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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오후에 하는 ‘뜬금있는’ 이야기! 근데 뜬금이 뭐죠? 사전을 찾아보니 ‘고정된 정가가 아닌, 시세에 따라 오르내리는 가격’이랍니다. 주가 비슷한 것이로군요. 근데 왜 세상에는 ‘뜬금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고 ‘뜬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만 많을까요?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대략 잘하는 짓은 아닌거 같소!』

도미네이터(지배자, 주도하는 자) 이야기 한번 더 하겠습니다. 지난해 히딩크가 수도 없이 강조한 개념이지요. 히딩크 축구는 ‘압박과 지배’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압박축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멀티 포지셔닝’이라 하겠구요.

게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포지션에 역할을 한정시키지 않고 공격부터 수비까지 두루 능력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참여든 비판이든 특정 분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시키는 즉 망가지는 거죠.

가장 나쁜 것이 충담사의 ‘안민가’.. 군(君)은 군다이, 신(臣)은 신다이, 민(民)은 민다이.. 학생은 공부나 하고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겨놓으시라? 남자는 열심히 돈벌어오고 여자는 집에서 아기나 키우시라? 이거 안됩니다. 히딩크의 제안은 ‘역할 바꾸기’입니다. 백성도 정치해봐야 하고 정치가들은 걍 농활 보내야 합니다.

강준만에게 실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리더라면 “나라고 대통령 하지 말라는 법 있느냐?” 이렇게 나와야 합니다. 진중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권획득의 큰 그림을 그리자면 신중해질 텐데 “어차피 우리는 입으로만 떠들고 말거니까 못할 말이 없노라!”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죠.

물론 강준만은 한 사람의 학자입니다. 학자의 본분을 잃지 말고 겸손하게, 부지런히 성찰하면서.. 이게 또  망가지는 공식이재요. 당당히 학자의 한계를 넘어서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말입니다.

물론 김병지가 중앙선까지 공 몰고 나오는건 미친 짓이죠. 그러나 골키퍼도 승부차기 연습은 부지런히 해두어야 합니다. 골 넣는 골키퍼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키커의 심리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골키퍼도 키커를 해봐야 한다는 거죠.

유능한 골키퍼는 키커의 발움직임을 보고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골키퍼 자신의 미세한 사전동작으로 키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 공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법으로 볼을 잡아낸다는 군요. 주도권이란 이런 겁니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끼를 던져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거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포지션에 서 보아야 합니다. 공격수도 수비를 해봐야 하고 수비수도 공격수 입장이 되어봐야 하는 거죠.

도미네이터의 어원은 도메인(domain)인데 곧 주인입니다. 어근을 풀어보면 집의 울타리(dome)+안(in)인데 집안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 사람, 혹은 그 영토를 지배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정치라면 상대편과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판구조와 싸우는 사람입니다.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되겠죠. 프랑스팀의 지단처럼 말입니다.

모든 공은 지단에게 날아옵니다. 선수들이 지단에게 패스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하려고 보면 지단이 벌써 그 자리에 가 있는 것입니다. 모든 화살은 노무현에게 날아옵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노무현은 구태여 그 화살이 날아오는 지점까지 달려갑니다. 그 화살을 막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정확한 지점을 확인하러 가는 것입니다.

지단은 모든 방향으로 볼을 찔러줍니다. 빈 곳을 찾아 공을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방법으로 조금씩 빈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노무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화살에 맞으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 많은 화살들을 한꺼번에 태워버릴 수 있는 곳으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정치? 물론 더러운 거죠!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정치’라는 공을 쫓아다녀서는 안됩니다. 공간을 설계하고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짜입니다. 더럽다는 정치에 손을 담그라는 말이 아닙니다. 정치판을 제대로 설계하라는 말입니다.

한 인간의 그릇의 크기는 그 야심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강준만의 야심없음이 그를 보수화시킨 것은 분명합니다. 하다 못해 이인제 저 인간도 그나마 야심을 가졌기 때문에 이회창 밑으로 안가고 작년까지 민주당에 남아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요는 야심의 크기입니다. ‘훌륭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소박한 야심을 버리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야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정치’라는 공을 쫓아다니겠다는 소박한 야심을 버리고 그라운드를 새로이 설계하겠다는 큰 야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마저도 초월하는 큰 정치를 하자는 거죠.


배운 사람도 한표, 못배운 사람도 한표 공정한가?

민주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사람은 전두환이겠죠. 진작에 처리되었어야 할 사람이 민주화 혜택받아 29만원 예금해 놓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개혁의 혜택 또한 한나라당에게 먼저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여당의 분열로 이득을 얻고 있듯이 말입니다.  

어느 독자분의 ‘지각없는 아줌마들의 투표성향 때문에 민주화가 안되고 있다’는 한탄을 듣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배운 사람도 한표, 못배운 사람도 한표, 90 살 먹은 노인도 한표, 20대 젊은이도 한표, 공정하기는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요.

동식물의 세포 안에는 에너지를 조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트리아’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미토콘트리아가 인간의 유전체계 및 진화과정의 바깥에 있다는 것입니다. 미토콘트리아는 모계로만 유전한다고 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단순 복제되기만 할 뿐 업그레이드가 안되고 있는 겁니다. 수억년 전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거지요.

미토콘트리아의 존재는 어느 면에서 볼 때 태초에 생명이 만들어질 때 무질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도 세포라는 벽돌이 한 장씩 쌓여서 거대한 조직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면, 그 최초의 벽돌 한 장은 태초에 대충 만들어진 거친 벽돌 그대로라는 말이지요.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미토콘트리아는 주된 경로의 세포 발달과정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이물질처럼 침투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세포핵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 떠다니며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처럼 세포에 기생(?)하고 있는 거지요.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모든 진화의 추동도 미토콘트리아 하나가 해낸 작품인지도 모릅니다. 미토콘트리아는 불변입니다. 변화는 불변에 의지합니다. 초보수가 버팀목이 되어주기에 조심스런 진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진리의 속성은 그러합니다. 진리는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놓고 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1+1=2'라는 성질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변화를 그 수학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레고블럭과 같습니다. 그 벽돌 한장 한장은 변하지 않지만 그 벽돌들이 모인 집합은 천변만화를 일으킵니다. 반대로 미토콘트리아가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면? 생태계는 진작에 무너져버렸을 것입니다. 설계가 잘못된 집은 허물고 새로 지으면 그만이지만, 푸석푸석한 벽돌로는 애초에 건축이 불능이듯이 말입니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입니다.

“벽돌이 넘 단단해서 우아한 건축이 안되고 있다. 말랑말랑한 벽돌 좀 없나?”

그 집 무너집니다.

이야기하다보니 바지보다 치마폭이 넓다고 주장하는 추미애의원이 생각나는군요. 아줌마의 고집이 문제가 된다면 아줌마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정치를 설계해보여야 하겠지요. 하여간 추미애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민주당을 위해서도 그러하고 우리당을 위해서도 그러합니다.

덧글..
남성 위주의 거친 싸움판을 연출해 놓고 여성들에게 '같이 싸우자'고 손을 내밀 것이 아니라 먼저 정치판을 스웨덴이나 핀란드 수준으로 평화롭게 만들어놓고 '같이 평화를 누리자'고 해야 순서가 되겠지요. 이 나라의 복지수준을 조금만 더 끌어올려 놓으면 여성 특유의 복지지향적 태도로 인하여 여성들의 투표성향이 진보 쪽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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