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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92 vote 0 2023.01.07 (18:05:20)

    진주만을 습격한 일본군의 산소어뢰는 영국이 먼저 개발에 착수했던 것이다. 산소는 폭발위험이 커서 다루기 어려운 물질이다. 영국이 쓸만한 어뢰 개발에 성공했다는 언론의 오보 때문에 일본군도 다급해졌다. 영국이 하는데 일본이 못한대서야 말이 되냐고? 산소 폭발이 무섭다고? 사무라이 정신은 폼으로 갖고 다니냐? 영국 신사도 하는데 겁내지 말고 몸으로 때워. 산소어뢰의 실전 투입은 일본이 먼저 성공했다.


    서구의 제강기술도 마찬가지다. 아랍은 인도의 우수한 철광석을 수입해서 유명한 다마스커스강을 만들었다. 십자군 원정을 갔다가 깨진 유럽인들은 원료인 철광석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따라잡기에 나섰다. 아랍도 하는 것을 유럽이 못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그들은 무수히 도전한 끝에 제강기술을 발전시켰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애플이 하면 갤럭시도 하고 한국이 하는 것은 중국도 한다. 축구는 못한다. 인간들이 그렇다. 남이 안 하는 것을 먼저 개척하지는 못하는데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잡기는 잘한다.


    지구가 둥근 것은 그냥 보인다. 울릉도 성인봉 높이는 987미터다. 죽변항에서 직선거리로 136킬로다. 지구가 평평하면 1.4킬로 거리에서 10미터다. 14미터에 앞에 놓인 10센티 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2미터 앞에 있는 백 원 동전 크기의 물체가 보이지 않는다구? 실제로는 더 크다. 일출과 일몰의 태양은 정오의 4배다. 수증기가 돋보기 역할을 해서 140미터 앞에서 4미터다. 200미터 앞의 2층 건물이 육안으로 안 보인다고?


    도무지 인간의 분별력을 믿을 수 없다. 지구가 둥근 것을 육안으로 변별할 수 없다는 말은 평평함이 보인다는 말이다. 어디가 납작한데? 하늘, 구름, 별자리, 바다 어디를 봐도 납작하지 않다. 여섯 살 때 이 문제로 충격을 받았다. 남산 중턱에서 처음 경주 시내를 봤는데 서울로 착각했다. 형들에게 서울이냐고 물었더니 시내란다. 경주 시내라고? 그럼 대구는? 대구 옆에 팔공산은? 서울이 안 보이면 서울을 가리는 소백산맥은? 답답해서 미치겠는데 이 문제로 대화할 사람이 없다.


    그 전율을 잊을 수 없다. 인간들이 도무지 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아예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더라. 벌거숭이 임금님을 보고 벌거숭이라고 말했는데 호응해주는 사람이 없다. '네가 뭘 알아.' 하는 핀잔이 돌아올 뿐. 비슷한 경우가 많다. 우주 안에서 혼자 고아가 된 느낌이다. 세상이 다 틀렸거나 내가 틀렸거나 둘 중에 하나다. 이런 때는 목숨을 던져야 한다. 둘 중에 하나는 깨져야 한다. 인류가 틀렸고 내가 옳다는 10여 가지 증거를 수집했다. 구조론을 연구하게 된 계기다. 작정하고 파고든 것이다.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한 것과 같다. 애플이 하는 것을 갤럭시가 못하랴? 인간들이 통째로 틀렸다는 사실을 내가 봤는데 증거를 대지 못하랴?


    인간들은 상호작용구조 안에서만 용맹하다. 원래 남이 하면 잘한다. 남이 안 하면 못한다. 일본이 산소어뢰를 만든 것은 영국이 성공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고, 유럽이 산업혁명을 한 것은 아랍인에게 기술이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남이 하니까 한 것이다. 스스로 하지는 못한다.


    구조론은 닫힌계 안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변화다. 인류는 외부의 작용에 의한 변화는 아는데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변화는 모른다. 인류 전체가 다 모른다. 생각해 보는 사람도 없다. 비슷하게 근처에 간 것도 없다. 남아도는게 시간이라도 이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닥불을 피워보면 알 수 있다. 불은 가운데로 모이는 성질이 있다. 불이 잘 타게 하려고 부지깽이로 뒤적이다 불을 꺼트리는 일이 많다. 인간의 의도와 반대로 된다. 불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방향 때문이다. 자발적 대칭성 깨짐과 같다. 불은 공기와 접촉해야 타지만 아궁이를 만들어 주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틀어막아야 한다. 사방에서 들어온 공기가 중심에서 충돌하여 난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칭성을 깨서 비대칭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난류를 잡아야 한다. 산비탈에서 상승기류를 만난 헬기가 떨어지고 난류를 만난 여객기가 하드랜딩을 하는 이유와 같다.


