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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770 vote 0 2011.02.08 (01:02:27)

 

 

3. 전략과 전술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포지셔닝의 우위 여부 하나다. 모든 국면에서 일관되게 포지셔닝의 우위를 지켜가면 필승할 수 있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다양한 전쟁의 국면이 나타난다는데 있다. 하나의 전쟁 안에 여러 개의 승부처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의 상당수는 개전 초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뜻밖의 변수들이다.


꼬여가는 외교문제라든가, 날씨의 변덕이라든가, 민족감정이라든가, 보급의 곤란이라든가, 전염병의 창궐이라든가, 천재지변이라든가 따위의 문제들이 복병으로 나타난다.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이런 문제들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침략자들은 당연히 단기전으로 끝낼 작정으로 침략하므로 이런 문제에 대처하지 못한다.


돌발변수들은 대부분 전장 바깥에서 일어난다. 전장 바깥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전략이다. 전략가들은 외부의 변수들을 잘 활용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곤 했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이용하는 식이고, 조선이 명을 끌어들여 왜적을 막은 식이고, 징기스칸이 아랍에서 공성기술자를 데려오는 식이다. 답은 항상 바깥에서 찾아진다. 정신력으로 어떻게 해보겠다거나, 속임수를 쓰겠다거나 하며 전장 안에서 어떻게 답을 찾아보겠다는 멍청이들은 확 쫓아버려야 한다.


하수들은 돌발적인 상황을 당하면 운이 나빠서 졌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고수들은 절묘한 포지셔닝으로 자기편에게는 행운이 올 확률을 높이고, 적에게는 불운이 찾아올 확률을 높인다. 물도 없는 언덕 위에 군대를 주둔시켜놓고 하필 가뭄이 들어서 졌다고 변명하거나, 러시아를 침략하면서 혹한 때문에 졌다고 변명한다면 한심한 거다.


애초에 충분한 사전조사를 해두어야 한다. 적의 외연을 끊어놓는 방법으로 아군에게 불리한 돌발변수가 나타날 확률을 줄여놓아야 한다. 이런 방면에 능한 군대가 로마군이었다. 로마군은 교범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해 놓고 있었다. 행운과 불운데 대비한 것이다. 그 결과는 공병의 활약으로 나타났다. 공병들이 열심히 삽질하여 보루와 참호를 건설하고, 하루를 머물러도 튼튼하게 숙영지를 건설함으로써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줄여놓았다.


돌발변수는 장기전에 나타난다. 대부분 단기전을 기대하다가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돌발변수에 당하는 것이다. 장기전에 강한 것이 로마군이었다. 장기전이냐 단기전이냐에 따라 세력전, 조직전, 돌파전, 기동전, 동원전의 다섯 가지 전쟁의 유형이 존재한다. 세력에서도, 조직에서도, 돌파에서도, 기동에서도, 동원에서도 일관되게 탑 포지션을 차지하면 승리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전쟁형태 중에서 세번째 돌파를 중심으로 그 위의 세력전, 조직전이 보다 전략적이라면 그 이하의 기동전, 동원전은 보다 전술적이다.


언제라도 선전략 후전술이다. 전략이 더 윗길이다. 전술은 세부적이다. 전략은 장군에게 필요하고 전술은 소대나 분대 단위의 병사에게 필요하다. 축구팀이나 야구팀라면 감독은 전략을 결정하고, 선수는 전술을 소화한다. 감독은 그라운드 밖에 있고 선수는 그라운드 안에 있다. 전장 바깥에서 전략을 결정하고 전장 안에서 전술을 실행한다. 감독이 윗길이고 전략이 윗길이다.


언제라도 전략이 전술을 이긴다. 바둑이라면 전략은 초반의 포석이고 전술은 중반의 전투와 막판의 끝내기다. 전투와 끝내기도 강해야 하지만 절대적으로 포석이 중요하다. 포석에서 졌다면 일찌감치 돌을 던져야 한다. 포석에서 엇비슷할 경우에나 전투와 끝내기가 유의미한 것이다. 이런 경향은 고수간의 대결일수록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수들은 포석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


로마교범 전략과 손자병법 전략


전략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발상법이 있다. 하나는 로마의 교범식 전투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손자병법식 전투이다. 비교하면 로마의 교범식 전투가 더 전략적이고 손자병법식 전투가 더 전술적이다. 단기전에는 손자병법이 먹히지만 장기전에는 로마교범이 먹힌다.


