하는 두 발의 자세가 중요하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따른 밸런스의 원리가 있다. 골프클럽과 손가락 사이의 힘의 배분의 평형이, 손과 손목 사이의 힘의 배분의 평형, 그리고 팔과 상체, 더 나아가 하체와 그 하체가 디디고 선 대지와 그 대지를 받치는 우주를 차례로 개입시킨다.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라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작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환원성질에서 50+50=100이 되지만 정보에서는 50+50이 100에 미치지 못한다. 그 모자라는 크기 만큼 외부에서의 플러스 알파가 개입한다. 그러므로 산은 산이 되고 물은 물이 되는 경지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그루 뜰앞의 잣나무는 우주와 소통하며 스스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온 우주가 통째로 필요한 것이다.  

부분의 합은 언제나 전체보다 작다. 그러므로 밸런스의 원리에 따라 그 결핍의 크기만큼 외부에서 개입하여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그 방법으로 우리는 외부에서의 플러스 알파를 획득할 수 있다.

권투시합에서 펀치는 반드시 스냅으로 쳐야 한다. 팔에서 힘을 빼야만 펀치에 스냅을 실을 수 있다. 태권도식으로 있는대로 힘을 실어서 정권찌르기를 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는 제대로 된 펀치가 될 수 없다. 하체가 받쳐주지 않고, 대지가 받쳐주지 않고, 우주가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권찌르기에서 힘의 작용에 따른 반작용이 유발되면 인체가 링바닥과 닿는 접점이 이동한다. 무게중심이 이동할 때 그 접점에서의 밸런스를 유지시키기 위한 에너지의 손실이 일어난다. 펀치를 휘두르는 순간 상체가 기우뚱하고 무너지게 되며 이때 힘의 절반을 이렇게 무너진 자세를 바로잡는데 투입해야 하므로 펀치의 위력이 감소되는 것이다. 서커스단의 곡예사가 두 발로 굴리는 오크통 위에서 펀치를 휘두른다는 느낌으로 쳐야 제대로 된 펀치가 된다.

농구선수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골밑슛이나 덩크슛이 아닌 이상 골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반드시 힘을 빼야 한다. 코치들은 이때 ‘relax’라는 표현을 쓴다. ‘마음을 편히 먹고 긴장을 풀라’는 의미가 되지만 긴장을 푼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천만에! 오히려 적당히 긴장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스포츠맨이 강조하는 ‘relax’의 진정한 의미는 완벽한 힘의 배분이다.

자동변속기 차량은 유압을 사용하므로 수동에 비해 10퍼센트 가량 효율이 낮다. 그러나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도 특정 기어비에서는 록업클러치 기능에 의해 엔진구동축과 추진축이 직결로 연결되면 기계적인 맞물림이 일어나 연비가 좋아지는 특성이 있다.

최고의 투구, 최고의 펀치, 최고의 스윙, 최고의 연주는 완벽한 힘의 배분에서 나온다. 그것은 공에서 손가락, 손목, 팔, 어깨, 상체, 하체, 대지, 지구 중심축이 록업클러치 기능에 의해 완전히 직결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 순간 온 우주가 돕는다.

자동차는 바퀴를 굴려서 가는 것이 아니라 바퀴로 대지를 밀어서 그 작용에 대한 반작용의 힘으로 추력을 얻어 전진하여 가는 것이다. 이때 반작용으로 추력을 되돌려주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대지의 힘이 없다면 자동차는 달릴 수 없다. 바로 그러한 방법으로 자동차는 대지와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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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고 배운다. 그러나 이는 수학에서나 적용되는 현상이고 자연에서는 항상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작다. 부분들이 가진 핵이 서로 간에 반발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둘을 합쳐 하나를 이루려면 먼저 그 반발력을 상쇄시켜야 한다. 거기에 상당한 정도의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 부분의 합이 항상 전체보다 작아진다.

통합파들은 1+1=2가 된다고 순진하게 믿는다. 과연 그럴까? 우리당과 민주당은 본질이 다르다. 두 개의 핵이 있다. 두 핵 사이에 반발력이 있다. 통합과정에서 에너지의 일부는 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반발력을 제거하는데 투입되어야 한다.

삼국지연의에서 16로 제후 연합군이 동탁 하나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원소군과 손견군과 조조군이 가진 서로의 반발력을 제거하는데 상당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학의 추상적 관념에서는 항상 1+1=2가 되지만 자연의 실제에서는 절대로 그냥 1+1=2가 되지 않는다.

고금의 병법가들은 이 원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작은 현상을 이용하여 나폴레옹은 각개격파 전술을 사용한다. 일점포격으로 종심을 돌파하여 영국과 스웨덴 연합군을 둘로 가르고 각개격파한다. 프랑스군 2가 영국+스웨덴의 1+1보다 더 크다. 영국, 스웨덴 연합군은 김근태스럽게도 통합 좋아하다 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한니발은 그 역의 역이 되는 방법을 쓴다. 아군을 둘로 나누어 양쪽에서 적을 협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두 핵을 멀찍이 떼어놓기 때문에 두 핵이 가진 반발력을 상쇄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 손실은 없다. 한니발은 아군을 보병과 기병의 둘로 나눈 다음 로마군 중갑병을 양쪽에서 협공하여 섬멸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경우는 외부에서의 플러스 알파의 개입에 의해 1+1이 2보다 크다.

워털루 전투에서 웰링턴 장군도 이 방법을 썼다. 나폴레옹이 영국군과 독일군을 동에번쩍 서에번쩍 각개격파하기 위해 행군속도를 높여 연합군보다 한 발 먼저 전장에 도착하려고 했지만 사전에 정보가 새나가는 바람에 연합군이 생각보다 이르게 전장에 도착하게 된 결과로 양쪽에서 협공을 당한 것이다.

무엇인가? 우리당과 민주당이 기계적으로 통합되면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작은 원리에 의해 우리는 한나라당에 각개격파 당하고 만다. 그러나 우리당과 민주당이 각자 독립적으로 핵을 유지한 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중앙의 한나라당을 양쪽에서 협공할 수 있다. 부분의 밸런스가 평형에 도달할 때 외부에서의 플러스 알파가 개입하는 현상에 의해 한나라당은 자동으로 격파되고 마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우리당과 민주당 연합군-아직 결성되지 않은 가상의-의 종심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이때 종심을 지키려고 하면 각개격파 되고 만다. 오히려 양쪽으로 날개를 크게 벌리고 흩어졌다가 다시 적을 포위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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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는 작용과 반작용에 따른 밸런스의 원리에 의해 평형을 복원하려 한다. 부분이 독립적으로 핵을 유지한 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밸런스를 유지하면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작은 만큼 외부에서의 플러스 알파가 개입하여 돕는다.

반면 밸런스가 무너지면, 힘의 배분이 적절하지 않으면, 각 부분의 핵이 가진 자체 반발력에 의해 시스템은 와해되고 만다. 우리 내부에서의 적절한 힘의 배분은 아폴로 13호의 귀환만큼이나 어려운 임무이다.

리더와 논객과 눈팅들 사이의 적절한 힘의 배분, 그리고 개혁네티즌과 우리당 사이의 힘의 배분, 우리당과 범 개혁세력 사이의 힘의 배분, 범개혁세력과 유권자들 사이의 힘의 배분이 절묘한 황금비례에 도달해야 한다. 그러나 역사상의 베테랑 승부사들은 능히 이 임무를 달성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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