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95 vote 0 2022.05.08 (10:54:00)

    70년대 한국인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들 비쩍 곪아 있었다. 그때는 북한 미인처럼 포동포동한 얼굴이 인기가 있었다. 우량아 선발대회도 있었다. 88올림픽 때의 굴렁쇠 소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우량아였다. 우리 한국인도 이제는 밥을 굶지 않는다오. 


    그걸 자랑하고 싶었던 거다. 포동포동한 얼굴을 한 아이들이 동아전과나 어깨동무, 소년중앙의 표지모델로 나왔다. 강수연이 아역모델로 뜬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최은희, 김자옥, 엄앵란은 뽀미언니 왕영은처럼 화색이 도는 통통한 볼살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얼굴이 꺼먼 시골 머스매들은 도시아이 특유의 포동포동한 얼굴에 위화감을 느꼈다. 궁끼가 졸졸 흐르는 우리와는 다른 별세계의 존재로 보였다. 강수연에 대해서는 호감을 느낀 적이 없다. 아마 아역배우의 어떤 느낌이 영향을 미쳤을 게다. 한국영화의 암흑기였다.


    박전노 독재정권 시절 충무로는 썩어 있었다. 조폭출신 제작부장이 감독 귀싸대기를 쳤다. 영화사는 외국영화 수입쿼터를 따기 위해 쓰레기를 양산했다. 강수연이 주연한 영화 중에서 히트작은 없다시피 하다. 충무로가 죽었던 시절에 강수연이 유탄을 맞은 것이다.

 

    고래사냥 2는 망작이므로 논할 것이 없고,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는 보나마나 영양상태가 좋은 도시 애들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뺨을 마구 휘둘러대며 꼴에 대학생이랍시고 캠퍼스의 낭만이 어쩌구 재수 없는 연애행각으로 꼴값을 떨 것이 뻔하므로 보지 않는다.


    90년대 초반은 만화고 영화고 간에 청춘물이 떴는데 그 이유는 대학에 진학 못한 고졸들이 캠퍼스 생활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절대 보지 않았다. 박봉성 화백이 필자에게 찍힌 데는 이유가 있다. 물론 이런 반농담으로 씨부리는 말이고.


    씨받이는 흥행에 참패한 사실로 알 수 있듯이 볼 것도 없다. 미리 마리 우리 두리는 최악이다. 전설적인 망작에 출연한 사실 자체가 망신이다. 나는 당연히 안 봤고. 보지도 않은 영화를 논할 필요는 없지만 당시 충무로가 그만치 암울했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후로도 오랫동안'은 제목부터 역겨운데.. 강수연 이름에 낚여서 보러 갔다는거 아닌가. 우와! 충무로 방화의 수준에 절망하고 내가 영화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영화다. 70년대 룸펜 지식인의 신세타령이다. 암울한 분위기. 94년부터 한국영화 살아났다.


    민주화로 인해 영화계에 세대교체가 있었다. 스크린 쿼터 철폐와 일본문화 개방이 기폭제가 되었다. 결국 영화는 정치다. 독재가 물러가고 한국영화가 살아났다. 그후로도 오랫동안은 지식인의 소심한 저항이다. 독재자에게 대들지 못하고 자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짜증나는 영화다. 당연히 안 봤지만 여배우가 머리 깎은 걸로 화제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슬픈 거. 얼마나 할 말이 없었으면. 깨달음에 깨자도 모르는 자들이 이걸로 밀면 외국인에게 먹힐까 싶어서 어휴. 백인의 비뚤어진 오리엔탈리즘에 아부.


    결론은 지독한 사랑이다. 이명세가 손을 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때려죽일 평론가 새끼들. 이놈들은 도대체.. 괜찮은 영화를 조지는 데는 재주가 있다. 하여간 이 영화를 두고 불륜이 어쩌고 하며 서론을 꺼내는 자들은 인간이 아니므로 쳐다보지도 마시라. 


    대가리는 장식이냐? 밥통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거지 같은 평론가 새끼들을 질타하려는 거다. 이명세는 바보가 아니다. 애들도 아니고 어른들은 좀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결론부터 털어놓자. 영화는 인간에 대한 탐구다. 인간에 대한 과학이라야 한다.


    인간을 위기상황에 몰아넣고 마구 흔들면 어떤 비명소리가 들릴까? 위태로운 상황에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까? 그것을 실험하는 것이다. 다양한 설정, 다양한 환경으로 변주해 본다. 감독은 두 배우를 좁은 공간에 가둔다. 공간은 비좁을수록 좋다. 시간은 재촉한다.


    왕가위가 장국영을 좁은 공간에 집어넣고 흔들어 대듯이. 홍콩은 땅값이 비싸서 공간이 좁다. 카메라 설치할 자리가 없다. 왕가위는 카메라를 공중에 매달아야 했다. 거기서 특별한 시선의 각도가 얻어지는 것이며 관객에게 그것은 놀라운 시각적 체험이 되는 거다. 


