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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79 vote 0 2023.05.31 (09:48:02)

    사람이든 동물이든 행동을 끌어내는 메커니즘은 매우 복잡하다. 우리는 학습되어 있으므로 그냥 하지만 야생에서는 쉽지 않다.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다가 쥐에게 물려 죽는 수도 있다. 새끼 고양이라면 목숨을 거는 일이다. 배가 고프면 그냥 참지 목숨을 걸겠는가?


    굶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고양이가 알겠는가? 4살 때 형들과 물놀이를 한 기억이 있다. 가슴 깊이까지 들어갔을 뿐인데 나는 호흡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근육은 경직되었다. 목말을 타고 물에 들어갔는데 형의 목을 조여서 형이 놓으라고 소리쳤다. 대신 귀를 잡았다.


    38개월 된 아기가 죽음을 알겠는가? 동물과 달리 인간은 본능이 없다고 믿기 쉽지만 천만에. 아기는 물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호흡을 멈추고 손에 닿는 것은 꽉 쥐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 그게 생존확률을 높이겠는가? 아니다. 원숭이 시절의 기억이 남은 것이다. 


    새끼 원숭이는 엄마의 털을 잡고 매달린다. 원숭이 버릇이 인간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는 나무가 불에 탄다고 믿지만 사실은 가열된 나무에서 빠져나온 목탄가스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연소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사실 그게 그거지만 과학을 대충 하면 안 된다. 


    모닥불을 피워보면 안다. 장작이 잘 타다가 갑자기 꺼져버린다. 나무가 충분히 가열되지 않으면 내부에서 목탄가스가 빠져나오지 못한다. 나무를 잘게 쪼개고, 화덕을 만들어 온도를 유지시키고, 공기가 들어오는 입구와 연기가 빠져나가는 출구를 분리시켜야 한다. 


    과학자는 이런데 민감해야 한다. 막연한 말은 곤란하다. 수사자가 새끼를 물어죽이는 과정에는 복잡한 절차가 있다. 과학자는 '위하여' 한마디로 퉁쳐버린다. 성의가 없잖아. 인간이 뱀을 무서워하는 것은 본능이다. 내가 네 살 때 물을 무서워한 것과 정확히 같다. 


    고소공포증과 같다. 뱀을 보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점프하게 된다. 수사자는 자기 유전자를 남기기 위하여 새끼를 물어죽인 것이 아니라 다리가 후들거리고, 호흡이 잘되지 않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서 화가 났고, 화가 나서 공격했고, 공격하다 보니 죽이게 된 것이다. 


    새끼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귀엽게 으르렁거린다. 아릉 아릉 하는 묘한 소리를 낸다. 왜 먹이에게 화를 내는가? 보통은 밥을 뺏길까봐 그런다고 믿는데 멍청한 소리다. 고양이가 바보냐? 쥐를 잡아먹으려면 흥분해야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기도 한다. 


    우리는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배가 고픈데 왜 밥을 먹어? 배가 고프다고 밥을 먹는 것은 학습된 것이다. 학습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는? 쥐를 보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물고, 물면 입에 들어오고, 입에 들어오면 삼킨다. 본능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늑대나 고양이는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인다. 우리는 그것을 놀이로 안다. 화가 나니까 죽이는 것이다. 흥분하니까 달려들고 달려들다 보면 죽이게 된다. 수사자가 새끼를 죽이는 이유는 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냥 화가 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남긴다는 대단한 계획이 사자에게 있을 리 없다. 사자가 고등학교를 다녀서 멘델의 유전법칙을 배웠나? 결과적으로 유전자를 남겼을 뿐 의도는 없다. 사자가 새끼를 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적이기 때문이다. 떠돌이 사자가 발정기가 되면 무리에 들어간다. 


    신고식이 험난하다. 맞아죽는 수가 있다. 의도나 목적이 있다는 것은 비과학적인 발상이다. 그냥 호르몬이 나온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성교육을 받지 않은 원시인이 후손을 남기려면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부족민은 모르는 사람은 보는 대로 살해한다. 


    섹스는 목숨을 거는 행위다. 결혼제도는 문명의 산물이다. 결혼의 역사는 사유재산제도의 역사다. 일만 년 남짓이다. 부족민은 아기가 왜 생기는지 모른다. '뻑큐' 하고 욕을 하지만 뻑큐를 직역하면 '사랑해'다. 사랑해가 왜 욕설이 되는가? 씨바도 의미는 사랑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해가 욕이다. 사람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화가 나서 흥분한 것과 성적인 흥분을 몸이 구분하지 못한다. 부족민은 1분 안에 사랑을 끝내고 도망쳐야 한다. 섹스는 습격의 형태로 하는데 대본이 있다. 상대 부족 남자들이 자리를 비켜준다.


    첩자가 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쳐들어간다. 자리를 비켜준 남자들이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공격을 하는데 그 시간을 짧게 준다. 전령 역할을 하는 꼬맹이가 뛰어가서 사내들에게 알려준다. 시간을 끌다가는 맞아죽는다. 섹스는 부족민의 모의전쟁과 연결되어 있다.


    모의전쟁이지만, 한두 명의 사상자는 나온다. 부족민 남자는 오래 살아야 서른다섯 정도다. 인간의 본능은 성적 흥분, 폭력의 흥분, 기쁨의 흥분을 구분하지 못한다. 쉽게 자신을 업 시키는 방법은 욕설이다. 긴장시키는 것이다. 보통은 기가 죽어서 위축되어 있다. 


    욕설을 하면서 에너지가 충전된다. 근육이 깨어나고 자신감이 생기고 무모해진다. 그러다가 폭력이 유발되므로 교육받은 현대인은 그런 원시인 행동을 삼가야 한다. 조폭이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다. 욕설하지 않으면 전투할 의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봉건시대에 결혼한 남자는 배우자가 다른 남자와 동침하면 상대 남자를 죽인다. 자신이 살해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몽골족은 여행자를 불러 자기 아내와 동침시킨다. 근친혼을 피하고 건강한 유전자를 얻으려는 것이다. 여행자는 떠날 것이므로 안전하다. 


    사자가 새끼를 죽이는 것과 사람이 외간남자를 죽이는 것이 다를까? 다르지 않다. 살해하지 않으면 자신이 살해된다. 몽골족은 자기 유전자를 남기는 본능이 없어서 자기 아내와 동침하게 하겠는가? 자기 유전자 남겨봤자 의미 없고 건강한 자식을 얻는게 중요하다. 


    몽골 여성과 결혼한 유퉁은 자신이 씨내리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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