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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1497 vote 0 2007.03.02 (23:36:23)

<개인적인 글입니다.>

구조론으로 본 진화론

진화란 처음 단순한 구조에서 점차 복잡한 구조로 변화해온 것이다. 그런데 왜 생명체는 단순한 구조를 버리고 복잡한 구조를 선택하는가? 생존을 위해서? 그렇지 않다.

진화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오히려 복잡한 구조를 버리고 단순한 구조를 선택해온 결과이다. 물론 생명체의 모든 영역에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구조론에 따르면 모든 변화는 전체에서 부분으로 그리고 복잡에서 단순으로 이행한다. 즉 닫힌계 내에서 단순한 구조를 버리고 복잡한 구조로 나아가기란 물리적으로 불능이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없다.

닫힌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복잡에서 단순으로 이행한다. 이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증명하고 있다. 진화는 닫힌계 안에서 더 단순한 구조를 선택해온 결과이다.

이 점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벼리와 갈피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존재는 계 내에서 대칭과 평형을 이룬다. 대칭과 평형은 작용과 수용 사이에서 성립한다. 이때 복잡한 쪽이 작용하고 단순한 쪽이 수용한다.

작용하는 쪽이 벼리라면 수용하는 쪽이 갈피다. 벼리가 통제자이고 갈피가 통제대상이다. 통제자가 통제대상을 제어함에 있어서 복잡한 과정을 버리고 보다 단순한 과정을 선택해온 결과가 축적되어 진화로 나타난 것이다.

생명체의 존립을 담보할 핵심영역에서는 복잡에서 단순의 일방향으로 이행하며 중심부에서 일어난 그러한 진행의 결과가 주변부에 대칭적으로 축적되어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 진화다.

이는 생명의 통제자인 유전자가 통제대상인 생체의 기관과 조직을 제어하기 쉬운 쪽으로 진화했다는 말이다. 진화의 핵심부분은 유전인자와 그에 대응하는 조직 혹은 기관이며 유전자가 조직과 기관을 용이하게 통제하려 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다윈이 주장한 적자생존, 자연도태, 개체변이는? 이는 진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변요소들일 뿐이다. 다윈의 조건들은 진화를 촉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진화한 종의 적응과 생존을 가능케 한 주변환경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진화는 유전자가 생명체를 통제하되 복잡을 피하고 단순을 선택한 결과가 축적된 것이다.

CG작업으로 비유하면 2D작업보다 3D작업이 더 단순하다. 통제대상의 집적도는 복잡해졌지만 통제자 입장에서 대상에 대한 통제방법은 더 단순하다.

마차보다 자동차가 더 단순하다. 마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 기르기, 마부관리, 마차 관리 등 많은 난제들을 해결해야하지만 자동차는 말도 필요없고 마부도 필요없다. 자동차가 말 보다 관리하기  쉽다.

이는 수동기어보다 자동기어가 더 조작하기 쉬운 것과 같다. 즉 생명체의 진화는 통제자인 유전정보가 통제대상인 생체의 조직과 기관을 더 용이하게 지배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의 핵심은 운전이다. 자동차의 발달은 운전자가 운전을 더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에 따른 성취의 결과물인 것이다. 여기서 사전에 운전내용은 정해져 있다.  

운전자는 100키로미터의 거리를 10리터의 연료로 최대한 빠르게 가고자 하며 그 중간에서는 100명의 방해자들과 조욱하게 된다. 이 조건은 물리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생명체도 마찬가지다. 기본적 조건은 사전에 정해져 있다.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작내용은? 발달된 자동차일수록 더 적은 횟수의 조작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여기서 물리적 조건들이 정해져 있다는 점은 종이 무한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한도 안에서만 진화한다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은 갈 수 있지만 운전자는 가장 빠른 길로 가고자 하며 가장 빠른 길은 정해져 있다.

종은 무한히 진화하지 않는다. 이는 네비게이터가 빠른 길을 찾아주되 가장 빠른 길을 찾은 다음에는 더 빠른 길을 찾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자동차는 무한히 진화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일정한 숫자의 승객을 태우고 일정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되어 있는 부분이 개체발생이다.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헤켈의 논문은 나중 사기로 밝혀졌다. 논문이 사기일 뿐 아니라 그러한 발상 자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학계는 아직도 논쟁중이다. 헤켈의 논문은 조작이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식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개체발생과 계통발생이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확실이 물고기와 양서류와 포유류의 배아 초기형태는 닮아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착각이다.