중국은 그 뛰어난 손자병법으로 북방 유목민과 싸워서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다. 손자병법의 허구성은 오래전에 판명된 것이다. 반면 로마는 교범식 전투로 게르만족과 싸워서 오랫 동안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로마교범이 더 수준이 높은 것이다. 로마교범은 세력전의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손자병법은 조직전의 컨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력전이 조직전을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손자병법은 한 마디로 전쟁의 기본은 속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적이 한번 속지 두번 속겠는가? 손자병법은 단기전에서 일회용으로 써먹을 수 있을 뿐이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 반드시 교범식 전쟁을 해야 한다. 교범식 전쟁은 전선을 교착시켜 장기화 해 놓고 수비를 강화하면서 실수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돌발변수가 나타날 여지를 없애놓는다. 그 경우 적이 속임수를 쓸 수 없게 된다. 이때 총체적인 전쟁수행능력이 앞서는 쪽이 이긴다. 명분이 있는 쪽이 이기고 문명이 앞서 있는 쪽이 이긴다. 정의가 이기는 것이다. 누가 이기고 질지 분명해져서 싸울 필요도 없게 된다.


스포츠든 전쟁이든 장기전으로 가면 수비를 잘 하는 쪽이 이긴다. 월드컵을 하더라도 초반 조별리그에는 공격이 뛰어난 아르헨티나가 메시의 돌파를 앞세워 기세를 올리지만 토너먼트로 가서 장기화 되면 스페인이 수비실점을 하지 않아서 빈곤한 득점력에도 불구하고 이긴다. 일단 수비가 되는 팀이 초반 위기를 넘기면 적의 허실을 엿보아 최소한의 득점을 해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초반의 조별리그에는 서로 전력파악이 되지 않아 혼란상이 연출된다. 이 때는 지단없는 프랑스가 일찌감치 패전해서 16강도 못가보고 보따리를 싸는 일이 벌어진다.


손자병법은 기본적으로 봉건적 전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조별리그 초반 혼전기의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구스타프 아돌프의 현대전 개념에는 손자병법이 먹힐 리가 없다. 중국에서도 춘추전국시대만 손자병법이 먹혔다. 이는 춘추전국시대 군주들의 경우 실제로 싸워서 이기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전쟁이 봉건군주의 패권욕심 때문에 일어난 사실과 관련이 있다.


당시의 전쟁은 적을 죽이고 적의 영토를 빼앗고 적의 재물을 약탈하는데 있지 않았다. 직업군인을 위주로 한 전쟁이 아니었다. 주나라 왕실을 모시고 제후를 모아 회맹을 함으로써 패자로 인정받는 것이 전쟁의 목적이었다. 그러므로 구태여 싸워서 이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누가 형이고 아우인지 가려보자는 일종의 명예전쟁이었다.


송양지인으로 알려진 송나라 양공의 예를 들 수 있다. 일찌기 도덕이 높은 군자로 알려져서 제후들의 칭송을 받았다. 이름높은 제나라 환공이 죽자 제후들을 모아 회맹하고 패자가 되었는데, 그 과정에 초나라 왕에게 감금되어 체면을 구겼기 때문에 초나라와 전쟁을 하게 된다. 홍수에서 초나라가 강을 건너고 있었는데 신하였던 목이가 거듭 공격하자고 제안했지만 양공은 듣지 않았다. 초군이 강을 다 건넜는데 이번에는 아직 적이 전투대형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하지 않았다. 결국 패전했는데 이후 웃음거리가 되었다.


양공의 결정은 어느 면에서는 현명한 것이기도 했다. 만약 그 싸움에서 이기는 불상사를 저질렀다가는 남쪽의 강국인 초나라가 대군을 몰고와서 자신과 일가를 몰살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체면전쟁이므로 초나라가 체면을 세울 기회를 준 것이다. 초나라도 다른 나라가 견제를 할 터이니 송나라를 완전히 멸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 것이다. 외교로 결판나던 시대이므로 곧 죽어도 적의 곤란한 상태를 이용하지 않는 군자로 알려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군자로 명성을 얻기는 커녕 비웃음을 얻고 말았지만 적어도 계산은 있었다. 멍청한 생각이지만 나름대로 꿍꿍이는 있었다는 말이다.


중세 유럽도 구스타프 아돌프의 근대전 이전까지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같은 기독교 문명권 안에서 상대를 말살하는 정복전쟁은 불가능한 것이고, 이름있는 가문의 위세만 알리면 되는 것이다. 일본의 전국시대도 이와 비슷했다.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교토로 상경할 때도 겨우 2만 5천을 이끌었을 뿐이다. 그 숫자로 5천 밖에 안 되는 오다 노부나가의 항복을 받으려 한 것이다. 애초에 싸워서 이길 뜻은 없고 그저 위세를 과시하면 알아서 항복할줄 알았던 것이다. 이런 식의 봉건전쟁에는 적의 의표를 찌르는 손자병법이 먹힌다.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 또한 본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자서와 함께 오왕 합려를 도와 초나라를 정벌하였으나 북방의 강국인 진나라가 움직인데다 합려의 아들 부차는 정복에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나라는 패자의 위엄을 과시하며 천하를 호령하는 재미를 얻었을 뿐 실제로 얻은 것이 없다. 결국 오나라는 오자서의 말을 듣지 않아 훗날 월왕 구천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말았다.


