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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264 vote 0 2011.08.02 (23:52:50)

 

세상의 모든 것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왜 누구도 내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필자의 소년시절 고민이었다. 교과서에 생각과목은 없었고 대학의 전공과목에도 생각과는 없었다.

 

바둑의 정석과 같다. 생각에는 몇 가지 간단한 테크닉이 있다. 생각은 전투와도 같다. 포지션의 우위를 점하기다. 탑 포지션을 차지해야 한다. 바둑의 포석 역시 좋은 포지션 차지하기 경쟁이다.

 

여러 가지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위치가 좋은 포지션이다. 일단 노아웃에 주자를 2루에 갖다놓으면 감독은 온갖 작전을 낼 수 있다. 바둑도 마찬가지, 공격도 되고 방어도 되는 포지션을 차지해야 한다.

 

인간 사회의 모든 가치는 창의에서 나온다. 모든 창의는 연역적 사고에 기반을 둔다. 문제는 연역할 수 있느냐다. 구조론을 연구하면서 느낀 점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연역에 약하다는 거다. 안 되더라.

 

왜 연역을 못할까? 필자는 열 살 무렵부터 몇 가지 생각공식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타인의 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없는 노릇. 어떻게 생각하길래?

 

수수께끼다. 왜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뭔가 거대한 벽이 있는 느낌이다. 연역은 간단히 탑 포지션 차지하기다. 생각 역시 좋은 포지션만 차지하면 답이 나와준다.

 

그 다음엔? 무지막지한 파운딩을 퍼부으면 된다. 반대로 밑에 깔리면? 이미 게임 끝난 거다. 더 이상 생각은 진전이 안 된다. 막히게 되어 있다. 머리를 쥐어짠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주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공식을 정해놓고 그 다음에 개별사건의 변수들을 그 공식에 대입하여 하나씩 풀어내야 한다. 공식을 외고 있어야 한다. 애초에 공식이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된다. 머리에 힘을 줘도 생각은 안 나온다.

 

말을 모르는 짐승과 대화할 수 없는 것처럼 원초적으로 이야기가 안 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려면 일단 PC에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내 PC에 깔린 스타크래프트가 상대방 PC에도 깔려있어야 한다.

 

장비를 세팅해 놓고, 탑 포지션을 차지한 다음 순서대로 게임을 풀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탑 포지션을 차지할 것인가? 모형을 가져야 한다. 연역적 사고는 모형적 사고다. 그림을 떠올려야 한다.

 

먼저 모형의 존재를 발견해야 한다. 판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이다. 모든 생각은 관점의 이동에서 얻어진다. 자기 포지션을 바꾸면 된다. 사건에서 한 발을 빼고 보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관찰된다.

 

그 메커니즘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 메커니즘을 생각의 장비로 사용하는 것이다. 메커니즘이란 ‘이게 이렇게 되면 저게 저렇게 된다’는 대칭성이다. 모든 사건에는 반드시 대칭구조가 숨어 있다.

 

어떤 하나가 움직일 때 거기에 연동되어 일제히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것을 보려면 사건에서 발을 빼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기차 안에서 창 너머로 다른 기차를 보면 착각을 일으킨다.

 

자기가 탄 기차가 앞으로 가는지 아니면 나란히 서 있는 다른 기차가 뒤로 가는지 헷갈리게 된다. 사건 안에 당사자로 들어가 있으면 주관적 사고를 하게 된다. 축에 연동되어 자신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 축에 의해 지배된다. 움직이는 시소에 올라타버린 것이다. 시스템에 종속되어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발을 빼야 한다. 객관화 해야 한다. 객관화 하면 보인다. 세상이 작동하는 모형이.

 

◎ 세상은 짝짓기다. - 인과율, 질량보존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 세상은 펼치기다. - 방향성, 엔트로피의 법칙, 질서, 결, 차례, 리(理).

 

세상을 이해하는 근본은 둘이다. 하나는 짝짓기다. 인과율로 대표된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나 작용반작용의 법칙도 같다. 짝짓기는 원인과 결과, 시작과 끝, 음과 양,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짝을 짓는다.

 

입력과 출력으로 대칭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토대를 둘이 공유하는데서 성립한다. 자연의 대칭성이다. 세상의 모든 얽힘을 유발한다. 앞과 뒤, 안과 밖, 겉과 속, 중앙과 지방으로 짝지어 만유를 형성한다.

 

둘은 방향성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대표된다. 질서 개념이다. 코스모스와 카오스, 진리, 결, 순서, 서열, 차례개념이다. 짝지어진 구조에 에너지를 투입하여 그것을 낱낱이 풀어내는 것이다.

 

짝을 짓고 펼쳐내면 우주가 작동한다. 짝짓기는 만유를 낳고 펼치기는 만유를 진보시킨다. 짝짓기는 아기를 낳고 펼치기는 아기를 기른다. 중요한건 방향성이다. 먼저 짝을 짓고 다음 펼쳐낸다. 그것이 질서다.

