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3761 vote 0 2004.05.27 (21:47:31)

우리당의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들은 대통령 말씀 듣고 정신 좀 차렸는지 모르겠다. 총선 후 서프라이즈는 급속히 우경화되었다. 서프앙들도 정신차려야 한다. 노무현을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대통령은 적어도 당신들이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흔히 북유럽의 사민주의와 비교해서 우리당을 보수라고 몰아치는데, 그 양반들도 거기까지 가는데 50년씩 걸렸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그게 하루 이틀 사이에 된 것이 결코 아니란 말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려면 우리도 30년은 더 투자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번 총선의 의미가 무엇인가? 우리당의 30년 장기집권토대 확보다. 이래서는 기업들도 투자를 안할 재간이 없다. 재벌들의 자본파업은 우리당이 선거에서 지라는 건데, 박근혜의 한나라당 대표등극은 한나라당이 영구야당으로 굳었다는 거다.

우리당이 30년씩 해먹겠다는데 재벌들이 투자 안하고 배기겠는가?

마찬가지다. 노무현대통령은 원래 계획맨이다. 30년계획 정도는 가지고 간다. 노대통령은 진보성향이다. 단지 방법론에 있어서, 또 우선순위의 결정에서 좌파들과는 가는 길이 다를 뿐이다.

“목수가 오전에 연장만 벼르더니 오후에 집을 뚝닥 지어놓더라”.. 노대통령이 후보시절에 한 말이다. 노대통령은 이른바 ‘일머리’를 알고 가는 것이다.

일머리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노무현대통령이 우경화된 것 처럼 보여질 뿐이다. 우리보다 30년은 앞서가는 북유럽과 비교하면 노대통령이 보수로 보인다. 그러나 북유럽의 여러나라들도 1920년대 부터 좌파가 장기집권하며 차근차근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북유럽 복지국가들 가운데 좌파가 독재 수준의 장기집권 안한 나라 없다.)

이쯤 하고 대통령의 말씀을 더 들어보자.

-------------------------------------------------------------------------
진보, 보수 얘기들 한다. 한국은 좌측으로 한참 달려가면 일본 보인다. 여기서 한참 더 달려가면 미국의 사회제도가 있고(중략) 우리나라 복지, 재정의 재분배효과 보면 한심하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은 대단히 중요하다.(중략)

보수는 힘이 센 사람이 마음대로 하자,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 거의 보상을 주자. 적자생존 하자, 약육강식이 우주 섭리 아니냐.. 그렇게 말하는 쪽에 가깝다. 진보는 더불어 살자는 거다(중략)

가급적 바꾸지 말자가 보수고, 고쳐가며 살자가 진보다.(중략) 특히 한국처럼 아주 오른쪽에 있는 나라는 더더욱 바꾸지 말자는 기득권 향수가 강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이해하면 간명하다.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 놈의 보수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다.
-------------------------------------------------------------------------
제대로 짚은 것이다. 서프앙 중에도 많은 별놈의 보수들은 정신차려야 한다. 노대통령 말마따나 한국은 오른쪽에 치우친 나라이다. 대통령은 이걸 바로잡을 생각인 거다. 단 적어도 30년 이상의 시한을 두고 서서히 바꿔가겠다는 거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본다.(이 글은 물론 필자의 주관적 견해를 담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당의 실용주의소동이 얼마나 헛다리 짚은 건지 알만한거 아닌가? 그들은 노무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정동영도 모르고, 김근태도 모르고, 유시민도 모른다. 우리 대통령은 당신네가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집권토대 구축이 1번, 경제살리기가 2번]
집권 초반에 할 일이 무엇인가?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30년 집권의 토대를 닦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우선순위 1번이다. 장기집권 하려면 경제살리기는 필수적이다. 우선순위 2번이다.

(필자는 DJ의 햇볕정책이야 말로 30년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았다고 본다. 햇볕만 꽉 쥐고 있으면 절대로 정권 안뺏긴다. 이거 하나는 보장한다.)

민노당이 주장하는 좌파 인기정책 펴면 경제가 죽는다. 경제가 죽으면 장기집권은 불능이다. 장기집권 못하면 노대통령 당선의 의미는 없다.(오직 노무현만이 할 수 있는 것?)

동서고금의 역사를 공부해 보라. 좌파가 들어선 나라 중에 장기집권 하지 않은 나라 있는가? 사민주의가 성공한 것은 좌파이념이 그럴듯 해서가 아니다. 장기집권을 했기 때문에 정치안정이 이루어졌고, 정치안정에 바탕한 장기계획의 수립이 뒷받침을 해서 성공한 것이다.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이유는, 경제살리기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진보가 경제를 못한다는 편견을 버려! 경제를 잘해서 성공한 거다. 노키아, 에릭슨 등 알만한 일류기업들 어느나라인가 생각해보라!)

(우리가 북유럽 모델로 간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욕 안들어 먹을 만큼은 왼쪽으로 가야 한다. 다른나라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 안될 정도로는.)

