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94 vote 0 2022.06.18 (23:12:42)

https://url.kr/jdy1oe <- 한겨레 기사

      
   2341.jpg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된다. 극장 내부는 플라톤의 동굴처럼 어두컴컴하다. 대중은 감각의 사슬에 묶여 이성을 억압당한 채 그림자의 우상에 속는다. 미디어는 또다른 동굴이다. 우리가 특권집단과 결탁한 기레기가 조종하는 중우정치의 동굴을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전에 관점이 인간을 속인다. 광원과 불빛과 피사체와 스크린과 그림자의 연결구조가 인간의 눈동자를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 눈동자 속에 스크린이 있다.


    그대가 눈으로 무언가를 보는 즉 속는다. 마술사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그대는 이미 속아 있다. 보여지는 것을 바라보므로 속는다. 바라보는 자는 보여주는 자의 권력에 종속된다. 보여주는 자와 보는 자로 구분되는 즉 속는다. 극장에 입장하는 순간 연출자에 장악되어 영혼을 털린다. 이성은 결박당하고 감각은 조종당한다. 우리가 직접 미디어를 제작하여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속지 않으려면 눈동자 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광원과 불빛과 피사체와 스크린과 그림자가 일렬로 정렬해 있다. 그 일방향성에 속는 것이다.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는 한 방향으로 계속 떠밀린다. 일방향성의 압박이다. 보이스피싱범의 속임수가 그러하다. 범인은 전화를 끊지 못하게 압박한다. 계속 말을 시키고 다그친다. 명령하는 자와 명령받는 자의 수직구조가 만들어지면 당신은 이미 제압되어 있다.


    자극과 반응의 상호작용 구조가 인간을 압박한다. 환경은 인간에게 명령하고 자극하여 호르몬의 반응을 끌어낸다. 자본의 압박, 이윤의 압박에 영사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감독의 신파는 분주히 그대를 공략한다. 탁구선수는 랠리에 잡혀 있다.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탁구대 앞을 떠나지 못한다. 승부의 압박을 받는다. 계속 등을 떠밀린다. 선택은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인데 기차만 타면 한 방향으로 계속 떠밀린다. 자물쇠는 계속 잠그기만 하고 열쇠는 계속 열기만 한다. 활은 쏘기만 하고 화살은 날기만 한다. 날아가던 총알이 되돌아와 총구 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일은 없다. 참새는 저녁이면 늦지 않게 둥지로 돌아오는데 말이다.


    인간의 사유는 일방향으로 진행되며 자극과 반응의 상호작용구조 속에서 랠리를 이어가도록 압박을 받는다. 생각을 하려고 하면 감각의 다그침이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 눈앞에서 계속 뭔가가 왔다갔다 한다. 거기에 홀리는 것이다.


    인류가 여지껏 원자론의 동굴에 갇혀 있다면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자론은 관측자와 관측대상이 나누어져 있다. 둘의 진행방향이 다르므로 왜곡된다. 보여주는 자와 바라보는 자가 분리되는 순간 거짓이 시작된다. 관객은 정지하고 영상은 움직인다. 움직이는 자가 권력을 쥐고 게임을 주도하게 되고 정지한 자가 허겁지겁 따라붙으며 랠리를 살려내려고 기를 쓴다.


    우리는 관점의 동굴에 갇혀 있다. 피사체가 먼저고 인지가 따른다. 영화가 먼저 제작되고 관객이 나중 감상한다. 그 일방향성에서 권력관계는 결정된다. 게임은 다르다. 공수가 교대되면 주도권이 넘어간다. 먼저 기술을 거는 자가 어부다. 영화는 언제나 감독이 기술을 걸고, 미디어는 언제나 조중동이 기술을 건다. 대중은 언제나처럼 파닥파닥 낚이고 만다. 독자가 파훼하면 미디어는 또다른 기술로 공략한다. 독자가 굴복할 때까지 이 패턴은 반복된다.


    감각과 이성, 동動과 정靜, 자극과 반응, 당겨지는 활시위와 밀려지는 화살, 배우와 관객, 미디어와 대중이 둘로 나누어져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한 인간은 속지 않을 수 없다. 눈이 있는 인간은 모두 관점의 동굴에 갇혀 동물적 본능에 길들여진 채 사육되고 있다. 우주는 크게 잘못되어 있다. 우리가 이 구조를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구조 속에서 쉬지 않고 이어지는 자극과 반응의 랠리에 결박되어 부단히 한 방향으로 떠밀리며 조종되고 있다.


    우리가 속는 이유는 상대가 기술을 걸기 때문이다. 어디든 일방향으로 가는 기술이 걸려 있다. 생물은 진화의 압박에 걸리고 우주는 팽창의 압박에 걸리고 문명은 진보의 압박에 걸렸다. 기차는 궤도에 걸리고, 물은 수압에 걸리고, 바람은 기압에 걸린다. 압박을 받으며 한 방향으로 계속 가게 된다. 그러나 기술은 파훼할 수 있고 거꾸로 우리가 기술을 걸 수도 있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게임을 설계하여 선제적으로 기술을 걸어야 한다.


[레벨:30]솔숲길

2022.06.20 (12:10:20)

대한민국은 탄핵압에 걸려있는 듯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908 개인주의 시대의 세대전쟁 3 김동렬 2022-06-27 3154
5907 사건의 시작 김동렬 2022-06-26 2802
5906 성소수자 판결 김동렬 2022-06-25 2695
5905 에너지의 세계 김동렬 2022-06-25 2657
5904 자궁을 생각하라 김동렬 2022-06-24 2840
5903 동학과 의병의 진실 김동렬 2022-06-23 2929
5902 게임에의 초대 김동렬 2022-06-23 2696
5901 구조론의 출발 김동렬 2022-06-23 2698
5900 도구주의 관점 김동렬 2022-06-22 2689
5899 무뇌좌파 멸망공식 김동렬 2022-06-21 3035
5898 불확정성의 원리 김동렬 2022-06-20 2816
5897 개구리 소년 의혹 image 김동렬 2022-06-19 4279
5896 얼굴에 다 씌어 있다 image 김동렬 2022-06-19 5143
» 플라톤의 동굴 image 1 김동렬 2022-06-18 3094
5894 열쇠와 자물쇠 김동렬 2022-06-16 3091
5893 아시아의 몰락공식 2 김동렬 2022-06-15 4128
5892 의사결정비용 김동렬 2022-06-14 2942
5891 셀럽놀이 김건희 김동렬 2022-06-13 3158
5890 역설의 세계 김동렬 2022-06-11 3029
5889 방향성의 이해 5 김동렬 2022-06-08 3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