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10 vote 1 2024.08.12 (16:26:23)

    인간은 외부를 보되 내부를 보지 못한다. 형태를 보되 에너지를 보지 못한다. 사물을 보되 사건을 보지 못한다. 부분을 보되 전체를 보지 못한다. 만유의 연결되어 있음을 보지 못한다.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따른 방향성을 깨닫지 못한다. 방향전환을 하지 못한다.


    만약 방향전환을 했다면 두 장의 카드를 쥐고 있다가 한 장의 카드를 꺾은 것이다. 그것은 눈속임이다. 인간은 궤도를 달리는 기차처럼 직진만 계속한다. 관성력 때문이다. 관성력은 계 내부에 걸린 압력이다. 관성은 우주의 본질을 규정하는 존재의 비가역성을 이룬다.


    내려갈 수는 있는데 올라갈 수는 없다는 것이 비가역성이다.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다. 올라가려면 정상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상에는 만남이 있다. 만날 사람을 만나서 자신의 게임을 개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날수 있는 위치에 서서 만날 수 있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


    방향전환할 수 없다. 작은 집을 짓다가 중간에 큰 집으로 설계변경할 수 없다.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처음 작게 시작하면 거기에 연동되어 모든 것이 작아진다. 현명한 사람은 큰 집과 작은 집을 동시에 건축하되 작은 집을 지으면서 알아낸 기술로 큰 집을 완성한다.


    생물이 작은 집을 짓다가 방향전환하여 크기를 늘려지은 것이 진화라고 믿지만 틀렸다. 세포는 작은 집이고 생태계는 큰 집이다. 생물은 큰 생태계와 작은 세포를 동시에 짓는다. 세포는 사멸하고 생태계는 계속 간다. 방향전환은 없고 진화는 손에 쥔 카드 하나를 꺾은 것이다.


    사회의 진보는 큰 집이고 개인의 성공은 작은 집이다. 개인은 죽고 사회는 계속 간다. 생태계의 진화는 멈춘 적이 없고 문명의 진보도 멈추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교대처럼 보이지만 방향전환이 아니라 카드 하나를 꺾은 것이다. 작은 개인은 허둥대나 큰 인류는 계속 간다.


    ###


    우주는 깔때기다. 입구와 출구가 있다. 큰 집으로 들어가서 작은 집으로 나온다. 생태계가 큰 집이라면 개체는 작은 집이다. 자연은 큰 생태계로 들어가서 작은 개체로 나온다. 인간은 큰 집단으로 태어나서 작은 개인으로 죽는다. 태어날 때는 가족이 있지만 죽을 때는 혼자다.


    끝까지 가려면 만날 사람을 만나서 큰 집을 지어야 한다. 천하를 논하는 큰 판을 벌여야 한다. 새로운 게임을 개설하는 것이 진보라면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을 이겨먹으려 하는 것이 보수다. 만날 사람을 만나려고 하므로 게임에 가담하고 상대를 이겨먹으려고 하므로 죽는다.


    인간이 보수가 되는 이유는 스승을 잃고 동료가 떠나기 때문이다. 인간이 진보가 되는 이유는 스승을 만나려고 하고 동료를 만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만나면 무리를 이루어 계속 연결하고 헤어지면 혼자 죽는다. 방향전환은 없다. 계속 가는 게임과 꺾이는 선수가 있을 뿐이다.


[레벨:1]다르마

2024.08.13 (12:01:05)

옳으신 말씀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967 중요한건 한국인의 마음 김동렬 2024-08-19 1806
6966 선악의 저편 김동렬 2024-08-18 1705
6965 김대중 팔지마라 김동렬 2024-08-18 1629
6964 벼랑 끝 전술 김동렬 2024-08-17 1635
6963 인간의 조건 1 김동렬 2024-08-16 1583
6962 만남과 다르마 김동렬 2024-08-16 1454
6961 닭이 먼저다 김동렬 2024-08-16 1467
6960 철학은 권력학이다 1 김동렬 2024-08-15 1607
6959 결정론과 자유의지 2 김동렬 2024-08-14 1577
6958 인공지능 5단계 김동렬 2024-08-14 1468
6957 기득권 건드리면 죽는다. 김동렬 2024-08-14 1682
6956 소로스의 재귀성이론 image 김동렬 2024-08-13 1612
6955 다르마와 뽕짝 김동렬 2024-08-13 1567
6954 빠와 까의 법칙 김동렬 2024-08-13 1539
6953 신과 인간 1 김동렬 2024-08-13 1461
» 진보와 진화 1 김동렬 2024-08-12 1610
6951 인생의 갈림길 김동렬 2024-08-10 1875
6950 인간이 신이다 5 김동렬 2024-08-08 2329
6949 AI 거품론 명암 김동렬 2024-08-07 2023
6948 이로써 프랑스는 죽었다? 김동렬 2024-08-06 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