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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발을 걱정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염려할 사안이 아니다. 이 게임은 무조건 우리가 이기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자동으로 벼랑끝 외교가 된다. 협상카드가 없다. 협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일본 탐사선 앞에 잠수함 들이대면 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장보고함 출동 시킨다.)

일본은 다르다. 독도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다수 일본인들은 독도문제의 본질을 모른다. 일본입장에서 독도는 중국 및 러시아와 마찰하고 있는 조어도, 북방 4개 도서와 한 묶음이다.

다수 일본인들이 독도를 모르는 상황에서.. 일본 당국이 독도에서 물러서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도 물러서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일본 정부 입장에서 독도에서 뭔가 하는 듯이 시늉은 해야 한다.

일본은 뭔가 시늉만 해도 얻는 것이 있다. 고이즈미는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러므로 굳이 사태를 악화시킬 이유가 없다. 고이즈미 입장에서 독도는 두고두고 이용해먹을 건수인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전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독도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협상은 필요하지 않으며 우리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해도 된다. 즉 양보 안해도 되는 것이다.

사태를 낙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도 이제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독재국가여서 정권의 정통성이 없었기 때문에 외교에서는 굴욕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영삼이가 ‘일본의 버르장 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큰소리를 친 것도 문민정부의 기세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경제에서 부작용을 낳았는데 지금은 한일간의 교류가 커져서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악화되지 않는다.

증시가 멀쩡하다는게 그 증거다.

그동안 한일관계가 튼튼해 졌기 때문에.. 오히려 양국 정부가 마음 놓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찌질이 짓은 당분간 계속된다. 우리 입장에서도 일본과 약간의 긴장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신경전을 한다는 것은 열전을 하지 않겠다는 거다. 한일양국이 서로의 넘어서 안 되는 금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서로 배짱을 부린다. 문제는 누가 손해를 보는가인데 각자 이익이 있기 때문에 사태는 당분간 교착된다.

일본이 국제적으로 분쟁지역화 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무시전략이 좋다. 그러나 지금은 무시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상대가 우리의 무시전략을 알고 도발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외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슈화 시켜 자민당이 표를 얻는 전략을 선택했다. 아시아에서 고립주의를 선택한 거다. 문제는 일본의 고립주의가 고이즈미와 자민당 정권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일본의 내부사정에 의해.. 고이즈미의 책략에 의해.. 일본의 내정에 이용할 목적으로.. 당분간 일본의 도발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면 지금 한번 쯤 손을 봐주는 것도 방법이 된다.

 

한국과 일본 무엇이 다른가?

시바 료타로에 의하면.. 7세기 경 야마토 정권이 갑자기 일본을 접수한 것은 수나라의 고구려 침략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은 메이지 시대에도 일어났다.

미국의 흑선이 동경만에 출현하자 일본 귀족들이 단결하여 무능한 막부를 축출하고 죽은 덴노를 불러낸 것이다. 외부에서의 위협을 과장해서 내정에서 재미를 본 사례가 일본 역사에 무수하다.

육조시대 중국은 분열되어 있었다. 중국이 혼란할 때 주변국가들은 평화로웠다. 고구려, 백제, 신라, 말갈, 가야가 사이좋게 공존하였다. 그때는 중국을 중국이라 부르지도 않았다. 지역명을 따서 오월(吳越)이라고 불렀다.

5호 16국 하고 위진남북조 하며 중국의 왕조가 워낙 자주 바뀌니 마땅히 불러줄 호칭도 없었다. 중국이 통일되어 사방을 접수한다는 소문을 듣고 두려워한 일본의 토호들이 야마토를 중심으로 통일국가를 세운 것이다.

신라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도 중국의 팽창에 따른 후폭풍이다. 그 이후 일본은 고립주의를 선택했다. 에도시대 도쿠가와 막부가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일본은 역사적으로 고립주의를 선호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과거제도를 시행한 일도 없고 유교를 국교로 선택하지도 않았다. 전제왕정이 들어서지 않았다. 그 결과 일본에는 보편적인 사상이 출현하지 않았다. 일본은 극단적인 실용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필자가 일본을 우습게 보는 이유는 일본에는 보편적인 사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분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일본이 단결을 잘 하는 이유는 명분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실리로 흥정이 가능해서다.