첫 걸음은 당연히 신중하게 내딛는 거다. 그러다 보니 노무현 대통령은 별수 없는 보수주의자라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져버렸다. 서프앙 중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보수이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잘못 짚은 것이다.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되겠다는 욕심만 가지고는 절대로 될 수 없는 자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노무현대통령은 적어도 대통령 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간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뜯어고치기 위해 그리로 간 것이다.

대한민국 제대로 뜯어고치려면 적어도 30년 걸린다. 30년 집권기반의 토대를 닦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의 역할이다. (깝치지도 말고 흔들리지도 말자.)

[박정희 기념관은 어디로 갔나요?]
한나라당이 쉽게 망할 당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나름대로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역할이 없는 당은 망한다. 역할을 뺏긴 당도 망한다. 역할이 있는 당은 옳건 그르건 안망한다.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드디어 영구야당의 길로 확실히 들어섰다는 것이다. 왜? 박근혜는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대표가 되므로써 확실해진 것 하나는 박정희 독재기념관이 물건너 갔다는 사실이다. 아시다시피 독재기념관은 DJ의 선거공약이다. DJ의 공약대로 사업에 착수했다가 중단되었다. 왜?

DJ가 독재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한 것은, 실은 한나라당의 씨를 말려 완전히 죽이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한나라당이 눈치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국민 중 다수는 여전히 박정희 향수를 가지고 있다. 이 양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가? ‘박정희재평가 작업’이다. 독재기념관 공사가 재개된다면 이는 반드시 박정희 재평가작업과 같이 가는 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꿩 먹고 알 먹는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이 미쳤다고 한나라당에 독재기념관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공짜로 주겠는가? 유권자의 균형감각이 있다. 반대급부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므로 형평성 고려해서 재평가작업도 함께 가는 것이다. 자연히 여론이 그렇게 가게 되어 있다.

박정희 재평가는 무엇인가? 죽은 박정희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 박정희를 두번 죽이는 일이 된다. 그래서 이 공사가 중단되고도 말이 없다. 박정희의 궁물을 우려먹는 기득권 입장에서 봐도 박정희 망령이 되살아 나오는 것이 싫은 것이다.

박정희논쟁.. 이거 국민 입장에서 커다란 스트레스다. 논쟁이 벌어지는 그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박정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죽은 박정희는 그냥 동작동 묘지에 가만이 묻어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 진실의 칼에 난도질 당하는 것이 싫으니깐.(한나라당 민정계가 박근혜공주를 가장 싫어한다는 비하인드스토리를 한번쯤 들어본적 있겠지요? 그 역설이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 좋다. 박정희논쟁 함 해보랴?

왜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가? 박근혜가 당 대표가 된 것으로 하여 이미 박정희 향수에 대한 보상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그 허기진 향수의 욕구가 충족되어 버린 것이다. 박근혜가 더 욕심을 내는 즉, 아버지를 난도질 하는 불효를 저지르게 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박정희 향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들은 거위의 배를 갈라 박근혜라는 알을 꺼집어내는 방법으로 120석을 얻은 것이다. 그 댓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추억이냐 비전이냐’다. 그들은 박통의 추억을 선택했다. 그 결과로 미래의 비전을 잃어버렸다. 영구야당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당이 계속 잘나가는 한 그들도 견제세력의 역할을 얻어서 살아남기는 할 것이다.

덧글.. 옛날에 중앙일보 조사를 해본적이 있는데 중도를 5로 놓을 때 당시 노무현후보가 1.5였고 필자가 1.8이었다.(1에 가까울수록 좌) 필자가 대통령 보다는 우파다. 그 천성이 잘 안변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48 국민투표 한번 해보자 김동렬 2004-06-18 14878
1147 박정희의 살인과 전여옥의 절도 김동렬 2004-06-15 14726
1146 진중권이 있어서 즐겁다 image 김동렬 2004-06-14 13843
1145 노노믹스가 나왔는가? 김동렬 2004-06-13 13873
1144 만두파동 무엇이 문제인가? image 김동렬 2004-06-13 14524
1143 노무현의 리더십 image 김동렬 2004-06-13 13395
1142 우리당 원톱체제로 가야한다 김동렬 2004-06-09 13603
1141 이해찬으로 한번 싸워보자! 김동렬 2004-06-08 17223
1140 더 이상 상생은 없다! 김동렬 2004-06-07 13024
1139 조선일보라는 고질라 사냥하기 김동렬 2004-06-04 13660
1138 오마이의 로맨스 조선의 불륜 김동렬 2004-06-02 14027
1137 전여옥, 진중권도 있는데 토론상대가 없다니? 김동렬 2004-06-01 13957
1136 김혁규 납득할 수 없는 이유 20가지 김동렬 2004-05-31 13003
1135 유시민, 기억상실증? 김동렬 2004-05-28 15142
1134 김혁규가 총리? image 김동렬 2004-05-28 13524
» 노무현의 죽비소리 김동렬 2004-05-27 13761
1132 '김혁규 카드' 폐기해야 스피릿 2004-05-27 18123
1131 고건총리님 수고하셨습니다 김동렬 2004-05-26 13931
1130 김우식은 개작두를 받아라 김동렬 2004-05-25 14550
1129 백범과 료마 김동렬 2004-05-23 12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