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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456 vote 0 2005.08.15 (21:39:12)

최진실과 헤어지고 야인이 되었던 조성민이 연봉 5천만원 받고 한화에 입단해서 아직은 덜 만들어진 몸으로 1과 1/3 이닝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었다.

일본에서 매년 수십억 벌던 선수가, 최진실과 결혼해서 잘나가던 선수가, 부상으로 야구 그만두고 사업한다고 돌아다니며 만신창이 되었다가,

그렇게 철 없이 행동하다가, 열살 아래 후배들과 같이 뛰며,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해서 첫 승을 올리다니.

이런건 드라마가 된다. 팬들이 무지 좋아하는 모습. 아무도 안 받아주는 퇴물투수를 다른 사람도 아닌,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덕장 한화 김인식 감독이 덜컥 받아준거다.

그라운드에서 공만 던질 수 있게 해준다면, 공 한 개 던져보는 것 외에 소원이 없다는 한 물간 선수에게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준거다. 다른 사람도 아닌 덕장 김인식이어서 안성맞춤, 그래서 더 인간승리.. 뭐 이런거.

한때 잘나가던 조성민이었지만 비참해졌다. 어쨌든 그는 오늘 웃을 수 있었다. 여전히 귀엽고 잘생긴 얼굴로.

그는 3 대 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팀으로서는 코리언 시리즈 등 길게 내다보고 대비하기 위한 컨디션 점검 이런거 였을 수도.

그러나 모두가 그가 승리하기를 바랬다는 사실. 그가 등판하자 팀 동료들도 기세가 살아나서 점수를 빼준거. 그 순간 팬도 선수들도 조성민 자신도.. 이심전심으로 한마음이 되었을 거다. 울림과 떨림이 있었다는 거.

조성민과 최진실이 결혼을 발표했을 때를 기억한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기세좋게 말했다. 두 사람이 5년 안에 이혼하는데 100만원 건다고. 그때 내 통장에 든 여유자본 총액이 100만원 쯤 되었을 거다.

내기는 성사되지 않았다. 모두들 쉽게 내 의견에 동의해 버렸기 때문이다. 결과는? 나의 예상보다 더 빨리 헤어졌다. 처음부터 잘못된 결혼이었던 거다.

무엇이 잘못일까? 그때 나는 말하곤 했다. 그들의 목표는 결혼 그 자체라고. 그들은 같이 살기를 원한 것이 아니라 멋진 결혼식을 원했다고.

그들은 너무 일찍 그들의 목표를 달성해 버렸다고. 너무나 멋진 결혼식, 모두가 축하하는 복된 결혼식, 너무나 손쉬운 목표달성.. 그 이후가 없었던 거다.

훈련된 연기자 최진실에게 그 결혼식의 연기는 너무나 쉬운 것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기자를 위해 포즈를 취해주고, 행진을 하고 반지를 교환하고, 객석을 향해 환한 미소를 던지는 것만으로 연기는 대성공.. 그 어떤 PD도 NG를 말할 수 없는.. ‘good’일 수 밖에 없는. 감독 최진실, 주연 최진실, 각본 최진실, 그 연출에 조연 혹은 까메오 조성민.. 초짜배우의 어설픈 연기.

오죽하면 내가 5년 안에 이혼하다고 장담을 했겠는가. 그렇게 철없던 조성민이 문득 철이 들어서 5천만원이라는 적은 액수의 돈을 받고, 자존심 밖에 없는 스포츠맨이 자존심을 굽히고 야구를 다시 시작했고,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김인식 한화 감독이 퇴물투수라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를 거두어 들였고 동료 선수와 팬들이 그의 작은 첫 승리를 축하한다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 순간 그 무대의 감독은 조성민, 주연도 조성민, 각본도 조성민, 찬조출연은 김인식과 그이 동료와 팬들.

한화구단은 횡재한 거다. 이미 조성민은 10억원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 조성민의 인기로 인한 관중의 증가. 언론을 타서 구단 이미지가 좋아진 효과, 그리고 경험있는 조성민이 신인선수를 잘 이끌어서 팀분위기를 살리는 효과 등등.

많은 구단들은 그야말로 눈으로 뻔히 보고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조성민을 놓친것이다. 마치 비열한 담합을 한듯이 말이다.

올해 봄 조성민이, 단지 야구만 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그렇게 구단마차 찾아다니며 읍소를 했는데도 모든 구단으로 부터 퇴짜를 맞는 것을 보았을 때, 또 그 이유가 최진실과의 이혼 때문에 팀 이미지를 버린다는 황당한 이유로 밝혀졌을 때 난 정말 허탈했다.

그들은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를 몰라. 몰라도 너무나 몰라. 인간이 무엇인지 몰라. 왜 그들은 팬들의 심리를 거꾸로 판단하는 걸까. 실제의 결과를 보라. 모든 팬들이 좋아한다. 기자들도 재미있어 한다.

나는 그것이 권력자의 자기최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권력을 가졌고 그 권력은 질서를 만든다. 조성민이 이혼 등의 이유로 그 질서를 깨뜨린다고 본 것이다. 그들은. 그런 생각들이 불쾌하다.

팬들은 드라마를 원했다면 그들은 질서를 원한 것이다.

그 이면에 자리한 기득권의 권위주의적 사고.. 구단주 혹은 감독.. 그 알량한 권력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거다. 기성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 참 말이나 되느냐구.

왜 그들에게는 팬들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것일까? 사람 하나 살리자는 건데, 멋진 드라마 하나 만들어 보자는 건데.

모든 권력자들은, 그들이 지배하는 질서를 흐트러 Em리는 사건이나 드라마의 돌출을 싫어한다. 성가신 일로 생각한 거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황량한 사막에도 사람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조성민 선수의 복귀를 희망했고(배우 최진실의 어줍잖은 결혼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가 뻘쭘해진 조성민 신참배우 기어이 인간되어 돌아온 탕자처럼 고향을 찾다.)

팬들은 드라마를 갈구했고, 착한 김인식은 용기있게 그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오늘 조성민을 구한 것이다.

그의 실력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의 드라마가 가진 값어치 만으로도 그는 자기 몫을 충분히 한거다. 모든 힘들어 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그의 재기에서 빛나는 영감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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