    결이 맞으면 흥하고 결이 어긋나면 망한다. 자전거를 타더라도 그렇다. 핸들을 꺾는 방향으로 자전거가 가지 않는다. 달리는 자전거의 직진성 때문이다. 자전거 몸통을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여주면 핸들이 저절로 꺾어진다. 익숙해지면 핸들을 놓고 커브를 돌 수 있다.


    에너지는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는 자체의 가는 길이 있다. 그것이 구조다. 에너지의 한곳에 몰아주는 성질 때문이다. 그것은 엔트로피의 일방향성이다. 밸런스의 원리다. 댐에 작은 구멍을 내면 전체가 터져 버린다. 민중에게도 그러한 역린이 있다. 한비자의 세난에서 말하는 군주의 역린이다. 지금은 국민에게 역린이 있다. 인위적으로 작용하면 그 반대로 움직인다. 정치인이 수를 낼수록 난류가 발생하여 하드랜딩이 된다. 쓸데없이 부지깽이로 모닥불을 건드려서 불을 꺼트리고 만다.


    정치인이 국가의 핸들을 꺾는 것이나 자전거의 방향을 트는 것이나 원리가 같다. 자전거가 손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데 엉덩이로는 가능하다. 손이 쥐는 핸들은 자전거 바깥에 있다. 엉덩이는 자전거 중심에 있다. 엉덩이는 체중을 실어 자전거와 하나가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팔을 잡아채느냐 안에서 마음을 흔드느냐다. 진보는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 팔을 잡아채는 정치를 하다가 망한다. 안에서 매력을 보여주면 물 흐르듯이 저절로 되는데 말이다. 국민과 하나가 되면 흥하고 분리되면 망한다.


    주변부 전략 - 지렛대의 큰 힘을 만들지만 대칭의 큰 반발이 따라온다.

    중심부 전략 - 코어의 작은 힘을 만들지만 비대칭의 큰 기세가 따른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주변부를 흔들면 지렛대 효과로 힘이 배가된다. 중심을 치면 자전거 효과로 저절로 된다. 여기서 헷갈린다. 주변에서 지렛대로 큰 힘을 만들려다가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불은 가운데로 모인다. 중심에서 작은 힘으로 저절로 불이 타오르게 만들 수 있다.


    물질도 그렇다. 형태를 만드는 것은 주변부의 전자가 도맡아 하지만 에너지 공급은 중심부 핵이 다 한다. 정치도 그렇다. 신인의 도전은 주변부에서 지렛대를 힘껏 눌러야 하지만 집권자는 중심부에서 핸들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천하를 바꾸려면 주변부 전략으로 시작하여 적절히 중심부 전략으로 갈아타야 한다. 아웃사이더 전략으로 쉽게 뜨지만 계속 아웃사이더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전략으로 쉽게 떴지만 여전히 아웃사이더 신세다. 개인이 출세했을 뿐 미국을 바꾸지 못했다.


    작은 당구공을 치는 것은 인간의 의도대로 된다. 큰 양떼를 모는 것은 양치기 개 마음대로 안 된다. 훈련된 양치기 개가 양떼를 몰 수 있다. 계에 에너지가 걸리면 항상 의도와 반대로 흘러간다. 가만히 급소를 치면 순리를 따라 저절로 술술 풀리는데 말이다.


    중학생 때 선생님께 들은 말이다. 잘 사는 독일인들은 전기와 수도는 그냥 벽 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부유한 독일에 우물도 없고 펌프도 없고 두레박도 본 적이 없으니. 동남방언으로 말하면 포시라워 빠져가지고.


    어떤 과학자가 유튜브 채널에서 한 말이 있다. 영재라면 전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서 바로 벽을 뜯어봐야 한다고. 그걸 모르고 잠이 오느냐 말이다. 서울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지? 우주 끝단을 확인하지 않고 어떻게 잠을 잘 수가 있지? 진리의 끝단을 확인하지 않고 어떻게 잠을 잘 수가 있지? 이걸 대충 뭉개고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모든 것의 출발점을 사유하지 않을 수 없다.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가? 복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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