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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362 vote 0 2023.05.13 (14:56:17)

    자기개발서라는 것은 대부분 동기부여에 대한 것이다. 동기는 ‘위하여’다. ‘위하여’는 인과법칙과 맞지 않는 거짓말이다. 그런데 책은 엄청나게 팔린다. 자기개발서는 쉽게 베스트셀러가 된다. 심지어 짜깁기로 만든 양산형 자기개발서도 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다들 자기 수준에 맞는 달콤한 거짓말을 원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해줘야 한다. 자기개발이 아니라 사회개발이 필요하다. 인간이 행동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내면의 동기에 의하여, 두 번째는 외부와의 맞대응에 의하여다. 내면의 동기는 주입된 거짓이다.


    개인의 동기는 알고 보면 가족에 '의하여', 집단에 '의하여'다. 개인에게는 '위하여'가 된다. 개인의 동기는 거짓이지만 집단의 동기는 진짜다. 사람들은 사회의 눈치를 보며 그것을 자신의 동기로 착각한다. 자기개발서를 읽는 것은 사회의 동기를 받아먹는 것이다. 


    아기는 엄마의 젖을 먹고 미성숙한 사람은 사회의 동기를 주입받는다. 본질은 사회와의 관계설정 곧 게임이다. 개인의 목적, 의도, 야망, 의지 따위는 거짓말이고 사회와의 관계는 진짜다. 중요한 것은 피아구분이다. 범죄자는 사회와의 관계설정이 비뚤어진 것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고 사회를 사랑하는 것이 진짜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사회와 결속하려는 것이다. 사랑의 에너지는 사회가 공급한다. 원시 부족민에게 사랑이 없는 이유다. 오빠와 여동생, 누나와 남동생 관계처럼 툭탁거리며 그냥 사는 것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사회는 질이고 개인은 입자다. 질이 입자에 앞선다. 동기는 질에서 입자 곧 사회에서 개인으로 전달된다. 개인의 동기가 자가발전하는 일은 없다. 내 생각이라고 믿지만 남의 생각이고, 나의 근심이라고 믿지만 알고 보면 남의 근심을 대신 걱정한다. 


    내가 죽는 것은 그냥 받아들이는데 남겨 놓은 식구는 걱정된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사회와의 관계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거기서 자존감이 나오고 그 자존감이 삶의 동력이 된다. 로빈슨 크루소의 문명행동은 작가 대니얼 디포의 인종주의 편견에 불과하다.


    무인도에 던져놓으면 원시인으로 퇴행한다.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본국과 단절된 영국 식민지 섬이 근래에 재발견 되었는데 섬에 고립된 백인들이 미성년자와 관계하는 등 황당한 성범죄 사건을 일으켜서 영국 법정에 끌려가서 재판을 받은 일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동기는 학습된 것이다. 집단으로부터 명령된다. 인간의 행동을 추동하는 것은 상호의존성이다. 게임이 걸렸을 때 인간은 움직인다. 인간이 행위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화가 나서, 흥분해서다.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개 무의식 영역이다.


    동기부여는 책장사 거짓말이고 진실은 집단의 결속이다. 관계가 설정되고 집단이 결속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인위적으로 이념을 주입하고 목표를 강제하면 먹히지 않는다. 먹혀도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결속의 효과 덕분이지 동기 그 자체는 대략 거짓말이다.


    교회에 가는 이유는 교리를 믿어서가 아니라 집단과 결속하려는 것이다. 믿는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결속은 진실이다. 집단과의 결속도가 높은 종교가 히트한다. 제사 때나 모이는 유교는 결속도가 낮다. 불교는 토굴에서 수행하는 스님과 신도가 서먹서먹한 관계다.


    유대교는 결속도가 높다.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 이슬람교는 결속도가 높다. 다단계에 속는 이유도 집단과 결속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집단과 결속되어 집단의 의지를 자신의 동기로 삼는다. 자기개발서는 독자가 혼자 가상의 교회에 출석하는 행동이다. 