    이명세는 불륜이라는 설정으로 배우를 가둔다. 시간과 공간의 압박.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모래가 튀고, 천은 펄럭거리고 인간은 뒹군다. 그제서야 속을 탈탈 털리고 마는 것이다. 인간을 작은 새장에 가두고 이리저리 흔들어 본다. 김기덕도 이걸 좀 알더라만. 


    섬에 가두기도 하고 더 작은 배에 가두어도 보고. 영화적 설정은 그냥 가두는 장치다. 일단 가뒀다 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갇혔느냐를 따지지 말고 거기서 무엇을 토해냈느냐에 주목하라. 우리는 이명세의 탐미주의를 탐닉해야 한다. 강수연 연기는 좀 그렇고.


    언론은 월드스타라며 너무 띄웠다. 월드스타라는 새장에 가두어버린 거다. 강수연은 한국영화 최악의 암흑기와 최고의 전성기 사이에 연결고리처럼 있다. 독재정권과 민주화 시대에 걸쳐져 있었다. 안성기도 비슷하다. 연기는 꽤 잘했는데 목소리가 좀 아니었지만.


    평론가들 삽질 때문에 쓸쓸하다. 이명세는 개그맨과 지독한 사랑만 보면 된다. 탐미주의는 돈 없는 사람의 작은 사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작아도 확실한 도발이다. 장도를 품듯이 탐미주의라는 작은 칼 하나를 품어야 한다. 누군가의 가슴을 벨 수 있다.


[레벨:10]dksnow

2022.05.08 (13:39:49)

응답하라 시리즈가 역겨운 이유.


그시절

아이들은 얻어터지기 쉽상이었고,

아버지들은 야근은 항시였으면,

어머니들은 육아에 찌들어있던걸 당연히 여겼던 날들.




배우 강수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무교동 낚지골목에서 

현대물산 회사원 상대하던 고인이신 고모님 의견을 듣자면

무교동 잘나가던 식당집 주인 딸. 그게 강수연.


그렇게 알음알음 알아서, 충무로에 중신을 서던 연예계.



부끄러운줄 알고,임권택이니, 하던 넘들 자중해야지.

그렇게고집부리니, 엄한 연예인이 화를 입는것 아닌가 싶네. 55세면 청춘.

프로필 이미지 [레벨:12]락에이지

2022.05.09 (00:12:27)

마지막 문단 "탐미주의는..." 부터는 뭔가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이외수님이 생각나게 하네요.


중딩때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다며 언론에 대서 특필되었던 그때가 기억나네요. 임권택 감독 이름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죠.


강수연 주연 영화하면 생각나는건 아역시절에 나왔던 70년대 영화빼고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청춘 스케치, 송어 정도인데(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인듯 한데 송어는 볼 만합니다. 설경구도 이영화에서 처음 본 듯 하고요.. 고 이은주도 나옵니다. 내용이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동렬님이 위에서 쓰신 영화는 인간에 대한 탐구다.. 라는 부분에도 아마 들어맞는 영화일듯)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그래도 거의 다 들어 본 작품을 했더군요. 인기있었던 TV사극 여인천하에도 정난정 역으로 나왔었구요.

https://movie.naver.com/movie/bi/pi/basic.naver?code=1678


필모그래피를 보니 대부분 들어 본 작품이지만 동시에 어떤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때의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었기 때문이겠죠. 강수연이 좀 늦게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더 좋은 작품을 했던 더 좋은 배우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하는 헛된 생각도 하게 되네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849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김동렬 2022-05-09 3092
5848 단박에 깨쳐보자. 김동렬 2022-05-08 4489
» 배우 강수연에 대한 추억 2 김동렬 2022-05-08 3295
5846 부처님은 웬일로 1 김동렬 2022-05-07 4965
5845 예술은 직선이다 2 김동렬 2022-05-06 4603
5844 한동훈의 윤석열 사냥? 김동렬 2022-05-06 3116
5843 여성혐오 김은혜 2 김동렬 2022-05-05 2921
5842 일치의 법칙으로 출발하라 4 김동렬 2022-05-05 2889
5841 보고 알고 깨닫고 쥐고 다루고 김동렬 2022-05-04 2799
5840 바문회동에 유탄 맞은 기시다 김동렬 2022-05-04 3203
5839 구조론의 철학 김동렬 2022-05-03 2720
5838 윤석열의 운명 김동렬 2022-05-03 3245
5837 김성근 허문회의 주술야구 1 김동렬 2022-05-02 2954
5836 진리의 기쁨 김동렬 2022-05-02 2757
5835 허무뇌와 굥무뇌의 평행이론 김동렬 2022-05-02 2956
5834 생각을 잘하자 김동렬 2022-05-01 2865
5833 전쟁은 끝났다 김동렬 2022-05-01 2981
5832 2등은 없다 김동렬 2022-04-30 2862
5831 생각을 하자 김동렬 2022-04-30 2664
5830 민주당 배신의 정치 김동렬 2022-04-30 2917