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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488 vote 0 2004.01.02 (15:17:56)

『 원판은 국립미술관 특별전에 출품된 복희여와도.. 규와 구를 든 창조의 신 복희와 여와가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고 있다. 개혁시대의 창조자 노무현과 DJ의 운명도 이와 같다.  』

코드가 문제다. 옛날부터 그랬다. 87년 전두환의 호헌조치 직후 DJ의 조건부 불출마선언이 있었다. 나는 이 말을 순수한 출마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당시 알만한 사람들 중에서도 불출마에 비중을 두어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었다.

DJ의 불출마는 조건부다. 그 조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출마는 너무나 당연하다. 본질을 봐야 한다.

요는 양김씨 중 누가 선수(先手)를 잡았는가이다. 불출마선언을 통하여 DJ가 선수를 잡은 것이며, YS는 후수로 몰린 이상 DJ에게 양보하고 단일화를 수락했어야 했다.

조중동의 농간 때문이기는 하지만 당시 지각있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상황을 거꾸로 이해하여 DJ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코드 때문이다. 코드가 맞지 않아 DJ의 진심이 거꾸로 전달된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의 말씀을 빌면 정치는 ‘구도’가 중요하다. DJ는 불출마를 표방하는 방법으로 구도를 짠 것이다. 곧 선수를 잡은 것이다.

구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그대로 간다. 이건 절대적이다. 이미 잡은 선수(先手)를 놓기는 물리적으로 불능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작은 것이고 구도는 크다. 또한 ‘언어를 보지 말고 구도를 보라.’

어제 김원기의장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DJ가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건 무엇인가?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신호다.(코드가 죽은 사람들은 또 거꾸로 알아듣겠지만)

어제 오늘 사이에 무려 1500명의 세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심심풀이로 대문을 열어놓고 세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정치를 하려면 고사부터 지내야 한다. 또한 희생양이 필요하다. 희생자는? 정박후 밖에 더 있나?

서서히 판이 짜여지고 있다.
두드러진 흐름은 두가지다. 하나는 필자가 일주일 전에 지적한 바 있는 노무현의 ‘대포용정책’이다. 부안문제해결, 사패산문제 해결, 우경화된 내용의 개각내용 등의 흐름에서 보듯이 노무현은 민주당을 포용하기로 작심한 것이 분명하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 지지는 한나라당을 돕는다’는 발언이다. 필자는 이 말을 두고 ‘민주당이 핵폭탄을 맞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사실로 증명되었다. 최근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당에 짜기로 소문난 한겨레의 조사에서도 우리당이 민주당을 따라잡았다.

(한겨레는 교묘한 속임수로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발표해 왔다. 방법은 최대한 부동표를 많이 생산하여 골수지지자의 의사만 반영하는 것이다. 그 결과 노년층 골수지지자가 많은 민주당이 이득을 보았다. 우리당을 지지하는 젊은 층은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지지의사를 숨기기 위해 민노당지지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지지자들의 충성도(실제로 투표할 것인가?) 조사에서도 우리당이 높게 나타났다. 투표한다면 진보성향의 정치인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도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이것이 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권자들이 ‘소극적 관망에서 적극적 개입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증거이다.

한나라당이 지지율 20프로를 회복했다. 또한 무엇인가? 정국이 급속히 우리당 대 한나라당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은 위기의식에 따른 창빠들의 결집 때문이다. 최병렬이 죽고 이회창이 복귀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간단하다. 내년 총선은 심리적인 의미에서 ‘이회창과 노무현의 재대결’로 간다. 한나라당을 찍어 이회창을 복귀시키려는 세력과 우리당을 찍어 이회창의 복귀를 막으려는 세력의 싸움이다. 이걸로 큰 구도가 결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끝난 게임이다.

노무현의 잘못(?) 혹은 치밀한 계산
우리당은 너무 빨리 창당했다. 내년 3월이 적당하고 일러도 2월 안으로는 창당해서 안된다.(필자는 이 점을 수도 없이 말해 왔다) 왜 노무현은 멍청하게 서둘러 신당을 띄웠을까? 약간만 정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노무현이 하수여서 뭣을 모르고 창당을 서두른 것이다. 둘은 DJ를 끌어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창당을 서두른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노무현이 하수여서 타이밍을 잘못 잡았을 가능성? 노무현은 아직 신당에 입당하지 않고 있다. 입당시기도 내년 총선 직전으로 늦추어 놓고 있다. 이건 노무현이 하수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멀쩡한 고수가 하수 짓을 한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다.

역시 DJ다. DJ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전에 노무현이 우리당에 입당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DJ다. DJ를 정치판에 끌어들이기 위해 창당을 서둘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는 하나의 개연성이며 확률로만 판단할 수 있다.)

어쨌든 노무현의 무리한 창당 때문에 결과적으로 DJ는 정치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모양새가 되었다. DJ가 오늘자로 한겨레와 인터뷰하여 노무현을 두둔한 데서 보듯이 DJ는 이미 정치를 재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노무현이 고수다.   