식물의 씨앗 속에는 작은 나무의 모습이 들어있다. 즉 최초의 발생시점에 이미 성체의 축소된 모습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떡잎이 씨앗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은 모두 닮았다.

콩과 벼와 호박의 떡잎 모양은 다르다. 배아의 모습도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벼든 콩이든 껍질을 뚫고 나오는 싹의 길쭉한 모습은 비슷하다. 여기서 최초의 다름≫발아과정의 닮음≫성체의 다름으로 패턴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엇인가? 기차와 자동차와 비행기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자동차의 도로와 비행기의 활주로와 기차의 플랫폼은 닮아있다. 이들은 모두 직선운동을 하기 때문에 닮은 것이다.

여기서 활주로, 플랫폼, 도로의 닮음은 기차, 자동차, 비행기의 본질과 무관하다. 자동차가 가는 도로와 비행기가 이륙하는 활주로와 기차가 출발하는 플랫폼이 모두 직선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직선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배아가 초기 발생과정에서 닮은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태내에서의 발생과정이 건물의 건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재운반의 통로를 개설하는 일이다.

모든 동물의 배아는 초기에 자재운반의 통로부터 만든다. 이 과정이 닮은 것이다. 즉 개체가 닮은 것이 아니라 배아의 기술적 생장과정이 닮은 것이다. 이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조선소에서 배를 짓는 것이나 지상에서 집을 짓는 것이나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이나 그 조립방법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집이고 배는 물위의 집이고 건물의 땅 위의 집이다. 모두 집이라는 점에서 같다.

모든 건물은 자재운반 통로부터 만들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는 진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별개의 논리와 법칙이요 과정이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출발할 때 웅크리는 것이나 고양이가 도약할 때 웅크리는 것이나 개구리가 도약할 때 웅크리는 것이나 메뚜기가 도약할 때 웅크리는 것이나 닮아있다.

이는 인간, 고양이, 개구리, 메뚜기의 닮음의 증거가 아니다. 이는 단지 구조의 문제일 뿐이다. 분명히 말하면 인간과 개구리와 메뚜기는 닮지 않았다.

구조는 언제라도 최적화를 지향하고 밸런스를 지향한다. 그러므로 모든 생물은 발생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포유류의 배아가 어류의 배아와 초기에 닮은 이유는 단지 영양을 공급할 통로를 먼저 개설하고 본다는 점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먼저 담부터 쌓고 대문부터 완성하면 곤란해진다. 자재를 운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담과 대문과 현관은 가장 나중에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이 모든 생물의 발생에 공통된다.

인간이 발생초기에 물고기를 닮은 이유는 지렁이나 지네와 같이 한 방향으로 길게 전개하는 것이 밸런스 문제의 해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동시에 밸런스를 확보하는 것 보다 한 방향으로 전개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쉽다.

대부분의 건물이 사각형인 이유는 그것이 밸런스의 유지에 더 쉽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물고기 모양이 가장 쉬운 형태인 것이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물고기의 모양이 아니다.

모든 동물의 배아는 초기 단계에 지렁이와 같다. 즉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전에 일단 길게 전개하고 있다. 이는 생장에 필요한 주요 거점들을 먼저 확보하려는 것이다. 집을 짓기 전에 집으로 연결되는 도로부터 개설하는 것이다.

초기 단계 배아의 모습은 통로개설과 구획확정에 해당한다. 어떤 형태의 건물이 들어서든 기초작업이 되는 통로와 구획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헤켈의 주장이 옳다면 물고기의 1심방 1심실을 거쳐 인간의 2심방 2심실로 가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 태아는 처음부터 2심방 2심실로 직행한다.

개구리는 손가락이 4개다. 사람은 다섯이다. 아기의 손가락이 네 개로 되었다가 다섯 개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아기의 손가락은 처음부터 다섯이다.

건축의 경우 수직구조와 평면구조가 있다. 수직구조는 순차적으로 달성되지만 평면구조는 일제히 동시에 확보된다. 즉 2층은 1층을 쌓은 다음 건축되지만 바닥면적은 초기부터 확정해 놓는 것이다.