군주에게는 군주의 급이 있고 신하에게는 신하의 급이 있다. 구스타프 아돌프 이후의 현대전은 철저한 전쟁이다. 철저한 전쟁을 하면 적의 왕을 죽이고 적의 영토를 빼앗는다. 이때 승리한 왕은 황제로 올라서고 공을 세운 신하는 왕으로 올라선다. 이때 체제의 변화가 일어난다. 체제가 바뀌게 되므로 승리해도 위태롭다. 왕과 신하의 급이 뒤섞여버린다. 오왕 부차가 월왕 구천을 용납한 이유는 그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구천은 그래도 왕인데 왕이 왕을 죽이면 왕가의 체모가 손상된다. 적이지만 왕의 죽음을 지켜본 신하가 왕을 우습게 알고 하극상을 일으킬 수 있다. 진정한 전쟁은 국가시스템의 변화를 각오하는 것이어야 한다. 왕국에서 제국으로 바꿀 요량이 없다면 전쟁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오나라는 제한전을 꾀하다가 망했다. 딱 요기까지만 싸우고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식은 현대전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현대전에서는 무제한전을 해야 한다. 그러나 봉건시대에 무제한전을 하다가는 체제변화가 일어나 결국 왕도 축출되는 수가 있다. 진시황이 무제한전을 했지만 결국 진나라도 망한 것이 그 예다. 2차대전에 승리한 나라들도 결국 식민지를 잃었다. 무제한전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다. 그 경우까지 각오해야 한다.


현대전의 목적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적의 열등한 봉건체제를 붕괴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동구 사회주의권은 냉전에 패하고 붕괴했다. 우월한 체제로 열등한 체제를 파괴하는 것이다. 로마는 그렇게 했다. 진시황도 그렇게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왕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세 봉건시대 유럽의 군주들도 철저한 전쟁을 하지 않았다. 봉건시대에 전쟁은 관습이었다.


제한전을 할 때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한번 기습으로 의표를 찌르고 싸움에 이겨 명성을 얻으면 중간에서 관망하던 제후가 편들어줄 것이고 그들을 모아 회맹하여 맹주가 되면 그만이므로 단지 일회의 기분 좋은 승리가 필요할 뿐이다. 그러므로 전쟁이 속임수로 된다. 이는 진정한 전쟁이라 할 수 없다.


로마교범식 전투는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여 적의 전쟁의지를 꺾는다. 로마의 한 장군은 기원전 52년에 폭 5미터, 깊이 7미터, 길이 54키로의 참호를 파기도 했다. 중국이 만리장성으로 위세를 과시한 것과 같다. 무지막지한 시스템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적의 침략의지를 꺾는 것이다. 로마와 중국이 문명에서 앞서 있다는 점을 거대한 조형물로 과시하려 한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밋이나 경주의 거대고분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동원력을 과시함으로써 오랑캐들에게 감탄을 불러 일으켜 체제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형님으로 받들어 모시게 한 것이다.


이는 봉건 왕가들이 내부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정통성이라곤 없는 봉건 왕가들은 근본이 산도적인지라 뭔가 족보 비슷한 것이라도 구해서 신뢰를 쌓으려고 한다. 이들은 우월한 체제를 가진 국가와 혼인관계를 맺고 제후가 됨으로써 자기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여긴다. 문명국은 오랑캐와 싸워서 이길 필요는 없고 자기네 나라가 우월한 체제를 갖춘 형님국임을 과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할 조형물이나 만드는 것이다. 북한산 순수비나 광개토대왕비도 일종의 그런 기념비라 하겠다.


당나라가 고구려를 칠 때 연개소문의 쿠데타를 거론한 사실이나 신라를 치려다 포기할 때 백성들이 잘 단합해 있다는 사실을 들어 포기한 것도 그러하다. 좋은 시스템이 나쁜 시스템을 치는 것이며, 장기전으로 끌고가서 시스템의 우위를 과시하는 것이 교범식 전투다.


손자병법이 북방 유목민족에게 전혀 먹히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철저한 직업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유목민들은 체제우월성이니 혼인관계니 왕가의 서열이니 하는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 고조 유방때만 해도 흉노선우 묵특과 친교하면서 혼인관계로 무마할 수 있었지만 이후로는 그 수법이 통하지 않았다.


