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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40 vote 0 2023.01.10 (21:53:22)

    우주는 대칭으로 전부 설명된다. 대칭은 짝짓기다. 동물의 짝짓기는 신중하게 진행된다. 신체가 준비되려면 먼저 호르몬이 바뀌어야 한다. 호르몬은 동물을 흥분시켜 극도로 예민하게 만든다. 짝짓기는 서로에게 큰 충격을 준다. 


    짝짓기를 하려면 하던 짓을 멈추어야 한다. 멈추는 순간 잠복해 있던 관성력이 튀어나온다. 자동차의 클러치 페달과 같다. 일종의 변속충격이다.


    경주마를 생산하는 씨수말이 암말의 발길질에 채이는 수가 있으므로 암말이 준비될 때까지는 종마를 대신하는 시정마가 투입된다. 시정마는 무수히 암말에게 채이다가 결정적인 순간 종마에게 양보해야 한다. 더비가 경주마의 인공수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변속충격과 같다. 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이상적인 구조는 우주 안에 없다. 큰 소리가 나거나 열이 나고 연비가 떨어진다. 무단 변속기를 써도 체인 때문에 슬립이 난다. 이 부분에 대한 이론적인 확신을 가져야 한다. 


    컴퓨터에 열이 나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원리적으로 없다. 에너지는 들어온 문으로 되돌아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로에 들어간 에너지를 제거하려면 다른 에너지를 밀어넣어야 한다. 엔트로피의 일방향성이다. 변속충격은 우주의 근본모순이다.


    인간은 두 가지 전략을 쓴다. 첫 번째는 변속충격을 오히려 증폭시켜 집단에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다. 왕따, 이지메, 차별, 텃세, 서열, 신고식과 같은 각종 패거리 행동은 집단이 변속충격을 증폭시키는 사회적 기술이다. 두 번째는 변속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가 대표적이다.


    인간은 짝짓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크게 흥분하여 호들갑을 떨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무시한다. 감당할 수 있으면 흥분하고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외면한다.


    단세포와 다세포는 차이가 크다. 다세포는 다양한 구조문제가 생긴다. 생명체는 내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암이나 거인증, 말단비대증이 그러하다. 겉씨식물은 너무 많은 꽃가루를 뿌린다. 체외수정을 하는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터무니없이 에너지를 낭비한다. 동물이 하루 종일 교미를 하다가 죽는 수도 있다. 어떤 사슴은 뿔이 너무 크고 공작은 꼬리깃이 너무 길다. 혼자면 괜찮은데 둘이 힘을 합치려는 순간 온갖 문제가 다 나타난다. 이 문제는 원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궁극적으로 다세포다. 존재는 집합이기도 하고 집단이기도 하다. 필연적으로 구조모순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존재는 서로 다른 의사결정단위에 속해 있다. 의사결정단위가 다른 두 집단이 마주치면 경계면에서 큰 소리가 난다. 내부에 숨은 관성력이 밖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인류는 그것을 증폭시키거나 무시하는 사회적 기술을 발전시켰다.


    극소수의 사회적 기술이 떨어지는 사람이 벌거숭이 임금님의 실체를 폭로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틀린 것을 보고 틀렸다고 말해 버린다. 눈치 없이 말이다. 때로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발달한 사회적 기술이 집단의 확증편향을 부추긴다. 대중을 집단사고의 위험에 빠뜨린다. 때로 우리는 좀 어리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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