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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8 vote 0 2024.12.27 (19:19:45)

    구조는 맞물리고, 맞물리면 연동되고, 연동되면 효율적이고, 효율적인 것은 관성이 걸려 있다.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먼저 관성을 죽여야 한다. 관성을 죽이는 힘은 깔때기 밖에서 조달되어야 한다. 깔때기에 갇혀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되므로 개미지옥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풍수학이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면 지정학은 적을 막고 항구를 얻는다. 합종연횡과 원교근공을 사용한다. 방어측은 합종하여 종심을 두껍게 하고 공격측은 연횡하여 적을 포위한다. 원교근공은 공격하는 연횡측이 깔때기에 적을 가둔다. 합종은 방어하며 깔때기를 부순다.


    양면전쟁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양면전쟁은 합종연횡에 실패하여 거꾸로 자신이 원교근공의 깔때기에 갇힌 것이다. 망치와 모루 전술은 전장 안에서 적을 양면전쟁에 가둔다. 구조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인데 갇히면 자신이 상대방의 도구가 되어버린다. 절대 이길 수 없다.


    꼬리 잘라먹기는 적의 약한 고리를 친다. 머리치기는 적을 키워서 먹는다. 우두머리를 쳐서 기세를 꺾고 여세를 몰아 단번에 밀어붙인다. 꼬리 잘라먹기는 머리와 꼬리가 연동되는 것을 막고 각개격파한다. 머리치기는 적을 연동시켜 한꺼번에 쌈싸먹는다. 연동이 핵심이다.


    연동시켜 힘을 만들고 그 힘을 사용한다. 군주는 민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위엄을 얻어 자원을 최대한 동원한다. 비로소 깔때기의 입구가 만들어진다. 강한 군대로 그 힘을 사용하니 깔때기의 출구가 된다. 민중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먼저고 힘을 사용하는 것은 다음이다.


    내부에 축과 대칭의 구조를 만든다. 대칭은 균형을 유지하여 힘이 말단부까지 전체에 고루 전달되게 하고 축은 수도를 건설하고 머리를 결정해서 균형자 역할을 부여한다. 어느 하나가 먼저 이겨야 한다. 한 번 이기면 집단 내부에 방향성이 생긴다. 이후 일은 저절로 풀린다.


    머리와 꼬리가 나눠지고 수도와 지방이 구분된다. 질서가 생겨서 순리대로 풀린다. 집단학습이 이루어진다. 부르주아 계급이 생겨야 한다. 중국의 선부론과 같다. 무조건 머리 역할을 하고 수도 역할을 하는 앞선 지역과 앞선 계급이 발생해야 내부적인 교통정리가 가능하다.


    일단 한 번 이겨서 이기는 방법을 집단에 학습시켜야 한다. 한 번 이기면 내부에 관성이 조직되어 같은 방법을 반복하므로 이후 일은 쉽게 풀린다. 집단은 의사결정의 효율을 추구하므로 무리가 따른다. 잘못된 방법으로 이기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 정공법으로 이겨야 한다.


    러일전쟁 때 일본은 군사력으로 러시아를 이길 수 없었는데 3만 명을 희생시켜 지정학적인 꼬리 잘라먹기로 겨우 이겼다. 지정학으로 이겨놓고 실력으로 착각했다. 서구 열강의 참관단이 본국에 잘못된 보고를 올렸다. 감투정신이야말로 일본군이 이긴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후 모든 국가가 감투정신을 앞세워서 양차 세계대전에 수억 명이 죽었다. 그때 일본이 정직하게 졌다면 양차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손자병법의 재앙이다. 속임수로 이기면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무모한 짓을 반복하게 된다. 오자병법이 진실이다.


    마키아벨리 이전에는 목표를 강조했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다. 이념이나 도덕이나 종교적 구원이라는 목표를 강조하기 바빴다. 물고기를 낚아야 한다고 말할 뿐 어떻게 물고기를 낚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무엇에만 관심이 있고 어떻게에는 관심이 없다.


    사랑, 행복, 평등, 평화, 구원 같은 목표를 강조한다. 그러나 인간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물리학이다. 물리력은 지정학으로 쉽게 조달된다. 산과 바다와 태양은 힘이 있다. 영토와 인구를 늘리면 힘이 생긴다. 민중의 지지를 얻으면 권력이 만들어진다. 법과 군대는 힘이다.


    외부 힘은 지정학이고 내부 힘은 사회학이다. 합종연횡과 외교근공은 깔때기 구조를 만들어 자신이 입구를 차지하고 상대방을 출구로 압박한다. 나에게는 자유를 주고 상대방은 자유를 빼앗고 쥐어짠다. 이 방법은 쓰기 어렵지만 훈련되면 막강해진다. 무적의 상승부대다.


    사람들은 인간들에게 그럴듯한 목표를 던져주려고 했다. 그것은 도덕적인 가치다. 그것은 위하여다. 집단은 이상을 위하여 개인은 행복을 위하여다. 마키아벨리는 현실적 수단을 강조했다. 그것은 의하여다. 내가 어떤 수단을 가졌느다. 국민의 지지와 강한 군대에 의하여다.


    '위하여'의 도덕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꾸며낼 수 있지만 '의하여'는 반드시 현장을 봐야 한다. '위하여'는 생각을 바꾸지만 '의하여'는 행동을 바꾼다. 생각은 일어났다가 소멸하지만 행동은 한 번 격발되면 관성이 작용하여 멈추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먹히는 행동이다.


    구조는 도구다. 도구를 쥐면 이기고 도구가 되면 진다. 두 씨름선수가 샅바를 붙잡는 순간 누구나 상대방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을 나의 도구로 삼으려면 내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을 버리고 너와 나와 합친 전체의 눈으로 둘의 중심을 보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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