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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1 vote 0 2024.09.07 (09:05:09)


    구조는 도구다. 우리는 세상을 도구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같다. 군주론은 권력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칼은 옳고 그름이 없다. 칼날로 치면 잘리고 칼등으로 치면 잘리지 않는다. 자르려면 칼날로 내리쳐야 한다.


    도덕이나 윤리는 칼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칼을 쥐는 방법도 모르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정치도 마찬가지 건축가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건축가는 먼저 무엇을 하는가? 땅을 평평하게 고른다.


    제거할 바윗덩이를 제거하고 늪지를 메우고 나무를 벤다. 정치도 먼저 방해자를 제거하고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로마군은 공병을 동원하여 방해물을 하나씩 제거했다. 게르만족들이 몰려와서 온갖 쌍욕을 박았지만, 그런 소인배들의 신경전에 말려들지 않았다.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지정학이다. 높은 곳에 올라 낮은 곳을 내려다보면 유리하다. 먼저 물을 확보해야 한다. 방어할 때는 방벽을 쌓고 활을 쏘면 된다. 공격할 때는 기병을 내어 적진을 흩어 놓는다. 목수가 기둥을 세우고 벽을 짜듯이 차근차근 일을 진행한다.


    기초부터 하나씩 작업하면 게르만족은 당황해서 흩어진다.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경전에 올인한다. 쌍욕을 박고, 명분을 따지고, 도덕을 논하고, 준엄한 꾸짖음을 내리고, 종교의식 비슷한 것을 한다. 먹힐 때가 있다. 잔다르크는 종교적 열광으로 이겼다.


    잔다르크 시절 왕과 귀족과 평민과 용병은 분열되어 있었다. 도덕을 따지는 것은 신경전에 불과하다. 종교적 열광은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는 수단이다. 로마군은 적지에서 싸우므로 분열이 없다. 한니발도 적지에서 싸우므로 이긴다. 잔다르크는 특수한 상황이다.


    프랑스군은 영국군을 물리칠 체력이 되는데 자국에서 싸우므로 분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군이 영국 땅에서 싸워서 반대가 된 것이 노르만의 정복왕 윌리엄이다. 프랑스군은 1만 2천의 적은 병사로도 쉽게 영국을 정복했다. 적지에서 싸우면 분열은 없다.


    우리가 전쟁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자국에서 방어할 때 병사들이 집에 가는 문제다. 보편이 아니라 특수다. 셔먼이 조지아를 불태우자 남군 병사들이 집으로 가버렸다. 자기 가족부터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국심은 그런 특수상황에 필요하다.


    고향이 불타고 있는데 자기 위치를 지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방어전은 전선을 좁혀야 한다. 낙동강 전선에 몰리면 전선을 이탈해도 갈 곳이 없다. 우리가 강조하는 이념, 도덕, 윤리는 방어전을 자기 땅에서 할 때 일어나는 자멸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윌리엄은 1만 2천으로 영국을 먹었는데 일본은 20만으로 조선을 먹지 못했다. 전투경험을 가진 군대가 조총이라는 신무기를 가지고도 말이다. 전쟁은 무조건 적지에서 싸워야 한다. 자기 땅에서 싸우면 못 이긴다. 명장들의 화려한 업적은 대부분 과장되어 있다.


    단순하다. 도덕, 윤리, 사기, 정신력, 이념, 옳고 그름 다 필요 없고 이기는 조건과 방법이 있을 뿐이다. 독일군의 의지, 일본군의 정신력은 신경전에 쓰는 기술에 불과하다. 신경전으로 전쟁 이기냐? 독일군이 진 것은 보급선이 길어져 공세종말점이 드러나서다.


    러시아군이 이긴 것은 미국의 압도적인 생산력 덕분이다. 일본군이 호미로 갉작거리고 있는데 미군은 트랙터를 가져왔다. 도덕, 윤리, 사기, 정신력, 이념, 옳고 그름 따위는 전혀 쓸모없다. 목수가 집을 짓듯이 차근차근 전쟁을 지으면 된다. 방해자를 제거한다.


    물리적 조건이 중요하다. 적지에서 싸우는게 도망칠 수 없게 하는 물리적 조건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세상을 건축가의 눈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집을 짓듯이 선거를 짓는다. 바이든 나이가 방해자라면 제거한다. 제거할 걸 제거하면 이겨 있다.


    제거는 마이너스다. 플러스하면 진다. 도덕, 윤리, 사기, 노력, 정신력, 이념, 옳고 그름은 플러스다. 한국인의 결혼거부도 건조하게 건축가의 눈으로 봐야 한다. 왜 집을 못 짓는가? 목수가 아니면 집을 못 짓는다. 왜 포도를 먹지 않는가? 신 포도라서 안 먹는다? 


    여우 팔이 짧아서 포도를 못 먹는 것이다. 한국인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적령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여우의 변명이다. 원래 부모가 장가를 안 보내주면 장가 못 간다. 30대는 독립해서 부모가 도울 수 없다.


    결혼하려면 20대에 부모 힘으로 결혼해야 한다. 30대가 되면 직장 문제, 혼수 문제, 신혼집 문제, 재산분할 문제, 양육 문제, 경력단절 문제 등 온갖 골칫거리들이 발목을 잡아서 못한다. 물리적으로 막혀서 못 하는데 심리적인 이유로 도피한다. 안 한다고 거짓말한다.


    너는 왜 문제를 풀지 않니? 풀기 싫어서 풀지 않습니다. 거짓말이다. 문제를 풀지 않는 이유는 수학 문제를 못 풀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결혼문제를 풀지 못 한다. 그거 원래 부모가 안 도와주면 못한다. 부모는 20대까지만 돕는다. 이러한 본질로 접근해야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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