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 일부 역설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료해 있으시기를~ ^^; -

누가 잘못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우리의 소임이 아닙니다. 요는 ‘감히 이 사건에 개입할 것인가’입니다. 또 개입하기로 한다면 ‘어떤 자격으로 개입할 것인가’입니다. 심판관의 자격으로 당연히 개입해 있다고 믿는다면 주제넘은 생각입니다.

 『대략 이정재 심은하의 인터뷰가 생각나오.』

개입하기로 한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1) 인성이 모자라는 김병현 인간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2) 사이비 언론사 굿데이 정신차리게 해주기 프로젝트

미국인이라면 2번을 선택합니다. 왜? 2번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김병현 아니라도 선수는 많아요. 김병현이 모자라는 행동을 한다면 그래봤자 본인만 손해입니다. 김병현을 열심히 가르쳐서 훌륭한 인격자로 만든 다음, 세계최초의 선수출신 대통령으로 키운다는건 불가능한 목표다 이거죠.

굿데이 기사가 사실이라 칩시다. 김병현은 그런 식으로 야구하다가는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납니다. 김병현을 훌륭한 선수로 키우느니 푸에르토리코에서 괜찮은 신인 한명 데려오는 것이 더 낫다 이거에요. 미국인 ‘입장’이라면 말입니다. (≪- ‘입장’에 밑줄 쫙.)

근데 한국인들은 참 이상해요. 꼭 1번을 선택하거든요. 왜? 김병현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4800만 한국인이 김병현 하나에 목을 매고 사는 겁니다. 김병현은 한국인 전체의 정신건강을 책임진 입장으로서 한국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후진국 현상’이죠.

도미니카라면 한 술 더 뜹니다. 새미 소사가 대통령에 출마한다 해도 아마 안말릴 겁니다. 도미니카인 ‘입장’에서는 새미 소사가 그저 훌륭한 야구선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신에 가까운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인간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신으로 대접해 주겠다. 대신 당신은 우리들 앞에서 신처럼 행동해달라.”

이거죠. 왜? 그게 더 ‘남는 장사’거든요. 달리 후진국이겠습니까?

결론인 즉슨 예의 두 프로젝트 중에서 1번을 선택한다면 도미니카 수준의 후진국이 되고, 2번을 선택한다면 미국 수준의 선진국(선진국이라는 표현은 양해를.. 농담도 못해유?)이 됩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른바 ‘공인’이라는 논리, 스포츠맨이나 연예인들은 지구 한귀퉁이에 처박혀 이름도 없는 ‘코리아’라는 나라를, 그런 나라가 있는지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민간 대사로서 국위선양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그 인격에 있어서도 지극히 훌륭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설, 후진국에만 있는 현상이죠. 이제는 정말 졸업할 때가 된 것입니다.

후진국에도 급수가 있거든요.

제 1기 - ‘츄잉껌 기브미’ 하는 맹종의 단계
제 2기 -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하고 물어보는 탐색의 단계
제 3기 - 방송에 출연시켜 사투리를 쓰게 하거나 강제로 고추장을 퍼먹이는 실험의 단계
제 4기 - 외국인을 어려워하지 않는 자부심의 단계
제 5기 - 외국인과 내국인의 구분에 무관심해지는 무심의 단계

외국인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려면 이 단계들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제 3기 쯤에 와 있다고 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날래 진도나가야지 이거 언제까지 재미도 없는 후진국놀음 하고 살겠습니까?   


김병현기자 특종을 잡다

김병현기자가 특종을 잡았군요. 굿데이가 먼저 1면 탑으로 때려서 갑바를 과시했는데 김병현도 지지 않고 장문의 칼럼으로 반격하고 있습니다. 위상이 뒤집어진 거죠. 오마이뉴스 식으로 모든 네티즌이 기자가 되는 시대입니다. 종이신문 기자들도 이제는 특권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100만 독자가 뒤에 있다고요? 1000만 네티즌 무서운지는 왜 모르죠?”

제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굿데이가 왜 이 사건을 구태여 보도했는가입니다. 문제의 이건기자가 김병현선수에게 떠밀려 넘어졌다면, 말하자면 선수의 약점(?)을 잡은 거죠. 이기자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김병현선수가 이기자에게 빚을 진 셈이 됩니다.

사건을 불문에 붙이고 이기자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면 김선수와 의기투합할 수 있을 테고, 이 인연을 잘 살려나가면 두고두고 특종을 빼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듣자하니 수습 단계의 신참기자라던데, 과거 방송기자가 경찰서에서 술먹고 소란피운 사건이 생각키우는군요. 그때 그 기자도 햇병아리기자였습니다. 결국 짤렸죠. 고참기자들이 그렇게 가르친 때문이라더군요. 흔히 듣는 이야기 있잖습니까? 고참들이 전수해주는 취재원 공갈하기 비법들.

고참기자들이 일종의 신고식으로 햇병아리 이건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를 강요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1000만 네티즌이 모두 기자입니다. 타 신문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천만 네티즌과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아직도 과거의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다면 꿈 깨야 합니다.

스포츠신문은 김병현과 박찬호가 먹여살렸습니다. 김병현, 박찬호 없다면 당장 판매부수가 줄어듭니다. 언제까지 A양, B양, C양으로 먹고 살수 있다고 믿습니까? 그거 추하지 않습니까? 기자가 포주도 아닌데.. 힘없는 여성 약점 잡아서 갈취해 먹고 산다는거.

신문은 그들의 밥줄인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게 한번 쪼였다고 화를 낸다면 언론을 할 자격이 없죠. 하여간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김병현선수가 잘못했다 해도 김병현선수 편입니다. 네티즌 입장에서 그게 더 남는 장사거든요.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더 잘했는가를 따지기 전에 먼저 어느 지점에서 개입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개입하기로 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국민은 '남는 장사'가 되는 지점을 선택하는 전략적 판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강물은 굽이쳐 흐르지만 결국은 바다로 가야한다면, 여당과 야당은 치명상을 입더라도, 나라와 국민은 승리하는 지점을 판단하여 선택적인 개입을 해야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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