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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62 vote 0 2022.06.07 (16:50:38)

    기린의 조상은 짝짓기 시즌에 수컷끼리 박치기를 했으며 성선택이 기린의 목을 길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선택은 보조적인 영향일 뿐 본질이 아니다. 수컷만 목이 길다면 성선택이지만 말이다.


    기린의 목이 왜 길어졌는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자연은 원래 다양한 변이를 실험하기 때문이다. 생태적 실험의 끝판왕은 고래다. 고래의 특이함에 비하면 기린의 긴 목은 아무것도 아니다. 코끼리도 진화과정에서 여러차례 생김새가 바뀌었다. 괴상한 모양의 상아를 가진 코끼리 조상도 있었는데 이런저런 시도 끝에 지금의 적합한 모양이 찾아진 것이다.


    그보다는 기린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포식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린은 나무를 찾아다닌다. 목이 짧은 기린은 키가 작은 나무가 있는 관목숲을 찾아다닌다. 나무에 의해 시야가 차단되어 관목 숲에 숨은 포식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죽었다. 기린은 7킬로 거리까지 볼 수 있다. 뛰어난 시력으로 사자를 발견하려면 나무보다 키가 커야 한다.


    기린이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되는 이유는 다윈의 진화론이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세부적으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처음 배울 때 커다란 위화감을 느꼈다. 이건 아니지. 도무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목이 짧은 기린은 풀을 먹으면 되잖아. 케냐에는 키가 작은 관목으로 이루어진 숲이 많다. 기린이 물을 먹을 때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기린이 물도 먹는데 풀을 못 먹겠는가?


    초딩이 봐도 아닌데 내노라하는 과학자들이 터무니없는 개소리를 태연히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과학의 방법론이 없다는 사실을 들키고 만다. 제대로 된 방법론도 없이 마구잡이로 아이디어를 투척하여 우연히 하나가 맞아지기를 기대한다. 로또 긁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면 사바나에 키가 큰 나무가 거의 없다. 나무가 있어도 드문드문 있어서 지나가는 동물이 휴식할 그늘을 제공한다. 기린이 그걸 먹는다고? 들판에 하나밖에 없는 나무의 잎을 먹어서 고사시켜버려?


    사바나는 가만 놔두면 아카시아 종류가 자라서 정글이 되어버린다. 정글에는 동물이 살 수 없다. 관목이 빽빽하게 자라면 동물이 이동을 못 해서 건기에 멸종할 수 있다. 시력이 나쁜 얼룩말은 이동을 못하고 관목숲에 갇혀서 죽는다. 해마다 일어나는 들불이 사바나를 휩쓸고 지나가면 일제히 새순이 돋아나는데 키가 작은 동물은 이때 이동을 해야 한다.


    빽빽하게 자라는 관목숲은 동물의 이동을 방해한다. 먼저 코끼리 부대를 파견해서 관목을 짓밟아 버린다. 다음 키가 큰 기린이 잎을 먹어 치워 관목의 키와 숫자를 조절한다. 시력이 나쁜 얼룩말 부대는 기린의 뒤를 따른다. 얼룩말이 가고 난 다음은 누떼가 지나가며 크게 자란 갈대잎의 부드러운 윗부분을 먹는다. 누떼 다음은 키가 작은 스프링벅, 영양, 워터벅이 누떼가 먹고 난 다음 새로 자란 어린 순을 먹는다.


    기린은 나뭇잎을 먹으므로 상관없지만 키가 작은 동물은 들불이 난 이후 새로 자란 어린 순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이동할 때는 포식자에게 먹히기 쉽다. 맹수들은 길목을 차지하고 이동하는 동물을 저격한다. 대이동을 하려면 충분한 쪽수를 만들어야 한다. 누떼는 수백 만 마리가 한꺼번에 이동한다.


    기린의 딜레마다. 풀을 먹으면 쪽수를 만들어 이동할 수 있는데 나뭇잎을 먹으면 작은 무리로 흩어지므로 쪽수가 안 된다. 수백만 마리의 기린이 떼 지어 이동하며 일제히 나무를 조진다면? 대규모 환경파괴가 일어난다. 사막화가 되는 것이다.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쪽수로 밀 것인가 아니면 뛰어난 시력으로 독점적인 영역을 장악하고 버틸 것인가?


    이동하는 작은 동물은 쪽수로 밀고 이동하지 않는 동물은 숲을 차지한다. 숲은 맹수가 숨어 있으므로 위험하지만 감수해야 한다. 일정한 영역을 차지하고 텃세를 부릴 것인가 아니면 정기적으로 이사를 다닐 것인가? 기린은 텃세전략을 선택한 것이며 한 번 전략이 정해지면 한 방향으로 계속 가게 되므로 키가 작은 기린은 멸종한다.


    기린에게는 아프리카 물소의 뿔도 없고, 얼룩말의 달리기 실력도 없고, 누떼의 쪽수도 없다. 기린도 속도는 빠르지만 나무가 많은 관목숲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다. 기린은 뛰어난 시력과 높은 키로 멀리서 사자를 봐야 한다. 나무 위로 고개를 내밀어야 하므로 나무보다 머리가 높아야 한다.