속임수로 전쟁에 승리하면 대략 판세가 드러나고 중간에서 관망하던 자들이 편을 들게 되고 이들을 이끌어 회맹하면 패자로 인정받는 것인데 북방 오랑캐는 약탈이 목적이기에 그 수법이 먹힐 리가 없다. 오랑캐는 속임수가 아니라 반대로 신용을 주어야 한다. 만리장성이나 로마군이 라인강을 따라 건설한 보루나 피라밋 같은 거대 구조물은 신뢰를 준다. 영국에 있는 하드리아누스방벽은 동서로 길이가 120킬로나 되는데 로마의 하드리아누스황제가 쌓은 것으로 영국의 만리장성이라 하겠다. 거성이 실제로 방어에 도움이 되었을 리는 전혀 없지만 어쨌든 잘 갖추어진 고도의 시스템을 과시하여 무질서하게 떠돌던 유목민들의 감탄을 불러 일으킨 것은 확실하다. 기념비와 조형물로 적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로마군은 처음에는 군대가 오지만, 곧 숙영지가 주둔지로 변하고, 주변에 보루와 참호가 건설되고 보루를 따라 나란히 교통로가 개설되면 차차로 도시가 되어간다. 게르만족은 처음 화를 내며 괴성을 지르고 달려들어 보루를 파괴하려고 해보지만, 이들은 돌봐야할 양떼와 부녀자가 뒤섞여 있어서 장기전을 할 수가 없다. 안전한 보루 뒤에 숨은 로마군이 곧바로 응전할 태세도 아니고, 도무지 돌아갈 낌새도 보이지 않으면 점차 초조해진다.


물자가 궁해진 이들은 슬그머니 뒷거래를 제안하고 양을 팔아 식량을 얻으며 아주 시장이 들어선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는 것이다. 적이 아군에게 감탄하게 하는 것, 적이 아군을 신용하게 하는 것이 교범식 전투이다. 적을 속이는 손자병법보다 더 윗길의 전쟁이다. 손자병법은 북방 유목민에게 여지없이 격파되었다. 1회의 전투에 승리하고 회맹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싸움도 그러하다. 변칙을 써서 요행수로 이기면 반드시 뒷탈이 나고야 만다. 747 따위의 요상한 속임수로 이기려들지 말고 정공법으로 이겨보여야 한다. 원칙으로 변칙을 꺾어보여야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수용과정에서 보듯이 우리가 문명적으로 더 앞서가는 존재이며, 우리가 더 우월한 시스템을 갖추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대가리 숫자 모아서 투표에서만 이길 것이 아니라, 정당개혁에 앞장섬으로써 진보가 더 우월한 체제임을 유권자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상대적 우세가 아니라 절대적 우위여야 한다. 상대적 우세는 역설이 작동하므로 반드시 역풍이 일어난다. 우리가 옳다거나, 우리가 더 깨끗하다는 주장은 상대적 우세의 강조이다. 햇볕정책이 옳지만 단기적으로는 북한을 한 번쯤 손봐줘야 한다는 논리로 물타기하고, 진보는 학자들이니 깨끗한게 당연하다는 논리로 물타기하면 피곤해진다. 결코 맞설 수 없는 논리, 비교가 될 수 없는 논리로 이겨야 한다.

 

적이 우리의 앞선 시스템을 모방하게 만들어야 한다. 적이 모방하여 쫓아오면 우리는 더욱 혁신하여 앞서가고, 또 모방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는 중에 일정한 흐름과 방향성을 드러내야 한다. 그 뚜렷한 방향성에서 우리의 가치인 절대성은 부각된다. 언제나 우리가 앞서가며 길을 여는 역할이고, 적들은 편하게 뒤따르며 주워먹는 역할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는 적들보다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적들은 결코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우리가 21세기가 치고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할 때 그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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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구조가 새로 나왔습니다. 인간은 공동체적 동물이며, 마음은 언제라도 그대를 공동체의 중심으로 이끌고자 합니다. 공동체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가? 존엄이 있습니다. 존엄을 얻을 때 마음은 진정으로 다스려 집니다.


http://gujoron.com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11.02.08 (01:27:15)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가 왜 인기 있었는지 알게 하는글.

그러면서도, 시오노가 갖고 있는 깊은 서구 사랑을 뛰어넘는글.

물론, 시오노가 일본 귀족출신의 아우라를 갖고 있지만...

 

여튼, 진보가, 기술을 아우르고, 제도를 혁신시켜, 시대를 이끈다면.

노무현이 되살아나는길.

 

프로필 이미지 [레벨:2]미친거북이

2011.02.08 (15:22:01)

마지막 여섯줄에 힘을 싣기 위해 이리도 길게 쓰셨군요. 글의 무게감이 쩝니다. (존경 한바가지 상납)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02.08 (22:40:47)

마지막에 조금 더 추가했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9]로드샤인

2011.02.08 (23:57:18)

암튼  글  최곱니다. 인터넷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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