너무 싱겁게 승리해버린 우리당
통합론을 꺼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당은 너무 싱겁게 민주당을 이겨버렸다. 칼날이 아닌 칼자루를 쥔 셈이다. 그 칼을 흔들수록 좋다. 이 상황에서 통합을 거론할수록 민주당이 타격을 받는다. 속된 말로 ‘민주당 흔들기’가 된다.

대한민국은 호남이 결정하고 호남은 광주가 결정한다. 이 구도는 당분간 불변이다. 광주가 우리당을 지지하는 이상 끝난 게임이다. 이대로 민주당이 죽어버리면 DJ가 나라를 위해 기여할 여지가 없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을 좀 더 살려두어야 한다.

미안하지만 DJ는 일을 좀 더 해줘야 한다. 김정일도 한번 더 만나야 하고 만델라와도 한번 더 통화해야 한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입장이다. DJ가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길은 망가진 민주당을 추슬러 노무현과 딜을 하는 것이다.

우리당은 민주당을 흡수해야 한다. 노무현과 DJ는 서로 한쪽 다리를 붙들어맨 2인삼각이다. 통합을 위해 우리당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당명 정도로 본다. 물론 개혁의 노선은 양보할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노무현에 적어도 체면 때문에 통합을 망설일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통합에는 암초가 많다. 총선후 민주당 흡수가 정동영의 당권장악에 유리한 점이 크다. 대통령제 하에서 다당제는 성공할 수 없다. 어차피 총선과 동시에 민주당은 소멸한다. 정동영 입장에서 가만 놔두어도 통합이 되는데 먼저 통합을 거론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지금 90프로 죽은 김근태 입장에서는 통합만이 살길이다. 당의장 경선 불참으로 김근태는 정치적으로 사망했다. 이인제가 밀려난 것은 413총선에서 졌기 때문이다. 총선에 우리당이 져서 정동영이 밀리고 김근태에게 기회가 온다고 본다면 어리석다. 노무현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당이 죽을 쑤는 이유
지지자가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지지해서 부담을 지우는 방법이다. 둘은 안티를 하므로서 겁을 주는 것이다. 필자가 우리당과 거리를 두는 것은 두 번째 방법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네티즌의 의사를 반영하는데 더 유리하다.

유시민이 왜 e-party 위원장을 사절하고 있겠는가? 네티즌이 두렵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유시민을 지지하기 보다 안티하는 방법으로 더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는 유시민을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유시민을 안티할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은 그걸 두려워 한다.

지난해 유권자들은 노무현을 지지하면서도 정몽준 지지를 가장하여 노무현의 정치노선을 온건한 방향으로 바꿔놓으려 했다. 그들은 정몽준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의 노선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몽준을 이용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다. 많은 유권자들은 민주당 지지를 가장하는 방법으로 우리당의 정치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진보는 민노당을 지지하는 척, 보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척 하는 방법으로 양쪽에서 우리당을 잡아당기고 있다.   

이것이 유권자의 호된 ‘신고식’이다. 신고식을 피하는 방법은 창당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 뿐이다. 민주당을 흡수할 계획이 없다면 우리당은 창당시점을 잘못 잡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신고식의 시련을 겪어야 할 타이밍이다.

말 때문에 빚어진 일,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말 실수를 탓한다. 무엇인가? 또한 본질을 보아야 한다. 본질은 무엇인가? 예컨대 노무현은 빨갱이이므로 지지할 수 없다든가, 혹은 경상도이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면 상황은 절망적이다.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할 수 없고 출신지를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말 실수 때문에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조건부 지지철회이다. 즉 노무현이 태도를 바꾸면 지지하겠다는 의사표시다. 속으로는 노무현을 지지하지만 노무현의 몇가지 결정에 불만을 품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안티의 전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진보는 파병에 불만을 품고, 보수는 노동정책에 불만을 품고 노무현을 반대하는 척 가장하고 있다. 이런 허구를 깨는 것은 이념을 분명히하고 구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야만 온전히 가능하다. 총선때 까지는 일정부분 NCND로 가게되어 있다.

말로 해서 일어난 잘못은 말을 잘해서 수습할 수 있다. 전화 한통화로 틀어진 추미애는 전화 한통화로 해결할 수 있다. 즉 노무현의 위기는 본질에서의 위기가 아니므로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해결하는 형태로 수습되는 것이다.

언제?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DJ와의 딜이 끝나기 전까지는 추미애와 조순형은 해결하지 않는 것이 정석대로 가는 것이다.

덧글..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하는 한 두 당의 통합은 100프로 확실하다. 다만 총선전인가 후인가가 문제이다. 총선 전이면 영남의석이 줄고 총선 후이면 수도권의석이 준다. 총선 전에 되면 김근태, 강금실에게 한번 더 기회가 오고, 총선 후에 되면 정동영은 차기 대통령으로 굳었다.

통합할까 말까는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것이다. 혹자는 통합을 반대하는 방법으로 혹자는 통합에 찬성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할 것이다. 필자의 입장은 통합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기에 앞서 이해득실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필자는 돌아가는 판 바깥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모든 변수들을 그 토론의 장 안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글의 방향을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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