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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90 vote 0 2023.11.06 (22:37:53)

    유럽 지식인 사회는 종교인은 일단 제껴놓는 모양이다. 동류의 족속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지식과 종교 사이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한국은 지식인이 종교를 앞세워 위세 부린다. 종교를 믿어야 지식인 집단에 끼워주는 분위기다. 뭐 이래?        


    미국도 유럽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랍이라면 사막의 거친 모래바람이 신앙을 강요하듯이 개척민이 신대륙에서 살아남으려면 강인해져야 한다. 그들에게는 종교가 필요하다. 유럽은 마녀사냥에 종교전쟁까지 워낙 많은 갈등을 겪어봐서 신중해진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닌거다 하는 분위기가 유럽에 있다. 미국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그들은 낙관적이다. 엄격하지 않다.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다. 히피도 좋고, 마약도 좋고, 총기소지도 좋고, 복음주의도 좋고, 모르몬교도 좋다. 뜨거운 맛을 보지 않은 것이다.        


    조선 시대 유교의 엄격주의 경향은 몽골에 털리고 왜구에 털리면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이번에는 유교문화가 서구 문명에 털리면서 개판이 되었다. 종교를 믿어서 서구가 강해졌다는 식의 뒤집어진 사상이 활개 친다. 대륙 주변부로 밀려 반도국가다.       


    반도국가 특유의 극단주의 성향에 더해 유교의 엄격주의 잔재로 개판을 쳐도 엄격하게 친다. 이것들은 아주 치열하게 목숨 걸고 개판을 친다. 미국인들은 총잡이가 인디언과 대결하듯이 개판치고 한국인들은 왜구와 대결하듯이 유교적으로 반유교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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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려서부터 종교를 혐오해왔다. 흐리멍텅한 자세를 참을 수 없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말이다. 따질 것은 따져야 직성이 풀린다. 세상이 통째로 벌거숭이 임금님에 귀는 당나귀 귀였다. 너희들은 죄다 벌거숭이에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었다.        


    박정희가 혁명가라면 따르고 독재자라면 죽여야지 어물쩡 뭉개는게 어딨어? 나폴레옹도 배신하면 단두대에 목이 달아나야 하는 법인데. 그러나 나는 도처에서 깨졌다. 못 하는게 너무 많았다. 패배의 연속이었다. 벌거숭이를 벌거숭이라 못하고 찌그러졌다.        


    믿음이 나를 살렸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나의 믿음은 살려는 발버둥일 수 있다. 살 이유를 발견해야 했다. 그것은 게임을 거는 것이다. 승부가 나기 전에는 게임을 멈출 수 없다. 셰에라자드의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듯이 하루씩 겨우 이어왔다.        


    어떤 것을 믿는게 아니다. 믿음 자체가 들어차 있어야 한다. 도구가 있어야 한다.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선장은 등대의 불빛을 믿고 대양을 건넌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은 별자리를 믿고 여행한다. 믿음은 무엇인가? 인생의 규칙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다.       


    나는 인생의 규칙들을 다수 정해놓고 실천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다는 확신을 가진 다음에 사회로 복귀했다. 예측이 맞아진다는 확신이 믿음이다. PC통신 시대에 IT혁명의 미래를 예감했다. 예측이 맞아서 아직 살아있다.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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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의 구원관을 지배할 수 있다면 그 사람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고 한다. 기독교든, 힌두교든, 불교든, 유교든 공통점은 내세관의 존재다. 종교는 내세를 이용하여 현세를 통제한다. 믿음은 내세를 믿는 것이며 내세를 약속하면 인간들은 거진 넘어온다.        


    내세를 믿는 것이 과연 믿음일 수 있을까? 내세는 없다. 어불성설이다. 언어적으로 불성립이다. 내가 죽고 다른 사람이 태어나는 것과 내가 죽어서 다른 누군가로 태어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다. 선천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내세에 멀쩡한 몸으로 태어나면?        


    다른 사람이 대신 태어난 것이다. 흑인이 내세에 백인으로 태어나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다. 남자는 천국에서 여자로 태어나고 여자는 남자로 태어나면? 그것은 내가 아니다. 추남은 미남으로 태어나고 미남은 추남으로 태어난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죽고 내 자식이 나 대신 내세를 산다면? 그건 좋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자식이 사는 것과 내가 사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다. 내가 죽고 어떤 사람이 나 대신 태어나 산다면 그가 내 자식이다. 무슨 차이가 있나?        


    내세구원은 느낌에 불과하다. 현세불안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이다. 왜 불안한가? 믿지 않기 때문이다. 믿는데 왜 불안해? 불안한 이유는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기는 불안하지 않다. 엄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유의 모두 연결되어 있음이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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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인들은 쉽다. 내세에 부자로 태어나면 된다. 다음 생에는 일론 머스크로 태어나보자. 쉽다. 나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그중에는 부자도 있다. 미래의 그 부자가 나라고 상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그런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사실 부자도 부자 연기를 하느라 힘들다. 부자라서 좋은 것은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뿐이다. 가난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대본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 연기는 나도 잘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나의 대본이 없으면 팀의 대본은 있다.       


    믿음은 나의 신분을 믿는 것이다. 나의 소속을 믿는 것이다. 나의 대본을 믿는 것이다. 나의 출발점을 믿는 것이다. 나의 미래를 아는 것이다.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미래의 통제다. 간단하다. 대본을 읽으면 된다. 팀의 대본은 쉽다.       


    우주에 하나의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며 그 생명은 죽지 않는다. 그것이 구원이다. 구원은 미래의 통제다. 예측대로 되어야 한다. 예측대로 되려면 이겨야 한다. 이기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다. 개인으로 이기지 못하면 팀으로 이긴다. 이기는 그룹에 들어간다.       


    진보가 이기고, 문명이 이기고, 역사가 이기고, 진리가 이긴다. 구조론은 미래를 알게 한다. 세부적인 것은 모르지만 큰 줄거리는 안다. 이길 것이 이긴다. 동이 정을 이긴다. 유가 강을 이긴다. 머리가 꼬리를 이긴다. 언제나 신이 승리한다. 신의 약속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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