    요즘은 루틴이 유행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인플루언서는 징크스와 루틴을 만들어준다. 루틴은 심리적으로 집단과 결속하게 한다. 종교와 주술의 각종 계율과 터부도 일종의 루틴이다. 자기개발서도 독자들에게 루틴을 만들어주는 사업인 게다. 


    각종 음모론, 사차원, 초능력, 공포증, 강박증, 터부, 포비아, 혐오, 증오발언,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공격도 루틴 만들기다. 집단과 결속되어 루틴을 실천하면 그것은 개인의 행동이 아니라 집단의 행동이 된다. 집단과의 관계설정이 인간의 행위를 결정하는 진짜다.


    관계설정은 게임이다. 게임은 집단과 결속되어 있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열린계를 닫힌계로 바꾸는 것이 게임이다. 게임은 맞대응이다. 상대가 이렇게 하면 내가 이렇게 한다. 적의 대응을 예측하여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존 내시의 내시균형이다. 


    싸움이 붙으면 자원을 최대한 동원한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커지면 더 이상 동원할 자원이 바닥나고 없다. 동원의 한계에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것이 내시균형이고 자원을 동원할수록 한 사람당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는 것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그 동원의 한계에서 계는 닫힌다. 닫히면 마이너스다. 어떤 결정을 하든 무조건 손해본다. 그렇다면 최대한 적게 손해보는 결정이 정답이다. 그것이 엔트로피다. 특히 정치판은 자살골 넣기 시합으로 된다. 내가 자살골을 넣지 않으면 상대방도 자살골을 넣지 않는다. 


    내가 자살골 한 골 넣어서 상대방이 자살골 두 골 넣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다. 내가 선을 살짝 핥으면 상대는 선을 넘는다. 투수는 존을 살짝 핥으면서 타자의 방망이가 따라나오게 만든다. 선을 넘어가도 안 되고 선에서 멀어도 안 되는게 내시균형이다. 


    게임행동에 따른 인간의 맞대응은 상대를 자극하고 반응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인간은 집단과 결속한다. 인간은 상호 맞대응의 랠리가 이어지는 구조 속에 머무르려고 한다.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결정을 한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신파가 먹히는 이유다. 


    인간들이 쿨하지 않고 엉기려 든다. 상대의 감정을 자극한다. 한국인은 걸핏하면 사과해라. 절해라. 울어라 하고 다그친다. 저급한 감성팔이가 넘쳐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결국 상대를 이겨먹으려는 것이다. 당하기보다는 하는게 낫고 맞기보다는 때리는게 낫다. 


    밀리기보다는 미는게 낫고, 밟히기보다는 차라리 밟는게 낫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샅바를 잡아야 한다. 집단과 결속하여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을 장악해야 한다. 에너지는 닫힌계 중심에서 주변으로 퍼져간다.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면 외부의 영향에 덜 흔들린다.


    맞대응 게임에 이기려면 지정학적 요지를 선점해야 한다. 명문대를 나오고 강남에 부동산을 사두면 중요한 위치를 선점한 셈이다. 그게 일종의 알박기 행동이다. 동기냐 게임이냐다. 살다보면 무소의 뿔처럼 갈림길에서 고독하게 혼자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게임이 갈림길에서의 의사결정이고 동기부여는 의사결정 회피다. 의사결정은 이겨먹으려고 사회 안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동기부여는 집단의 명령이지 개인의 의사결정이 아니며 동기부여의 본질은 집단과 결속하는 루틴 만들기 행위다. 


    인생은 운명과의 맞대응이다. 나의 선택에 대한 상대의 대응을 예측하여 중요한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 자원을 최대한 끌고 와야 한다. 신과 우주와 자연과 문명과 역사와 한편이 되어 팀을 이루어야 한다. 이기는 결정이 진짜다. 의사결정 그 자체를 이겨야 진짜다.


    눈앞의 상대와 싸우지 말고 의사결정 그 자체의 성공에서 이겨야 한다. 내가 올바른 결정을 했다면 그것이 이긴 것이다. 극기복례라 했다. 몸의 본능을 이기고, 마음의 무의식을 이기고, 사회의 눈치를 이기고, 온전한 진실을 드러내는 선택이 진정 이기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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