    위하여는 개소리고 의하여가 정답이다. 생태적 지위 개념을 도입하면 설득력이 있다. 각자 환경에 걸맞는 생존전략이 있는 것이며 이때 어느 하나를 발달시킨다. 한 번 변이가 시작되면 환경가 맞지 않아 불안정하므로 밸런스의 원리가 작동하여 지속적인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 방향성을 결정한다. 성선택은 그런 방향성을 가속화 할 뿐 본질은 생태적 지위다.


    코끼리의 상아, 고래의 숨구멍, 치타의 꺾이지 않는 발톱, 아프리카 물소의 뿔, 얼룩말의 속도, 코뿔소의 힘이 그러하다. 한 번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때 성선택이 그것을 가속화한다. 그러나 전략은 그 이전에 결정된다.


    인간은 나무뿌리를 캐 먹으려고 지능과 손을 발달시켰다. 진화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여러 가지 기관과 본능이 연동되기 때문이다. 직립+인간 특유의 지구력+도구를 사용하는 손발의 형태+지능+목소리+본능이 동시에 맞물려야 하므로 전략적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들 중에 어느 한 가지가 작용한다면 자연선택에 의해 우연히 진화할 수 있지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므로 생태적 지위에 수렴되는 것이다.


    진화에는 전략이 있고 방향성이 있다. 직립, 지구력, 손발모양, 지능, 목소리, 얼굴의 털과 수염, 여러가지 본능까지 적게 잡아도 30가지 이상의 변이가 하나의 축에 맞물려야 한다면 방향성은 필연이다. 왜냐하면 30가지 이상의 변이가 서로 아귀가 맞지 않아 언밸런스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밸런스를 만들어가다 보면 한 방향으로 수렴된다.


    목소리를 내는 성대의 진화와 그 목소리를 복제하는 언어본능의 진화가 매치가 되지 않으면? 방향성이 없이 무작위로 일어나는 변이는 오히려 진화를 방해한다. 변이는 다른 부분과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유전적으로 불안정하고 불안정하면 더 많은 변이를 일으키므로 가속적인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 방향성이다. 진화는 유도미사일처럼 필연적으로 타겟을 찾아간다.


    기린은 목만 길어진게 아니고 큰 키에 맞게 여러 가지가 최적화되었다. 본능이 뒤를 받친다.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변이는 의미가 없다. 전략과 맞고 방향성과 맞는 변이만 남는다. 생태적 지위를 찾아낼 때까지 변이는 한 방향으로 계속 간다. 환경과 전략의 결합이 생태적 지위를 만든다. 적절한 생태적 지위를 얻으면 흥하고 애매하면 망한다.


    그냥 변이는 열성인자가 되어 흔적 없이 사라진다. 변이는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이에 축이 이동하여 또다른 변이를 낳으며 밸런스가 맞아질 때까지 계속하므로 한 방향으로 계속 가게 되는 것이다. 진화는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 목이 짧은 기린은 굶어죽었다. 그들은 자존심 때문에 풀을 먹지도 않고 키가 작은 나무가 있는 케냐의 관목숲으로 이동하지도 않았다. 


    성선택설.. 수컷은 암컷의 오줌냄새를 맡고 발정기를 알아내므로 큰 의미 없다. 성선택은 이미 방향이 정해진 진화를 가속화 한다. 


    구조론의 생태적 지위설.. 겁도 없이 사자가 숨어 있는 관목숲으로 들어가서 나뭇잎을 먹을 것이냐, 아니면 포식자가 숨을 곳이 없는 탁 트인 들판으로 나와서 풀을 먹을 것이냐 중에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풀을 먹으려면 수십 만 마리 이상의 쪽수를 이루고 계절마다 대이동을 해야 한다. 기린이 목만 길어진게 아니고 굉장히 많은 신체와 그에 따른 본능이 연동되므로 한 번 변이가 시작되면 신체의 다른 부분과 연동되지 않아 열성인자가 살아남는 형태로 구조적인 불안정을 야기하므로 이것이 변이를 가속화 하고 이러한 변이의 진화의 가속이 방향을 결정하므로 어느 한 부분만 집중적인 변이가 일어나서 대진화를 하는 결과로 된다. 적합한 생태적 지위를 찾아내면 유전적으로 안정되어 변이가 멈춘다. 성선택은 변이를 가속화 하는 요인들 중에 하나다.


    아프리카에서 지능이 높은 천재가 나타나도 멸종한다. 사자 앞에서 머리 쓰다가 잡혀먹히기 때문이다. 그냥 도망치는게 상책이다. 그런데 그것을 뚫어버리면? 보통은 머리가 좋은게 오히려 부담인데 머리를 써서 사자를 이겨버리면? 머리만 좋고 달리기는 못하는 열성인자가 살아남아 혼란해진다. 기린은 긴 목으로 그것을 뚫어버린 것이다. 보통은 사자가 숨어있을게 뻔한 관목 숲에 접근하지 않는게 생존확률을 높인다. 어떤 기린이 그것을 뚫었고 그 기린은 목이 긴 기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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