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24 vote 0 2024.09.29 (17:25:05)

    자연선택설은 변이가 주는 이득에 의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이는 유리하기도 하고 불리하기도 하다. 밸런스가 작동하므로 얻는 만큼 잃는다. 유전자 내부의 변이 프로그램은 적합한 생태적 지위를 찾아내게 되어 있다.


    너구리가 죽은 체하는 것은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으로 진화가 결정되면 많은 것이 거기에 연동되어 결정된다는 것이다. 호르몬이 바뀌기 때문이다. 호르몬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너구리는 늑대에 비해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온다. 인간은 여성이 기절하기 전술을 많이 쓴다. 그것이 반드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이 정해지면 그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틀린 판단 - 인간은 두 다리로 직립하여 칼로리 소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개체수 증가의 이득을 얻었다.


    바른 이해 - 인간의 직립은 개체수를 오히려 감소시켰고 변이에 따른 이익은 없었다. 두 발로 걷는 대신 자유롭게 된 손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도구를 사용하다가 머리를 쓰는 생태적 지위를 찾아내게 되었다. 경쟁자가 없는 독점시장을 찾아낸 것이다. 인간이 직립한 것은 700만 년 전부터지만 직립에 따른 이득을 본 것은 인지혁명이 일어난 5만 년 전부터다. 700만 년 동안 헛수고를 한 셈이다.


    도박을 하든, 주식을 하든 방향이 정해지면 계속해야 한다. 이득의 보장은 없지만 계속하면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한 명은 이득을 본다. 월드컵 우승팀은 이득을 보지만 중간에 탈락한 팀은 이득이 없다. 그러나 게임이 걸리면 계속할 수밖에 없다. 진화는 도전해야 하는 덫이고 수렁이다. 휩쓸려서 계속 가게 된다.


    틀린 판단 - 특정한 변이가 더 많은 이득을 주는 자연선택에 의해 '결과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을 높였다.


    바른 이해 - 하나가 변하면 거기에 연동되어 많은 것이 동시에 변한다. 그 방향으로 가속하여 결국 적합한 생태적 지위를 찾아낸다. 변이는 개체의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원인적'으로 변이한 것이다. 방향이 정해졌으므로 계속 가는 것이지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득을 보는 것은 진화의 최종단계다. 고래의 조상이 물로 방향을 정하면 고래가 될 때까지 계속 변이를 일으킨다. 하마와 고래 사이의 어중간한 변이들은 적합한 생태적 지위를 찾지 못하고 멸종한다.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고래는 이득을 얻지만 그 과정에 희생한 중간단계 종은 이득이 없다. 고래가 물로 돌아가는 이유는 포유류의 조상이 원래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DNA가 과거의 각인을 떠올려 물속환경을 쉽게 읽어낸 것이다. 


    포유류의 일부가 공중환경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새를 이기고 공중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박쥐가 있지만 새를 피하여 밤에나 움직인다.


    자연에는 개체수가 적어도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종이 있다. 반대로 개체수가 많아도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멸종하는 종도 있다. 자연선택은 종이 이득을 얻는 것이고 이득은 자녀를 남길 확률의 증가다. 자녀를 남기려면 자녀를 많이 낳으면 된다. 그러나 새끼를 많이 낳는 종은 적다. 개, 쥐, 늑대, 토끼가 새끼를 많이 낳지만 굴을 파서 새끼를 보호하는 공통점이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042 프랑스 철학은 사기다. 1 김동렬 2024-10-08 2695
7041 구조의 구조 김동렬 2024-10-07 2444
7040 구조의 발견 김동렬 2024-10-06 2375
7039 지식혁명의 구조 3 김동렬 2024-10-05 3031
7038 양수, 음수, 허수 김동렬 2024-10-04 2720
7037 개천절 유감 김동렬 2024-10-03 4292
7036 한국인이 착해졌다 image 김동렬 2024-10-03 4410
7035 의심은 쉽고 해명은 어렵다 1 김동렬 2024-10-03 3323
7034 게이가 존재하는 이유 김동렬 2024-09-30 4919
» 자연선택설의 오류 김동렬 2024-09-29 4624
7032 진리와의 대면 3 김동렬 2024-09-29 4458
7031 세기말의 검은 구름 김동렬 2024-09-28 4914
7030 위선보다 위악이 낫다 6 김동렬 2024-09-27 5593
7029 전체주의와 결탁한 좌파 김동렬 2024-09-26 5564
7028 신의 문제 김동렬 2024-09-26 5179
7027 악의 문제 2 김동렬 2024-09-26 4894
7026 내동설과 외동설 김동렬 2024-09-25 5441
7025 더 헌트 닫힌 사회의 비극 image 1 김동렬 2024-09-25 5569
7024 곽준빈의 경우 김동렬 2024-09-24 5498
7023 인간 여자가 발정기를 숨기는 이유 1 김동렬 2024-09-24 5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