개화기 일본인들은 상투를 잘라야 하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보편적인 사상이 있다. 원칙과 명분을 중요시 한다. 상투 하나 자르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된다.

그 때문에 의견이 잘 통일되지 않지만 대신 통일할 때는 확실하게 통일한다. 중,미,러,일 사강 사이에 끼어 수 없는 외침을 받았기 때문에 의견을 통일하지 않을 수 없다.(일본은 침략을 당할 일이 없으니 의견을 통일할 필요도 없다.)

일본이 역사적으로 고립주의를 선택해 왔다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을 이용해 왔다. 고려 때 중국은 남송과 금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송과 금과 고려가 솥발처럼 팽팽하게 대치하며 동아시아의 삼국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고려가 송나라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받았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려가 칭제건원하고 거란을 3차례나 물리쳤을 때 고려의 은혜에 대한 송나라의 감사에 대해서는 소동파를 위시한 지식인들이 굴욕이라 탄식했을 정도였다.

냉전시대 북한이 중, 러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로 재미본 것도 그렇고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중, 미 사이에서 동북아 중심국가를 주장하는 것도 그렇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고립주의를 선택해 왔고 한국은 적극외교로 재미를 봤다.

섬나라 영국이 EU통합에 소극적인 이유 또한 일본과 마찬가지다. 일본이 관동과 관서로 나눠져서 서로 으르렁 거리듯이 영국은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잉글랜드로 나눠져 있다.

(일본의 지역주의는 정치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뿐 한국의 지역주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예컨대 재벌간에도 관동과 관서로 나와바리가 정해져 있어서 서로 침범하지 않게 묵계가 되어 있는 식이다.)

영국이 EU의 영향을 받으면 영국 내부의 그러한 질서가 무너진다.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는 잇점도 사라진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영국인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다수의 영국인들은 여왕을 섬기며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 16개국을 연방으로 거느리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U가 강력해지면 영국인들의 여왕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진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영국에서 멀어진다.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탈아입구를 주장하며 아시아를 멀리하고 유럽을 숭상하는 것은 일본의 역사적 경험칙 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시아의 중심에 설 경우 덴노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관동과 관서와 오키나와와 홋카이도가 따로놀고.. 봉건귀족과 토호세력이 밀려나고 민중이 득세하는 등으로 일본 내부의 질서가 무너지는데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갈등과 긴장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워낙 오랫동안 긴장된 대치상태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중국에 흡수되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긴장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일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통일되어 난리를 치거나 아니면 조용히 침묵모드로 돌아간다. 반면 스트레스에 익숙한 한국은 언제라도 최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민주화에 있어서도 우리는 최선의 민주화를 원한다.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지금의 반쪽 민주화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잦은 지진을 겪으면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기 때문에..

대륙에서 부는 바람에 휩쓸려 스트레스를 받느니 자민당 독재와 봉건귀족의 세습, 친미사대주의의의 불완전한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체념하고 사는 것이다. 대륙으로부터 영향받지 않고 우리식대로 살겠다 이거다.

우리는 어떤가? 최선의 민주화를 추구한다. 최선의 국익을 원한다. 아시아의 리더가 되기를 열망한다. 우리는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의 모범이 되지 않으면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한국은 한국의 길을 간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다른 길을 걷는 이유는 각자의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의 경험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립주의로 가야 내부의 골치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한국은 중, 미를 이간질시켜야 솥발처럼 정립할 수 있다.

각자의 이익이 있고 방식이 있다. 미국은 미국의 방식이 있고 서구는 서구의 방식이 있고 한국은 한국의 길이 있다. 진보건 보수건 남이 그렇게 한다고 남 따라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일본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이 자민당의 이익에 맞고 한국은 이 기회에 확실하게 손을 봐주는 것이 참여정부의 이익에 맞다. 각자 자기네 이익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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