 

탑 포지션의 차지는 이 순서대로 가는 것이다. 먼저 짝을 지어야 그것을 펼칠 수 있다. 먼저 주자를 2루에 보내놓아야 작전을 쓸 수 있다. 먼저 정석대로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먼저 프로포즈를 해야 연애할 수 있다. 먼저 결혼해야 살림할 수 있다. 먼저 샅바를 잡아야 상대를 넘어뜨릴 수 있다. 먼저할 것을 먼저 하는 것이 탑 포지션의 차지다. 밑에 깔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43.JPG

 

세상을 규율하는 근원의 두 법칙인 짝짓기 법칙과 펼치기 법칙을 하나의 모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게 먼저할 것이다. 중요한건 방향성이다. 짝짓기에서 펼치기로 간다. 그 방향은 마이너스 방향이다.

 

세상은 마이너스로 간다. 먼저 탑 포지션을 차지하고 다음 그 대칭되어 엉킨 것을 풀어낸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고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짝짓기가 먼저고 풀어내는 것은 나중이다.

 

세상은 그림의 화살표 방향으로 간다. 마이너스로 간다.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향으로 간다. 이러한 구조를 하나의 그림으로 머리 속에 세팅시켜 놓고 이 그림에 개별적인 변수를 대입하여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결과가 원인으로 바뀌고, 출력이 입력으로 바뀌고, 끝이 시작으로 바뀌고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미로에 갇혀 우왕좌왕 하며 헤매는 생각의 혼선과 착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답을 찾을 수 있다.

 

모형을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구조론이다. 근원의 두 법칙인 인과율과 엔트로피의 법칙을 하나의 통짜 덩어리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여기에 관찰자의 시점이 있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의 완전성이 있다. 소실점이 드러난다. 끝단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남극과 북극이 확인된다. 나침반처럼 분명하게 방향을 가리킨다. 입력에서 출력까지 하나의 사건으로 에너지의 순환이 완성된다.

 

하나의 모듈이 탄생된다. 이것이 존재의 표준모형이다. 물리학계의 표준모형은 미완성이지만 구조론의 표준모형은 이렇게 완성되어 있다. 먼저 대칭을 이루고 다음 개별적인 사실에 적용하여 펼쳐낸다.

 

44.jpg

 

세상은 이 모형이 연쇄고리 형태로 계속 이어져 가는 것이다. 계단폭포와 같다. 웅덩이에서 짝짓고 폭포에서 펼친다.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여기서 하나의 똑 떨어지는 단위를 파악하는 것이 모형이다.

 

이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전개한다. 폭포는 계속 아래로 떨어진다. 지구의 모든 사물은 지구중심으로 떨어진다. 사건에서 발을 빼고 산을 내려와서 객관화 함으로써 방향성을 판단하게 하는 것이 모형이다.

 

눈덩이를 굴리려면 정상에서 굴려야 한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차 커진다. 탑 포지션을 차지해야 한다. 생각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바둑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전쟁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모형을 세팅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설계도를 그려놓고 건축해야 한다. 스케치를 끝내놓고 색을 칠해야 한다. 대칭구조의 짝짓기를 완성해놓고 하나씩 풀어내면서 마이너스로 가야 한다.

 

마이너스로 가면 계곡의 물이 점차 합류하여 큰 강을 만나고 마침내 큰 바다에 이르듯이 확실한 방향성을 얻지만, 플러스로 가면 막다른 골목을 만나고 미로에 갇혀 우왕좌왕 하며 세월만 보내게 된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1.08.03 (01:59:00)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였소.


양모가 줄기차게 말해왔던 '미디어 구조론'. 물론 이것도 구조론을 기반으로 만든거지만...

문제해결, 글쓰기, 토론, 미디어 등 여러가지 분야에 대하여 할 말이 많지만, 결국 핵심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에너지 > 밸런스 > 밸류 순서. 이것이 기초가 되어서 파생된 것.


미디어구조론.jpg


여기 계단 있소.

첨부
[레벨:4]juseen

2011.08.03 (12:10:34)

전송됨 : 트위터

생각하는법을 가르치면 학원도 망하고 실력없는 선생들도 망하고..거짓말 치는 언론사기꾼도 망하게 되어있소...

당연히 안가르치도록 되어있소...

[레벨:7]꼬레아

2011.08.03 (12:27:27)

알아야 가르치지요

자기가 아는 것만 가르치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6]봄날

2011.08.03 (23:37:07)

저는 어떤 문제가 있을때 '왜 이럴까' 이런식으로 원인을 찿아 한단계식 거슬러올라가다가 어느단계에서 추상적인 결론을 얻고 다시 그 문제로 돌아와 일반화시키는 방법을 주로 씁니다.
예를들면 남녀간의 마찰이 심화될때 원인을 찿다보면 인간관계와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문제를 풀어갈 해결책이 보이더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Beholder

2011.08.08 (17:23:57)

소수파였는지는 몰라도 혼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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