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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69 vote 0 2023.01.09 (14:19:33)

    우주 탐사선이 태양권을 벗어나면 말단 충격을 받는다. 보이저 1호가 2004년 12월에 이 충격파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와 반대되는 뱃머리 충격도 알려져 있다.

     

    어떤 둘이 만나는 경계 지점은 매질이 다르고 밀도가 다르므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두 마리 개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맹렬하게 짖어대는 것과 같다. 


    인간은 첫 입학, 첫 소풍, 첫 입대, 첫 키스, 첫 사랑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하는데 어찌 충격파가 없겠는가?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문명인과 부족민이 처음 만나면 어떻게 될까? 강한 충격파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는 전염병이다. 낯선 것을 만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백인을 처음 본 부족민은 백인이 신고 있는 부츠를 보고 백인은 말과 같은 발굽동물이라고 생각한다. 흉노족을 처음 본 그리스인은 켄타우로스를 생각했다.


    지구가 둥근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충격파의 부재와 존재다. 여섯 살 무렵 뒷동산에 올라 경주 시내를 보고 강한 충격파를 느꼈다.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지구가 둥굴든 납작하든 그것을 결정하는 경계면이 보여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데 따른 안타까움이다. 잠을 이룰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났는데 전선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찌 신경쓰이지 않겠는가? 밤에 도둑이 돌아다닐지 모르는데 문단속을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태극기 할배들 귀에는 북한이 땅굴 파는 소리가 대전까지 들린다. 피아간에 공방이 치열한 전선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다.


    부족민에게 쇠도끼를 건네준 백인 탐험가는 그 충격파를 느껴보고자 했던 것이다. 쇠도끼 하나가 부족민 마을에 엄청난 컬처 쇼크를 안겨주지 않았을까? 그럴 리가 없다. 인간은 그런 충격을 피하는 쪽으로 안전장치가 발달해 있다. 


    먼바다에 커다란 범선이 지나가도 모르쇠다. 윤석열이 나라를 말아먹어도 모르쇠다. 작은 것은 잘 보고 큰 것은 보지 않는다. 쇼크를 피하는 본능이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절대 열지 않는다.


    나는 크게 충격을 받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시큰둥하니 김이 샌다. 지구가 둥글지 않다면 지구가 납작한데 따른 충격파가 보여야 하는데 그것을 말하는 사람도 없다.


    세상 모든 것은 서로 톱니가 맞물려 돌아간다.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어 움직이므로 이질적인 것과 마주치게 되는 경계 부분에는 강한 띠가 만들어진다. 그것은 매우 강렬하여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의사결정의 단위가 있으며 그 단위가 다르면 말 섞지 않는다. 귀촌한 사람이 시골텃세를 탓하는 것과 같다. 경계면 현상에 따른 마찰력과 불협화음 때문에 조금만 달라도 신고식이 따르고 기선제압과 길들이기가 시도된다. 


    동양의 화가들은 근경과 원경 사이 곤란한 부분을 여백으로 처리한다. 원근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구가 납작하면 거기에 연동되어 일어나는 다양한 효과가 있고 그것은 강렬하다. 대표적으로는 거울 효과다. 거울은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거나 그림자가 져서 아무렇지도 않거나다. 그 차이는 크고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순간적으로 태양과 각도가 맞아버리면 1초 사이에 놀라 자빠지게 된다.


    인간의 사유에는 맹점이 있다. 인간은 비교를 통해 사유한다. 비교대상이 없는 것은 사유하지 못한다. 말단은 비교할 수 있는데 근본은 비교대상이 없다. 비교는 대칭이다. 팔다리는 둘씩 짝지어 있으므로 비교할 수 있는데 심장은 하나뿐이다. 뇌는 하나뿐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인간은 말단의 변화를 잘 포착하는데 근본의 변화를 포착하지 못한다. 작은 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잘 알아보는데 큰 줄기가 흔들리는 것은 보지 못한다. 이재명의 십만 원 실수는 보이고 최은순의 10억 원 범죄는 보지 못한다.


    근본은 비교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은 절대 김정은을 다른 국가의 지도자와 비교하지 않는다. 김정은을 근본으로 삼기 때문이다. 


    인간은 외부와의 공간대칭은 잘 찾는데 자기 자신과의 시간대칭은 찾지 못한다. 구조론은 닫힌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기 자신과의 대칭을 추적한다. 그것은 엄마의 자궁에서 아기의 배꼽으로 시간을 타고 전달된다. 공간은 끊어지나 시간은 이어진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신과의 대칭이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면 충격파가 전해진다. 소실점이 그런 충격파 중의 하나다. 나란히 가는 평행선이 박아버린다. 지구가 납작하면 그에 따른 특이점이 관찰되어야 한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건드리면 큰 충격파가 일어난다. 그냥 곰과 새끼 딸린 엄마곰의 차이다. 그냥 곰은 그냥 지나가는데 새끼 딸린 엄마 곰은 주변의 모든 잠재적 위험요소를 철저히 파괴하고 난 다음에 제 갈 길로 간다. 엄마곰은 새끼곰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충격파를 퍼뜨린다. 근처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한다.


    구조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도 강한 충격파가 만들어진다. 둘 사이에 밀도차에 따른 경계면이 만들어진다. 주변과 서로 맞물리는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OS가 달라 호환되지 않는다. 청류와 탁류는 합류해도 한동안 섞이지 않는다.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는 대화할 수 없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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