안방을 먼저 짓고 나중 그 옆에 덧대어 건넌방을 짓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안방과 건넌방은 동시에 구획된다. 그러나 2층은 확실히 1층의 뼈대를 쌓은 다음에야 건축된다.

태아의 발생도 이와 같다. 피라밋이든 한옥이든 만리장성이든 에펠탑이든 어떤 건물이든 일단 평면부터 확보한다. 이 점은 공통된다. 이러한 성질이 동물의 개체발생에도 적용된 것이 초기의 닮은 꼴로 보여진다.

● 모든 건축은 평면의 바닥면적부터 넓적하게 확보한다.

● 모든 생물은 초기 단계에서 물고기처럼 길쭉하게 전개한다.

건축은 평면구조의 동시적 확보-수직구조의 순차적전개-외형의 동시적확보-인테리어의 순차적전개로 지그재그식이다. 바닥은 동시에 정하고 층은 순서대로 올린다. 뼈대는 동시에 올리고 내장은 순서대로 시공한다.

왜냐하면 자재운반의 통로부터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구조적 밸런스의 문제인 것이다. 갑각류가 먼저 뼈대를 키우고 나중 살을 채우는 방법과 같다. 건물도 먼저 골조를 세우고 나중 인테리어를 한다.

배아발생의 초기 단계에서 외형상 팔 다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중 팔다리가 될 줄기세포들은 이미 주요한 거점에 확보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태아의 발생은 일종의 공간적 건축과 같으며 그 건축과정이 닮았을 뿐 계통발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머리를 먼저 건축하고 나중에 가슴 배 다리 순으로 건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피부를 먼저 건축하고 나중 거기에 내장과 뼈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내장과 뼈를 먼저 만들고 나중 거기에 피부를 덧씌우지도 않는다.

진화는 외형으로 볼 때 단순에서 복잡으로 이행하지만 진화의 주체인 유전자 입장에서 볼 때 오히려 덜 복잡한 방법, 더 간편한 방법,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낸다. 2D보다 3D가 더 편하다.

진화는 복잡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단순을 선택해 왔으며 외형적으로 복잡해졌지만 통제자 입장에서는 통제하기 편한 형태로 변해온 것이다.

진화는 생존을 향하여 진화해온 것이 아니라 통제자인 유전인자가 닫힌계 전체를 장악하고 통제하기 편리한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유전자가 설계도라면 조직이나 기관은 건물의 골조와 같다. 진화는 설계사와 목수들간의 대결이 존재하며 진화는 지배자인 설계사가 피지배자인 목수들을 통제하기 쉬운 방향으로 설계를 개선해온 결과이다.

만약 당신에게 일정한 구역을 할당되고 일천명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을 말썽없이 잘 통제하여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면 당신은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

천명을 열 개의 소그룹으로 나눈 다음 각 그룹의 지휘자를 선발하게 하고 그 지휘자 열명을 통제하는 방법을 쓸 것이다. 그것이 진화다.

초등학교에서 반을 배정한 다음 담임 선생님은 맨 먼저 키 순으로 번호를 매긴다. 반장을 임명한 다음 종으로 분단을 나눈다.

처음 키 순으로 번호를 매기는 것은 생명체가 지네나 지렁이처럼 길이방향으로 길게 전개함과 같다. 배아의 초기 모습이 닮아있는 이유는 발생의 초기단계에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분단을 나눔은 배아의 가슴부분이 여럿으로 나눠짐과 같다. 구역이 나눠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닮을 수 밖에 없다.

발생은 가슴을 중심으로 머리와 발쪽으로 양방향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중심으로 꼬리쪽으로 일방향으로 전개한다. 이는 줄을 세우되 중간어린이를 기준으로 보다 작은 어린이와 보다 큰 어린이의 양방향으로 줄세우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어린이를 기준으로 키 순으로 줄세움과 같다.

지상의 모든 건물은 중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일방향으로 전개한다. 지하 3층지상 3층의 건물을 짓는다면 1층을 기점으로 양방향으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3층의 바닥을 기점으로 위로 올라가기만 할 뿐이다.

진화는 단순에서 복잡으로의 전개가 아니라 통제불편에서 통제편리로 진화해온 것이며 생존경쟁과는 상관없다. 다윈이 강조한 부분들은 진화의 핵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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